한일 양국의 차문화를 비교 체험할 수 있는 찻자리가 마련됐다. 올해로 아홉 번 째.
차를 좋아하는 한일양국의 차인들이 양국간 차문화를 교류하고 우호증진을 위해 열어오고 있는 ‘한일차회’가 지난 4월 28일 오후 2시 부산외국어대학교 덕심암에서 열린것. 올해에도 일본의 차종가(茶宗家)인 우라센케가 당케 노리코 조교수일행이 부산을 찾았다.
사단법인 부산한일문화교류협회(이재영)가 주최하고 한일꽃문화회가 후원하는 이 행사는 한일 양국의 전통다법 및 창작 다법 시연과 설명을 곁든 아카데믹하면서도 소박한 문화교류행사다.
이재영 회장과 부산외대 정기영 교수
소박·검소·간결한 아름다움 우라센케가 다도
차문화로 소통하는 한·일 양국 茶人평화교류
한·일차회 이재영 회장 주선 매년 시연회 열어와
차문화로 소통하는 한·일 양국 茶人평화교류
한·일차회 이재영 회장 주선 매년 시연회 열어와
소박하면서도 검소하고 섬세하며 간결한 아름다움을 지닌 센리큐는 일본다도의 기초를 완성시킨 차의 시조. 센리큐의 정신을 이어받은 우라센케가의 다도는 전 세계에서 우라센케 다도를 배우는 수백만의 동문들에게 다도의 중심이 되고 있을 정도로 일본다도의 맥을 잇는 종가다.
우라센케의 다실과 정원은 일본의 예술, 문화사에 있어 그 중요성이 인정되어 일본정부로부터 중요문화재로 지정되었을 정도.
이러한 우라센케가의 다법을 한 눈에 조망하고 체험할 수 있는 한일차회는 학계는 물론 지역차인들에게 차문화연구와 정신을 조명하는 기회로, 전문가들의 관심이 뜨거운 국제교류행사다.
이번에 부산을 찾은 교류단은 우라센케가 조교수 당케 노리코, 문하생 사쿠라이 미도리, 이노이 사나에, 수기나카 키쿠코씨가 초빙강사로 무대에 올랐고, 한국측에서는 부산의 유명한 차 연구가로 알려진 서광자 부산차문화진흥원 이사(원광대학교 예다학 박사수료. 차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 김명숙(원광대학교 예다학 박사수료) 차인이 시연회에 참여했고, 통역은 김민경(동국대학교 다도학 석사) 우라센케 전임강사가 맡아 수고했다.
이날 한일차회에는 멀리 일본에서는 물론 강원 광주 포항의 차인들이 참여, 양국 차문화의 진수를 경험하며 뜨거운 열기를 더했다.
먼저 한국의 다도시연은 서광자 회장의 자미원(紫微垣. 동아시아의 별자리인 삼원의 하나. 삼원 중 두 번째. 천구의 북극을 포함, 서양 별자리의 큰곰자리의 일부가 해당되며, 작은곰자리, 용자리를 포함)다법 시연을 막을 올렸다.
창작다법인 자미원 다법은 하늘에서 내려다봤을 때 찻자리의 형태가 마치 별자리 자미원을 본 딴 모양에서 명명됐다.
서광자회장의 시연으로 선보인 자미원 다법은 조용한 한국음악이 찻자리 공간을 채웠고, 찻물을 끓여내는 은색 가마솥을 열자 뜨거운 김이 구름처럼 피어올랐다. 하얀 백자의 찻잔을 데우기 위해 일정한 높이에서 떨어지는 물소리는 화음을 탔다. 성급하지 않으면서 절제된 다도시연이다.
한국측이 준비한 자미원 다법 차를 음다하고 있는 일본 우라센케가 참가자들.
다음으로 선보인 찻자리는 일본측이 준비한 우라센케 다도시연. 시연 전 당케 노리코 조교수는 일본의 차문화에 대해 먼저 소개했다. 일본의 차는 처음 중국에서 약용으로 들어왔고 16세기 센리큐시대의 차문화가 지금의 일본다도문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했다.
당케 노리코 조교수는 “건강에 좋아 차를 즐겼지만 이제 그 문화를 즐기며 수행의 도구로 삼기 시작했다”고 소개하고 “도심속에 있든 어디에 있든 자기자신을 잊고 자연과 하나되듯 겸허한 자세로 차를 마시면 절로 수양이 된다”고 말했다.
당케 노리코 조교수가 선보인 일본차는 두 가지. 고이차와 우수차. 일본에서 직접 어렵게 국내로 들여온 다화와 오도송 족자로 찻자리를 꾸미고 사방이 고요한 적막속에 고이차를 냈다.
선사상이 가미된 일본다도는 철저히 음악은 배제된다. 자연의 소리와 찻물 끓는 소리가 공간을 메울뿐이다.
고이차는 즐기고 느끼는 차로, 여럿 마실 때에도 감사와 나눔, 배려의 정신이 수반된다. 세 명이 한 조가 되어 고이차 한 잔을 돌려 음다하는데 여기에도 상대방을 배려 하는 다법이 따른다.
일본 우라센케가 차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당케노리코 교수(왼쪽).
처음 음다 시 오른쪽으로 두어번 잔을 돌려 마시고, 마지막 역으로 잔이 돌 때는 왼쪽으로 돌려 자기가 마시던 찻잔위치를 찾아 마시는 방법이다.
다음으로 우수차는 좀 더 가벼운 차로 약간의 대화를 곁들일 수 있는 차다. 이때 손님과 주인은 차를 내거나 마실 때 신예절, 교예절, 소예절 3가지 예법으로 상대방에 따라 예의 경중을 달리하며 인사를 나누기도 한다.
소통의 정신을 강조하는 우라센케가 다도는 “차 한잔으로 세계평화”를 갈망하는 정신을 담고 있다고. “다도에서는 손님도 찻자리에서 큰 역할을 합니다. 손님의 작법과 동작은 찻자리가 온화하고 부드럽게 진행될 수 있도록 변화되어 왔지요. 손님은 매너를 통해 주인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현합니다.”
말차마시는 법과 손님과 주인의 배려에 대해 설명하는 당케 노리코 조교수는 “다도란 사람이 어떻게 살아가야 할 지를 배우는 인륜의 도”라며 쟈보사이 센소시쓰 16대 이에모토씨의 말로 다도의 정의를 일축했다.
유순희 기자
[2016년 5월 25일 제76호 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