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개성공단 전격중단 후 남북관계의 진전은 더 이상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한반도에 통일의 꽃이 움을 틔우고 있다. 바야흐로 밀려드는 평화의 물결이 단절된 동해북부선의 연결과 유라시아 대륙진출의 꿈을 이루게 할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4.27판문점 남북정상 회담 후 그 어느 때보다 한반도는 희망의 물결로 넘실거린다. 전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진행된 북미 정상회담에 이어 지난 8월 20일~26일 금강산에서 열린 제21차 이산가족 상봉에 이르기까지 한반도는 지금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다.
그러나 ‘한반도 비핵화가 충분한 진전을 이루고 있는 것 같지 않다’는 이유로 도널드 트럼프 美대통령의 입장변경에 따라 미 국무장관의 방북이 연거푸 취소되면서 남·북·미 관계는 다시 제자리 걸음을 하는 듯해 지켜보는 국민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당장 북한 개성공단에 진출했던 많은 기업과 우리 부산의 신발업계가 대표적이다. 북한에 진출해 다년간 현지 생산기반에 올인해왔던 삼덕통상(회장 문창섭)의 경우 이제나 저제나 개성공단 재개에 촉각을 곤두세워온 터라 한반도 평화는 기업의 미래와도 무관치 않은 절실한 현안으로 작용하고 있다.
개성공단 부산 첫 진출기업 ㈜삼덕통상과 신발산업
개성공단의 중단으로 많은 피해를 본 부산의 대표적인 기업인 삼덕통상은 개성공단에 진출했던 지난 11년 간의 투자금액과 생산기계의 감가상각비 피해 그리고 공단폐쇄로 인해 정부로부터 일정 부분 보상받았던 보상금 반환문제 등이 여전히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가운데, 불안정한 남북미의 관계는 봄의 햇살에 기지개 켜던 부산기업들을 다시 한파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부산 신발산업과 개성공단의 상관관계는 입주기업의 특성에서도 나타난다. 개성공단에 입주했던 대부분의 기업은 모기업에 비해 개성공단에서의 생산 비중이 높았다. 이는 개성공단이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며, 중요한 생산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또한 개성공단의 폐쇄가 야기한 생산차질은 입주기업들의 모기업 경영악화를 초래할 수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입주기업들은 주력 생산 활동형태 중 대다수가 완제품과 임가공 중심의 생산을 해왔고, 북한 종업원 고용자 수는 최소 약 80명에서 최대 3,500명이었으며, 남한의 종업원은 대부분 관리직에 종사해왔다. 개성공단 북한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인건비는 매월 평균 130~170달러 수준이 대부분으로 이는 노동집약적 사업 형태임을 방증한다.
이렇듯 개성공단의 경쟁력은 양질의 저렴한 노동력 활용에서 나온다. 더불어 개성공단 사업은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기여와 북한 경제의 시장화를 유도함으로써 남북의 경제력 차이를 축소시키고 미래의 남북통일 밑거름 역할과 기능이라는 긍정적 기대를 낳고 있다.
또한 북한 근로자들의 근무자세와 품질, 생산성 변화에 대해서도 긍정적이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제품의 품질 변화 및 북한 근로자들의 노동생산성도 입주 초기에 비해 비약적으로 향상됐다는 게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평가다.
노동생산성 등 양호한 투자환경 경쟁력 갖춘 개성공단
국내외 공단과 비교하더라도 개성공단은 다른 어떤 산단·공단보다 높은 경쟁력을 자랑한다. 특히 기업들은 동일한 언어 사용으로 인해 작업 지시와 의사전달에 매우 유용하고 서울에서 가까운 위치해 있는 지리적 이점을 꼽는다.
개성공단은 한국은 물론 중국과 베트남 등의 동남아 공단과 비교해서도 높은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노사분쟁이 없고 이직률이 낮아 숙련공 양성이 용이하며, 토지 이용료와 세제 그리고 인건비 측면에서도 상대적으로 가장 저렴한 베트남에 비해 약 30% 낮은 임금과 두 배 가까이 높은 노동생산성 등 양호한 투자 환경을 갖추고 있는 점이 가장 큰 메리트로 작용한다.
하지만 동전의 양면처럼 분명 단점과 한계점은 존재하기 마련. 우선, 정치적 수단으로 이용되기 쉽다는 점이다. 이미 우리는 2013년 북한에 의해 개성공단이 일방적으로 차단돼 입주기업들의 피해가 발생한 사례가 있다. 그리고 개성공단 폐쇄 결정 당시 실효성 없는 보상은 많은 기업들을 주저앉게 만들었고, 불합리한 보상으로 실제 피해액 대비 약 60%대의 보상(정부 확인 금액 대비 약 70% 보상)밖에 받지 못했다.
이른바 3통으로 불리는 통신, 통행, 통관의 문제 역시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하루에 정해진 시간과 23번 한정된 통행과 인터넷 사용불가로 인해 스마트 팩토리 등 신기술 도입의 한계점과 북한의 설비를 이용한 선별 통관으로 불편을 겪어왔던 것.
한편 부산은 신발의 생산기지로 호황을 누렸지만 저가 경쟁에서 밀리며 퇴보하기 시작했다. 부산 신발산업의 태초는 1923년 일영 고무 공업사를 시작으로 1934년 ㈜삼화 호모(이후 ㈜삼화고무공업), 1936년 보생 고무공 업소, 1947년 ㈜태화고무 공업사(이후 ㈜태화), 1953년 동양고무공업(이후 ㈜화승), 대양고무 공업사, 1963년 ㈜진양화학공업(이후 ㈜진양) 등 신발업계 ‘빅 6’를 태동시키면서 한국경제를 견인했다. 특히 1950년 한국전쟁에서 피란민이 부산으로 몰려들며 노동집약적 산업인 신발산업에 필수인 노동력을 쉽게 확보해 부산을 명실공히 국내 신발산업의 메카로 만들 수 있었다.
이후 부산 신발은 1970년대 ‘공순이, 공돌이’로 대표되는 컨베이어 벨트 시스템을 통해 대량생산으로 전 세계 신발 생산량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1990년 당시 부산지역 신발업체는 약 1,100개에 달할 정도로 호황기를 누렸다. 하지만 끝없이 성장할 것 같던 부산의 신발산업은 1980년대 중반이후 신발 섬유 합판 등 경공업 생산거점도시로 부산이 전국 수출비중의 20%를 차지하자, 정부의 대도시 성장억제 정책에 따라 중견제조업 이전과 신발 섬유산업의 사양화를 초래했다. 여기에 중국, 동남아시아 시장의 성장과 이들의 저가 노동력 공세로 경쟁에 패배하면서 2014년 3,577억 원 이후 매년 하락하고 있는 추세다.
부산의 많은 신발업체 중에서도 대표적으로 (주)삼덕통상은 ‘월드클래스 300’ 기업에도 선정된 바 있을 정도로 신발산업에서 잔뼈가 굵은 기업이다. 그러나 꿈을 안고 진출한 정부의 개성공단 폐쇄로 어떤 기업보다 큰 피해를 보았던 삼덕통상은 베트남과의 네트워크 강화를 통해 현지 공장의 안정화를 도모하면서 원활한 베트남 인력 채용, 스마트 팩토리 구축 등 글로벌 거래처 확보와 위기 극복을 통해 기사회생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협의회장을 맡을 정도로 투자에 적극적이었던 문회장은 개성공단 폐쇄당시 금형은 물론 완제품, 반제품, 원재료 등을 거의 반출 못해 수백억 원에 달하는 피해를 입었다.
그러나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낸 삼덕통상은 개성공단을 대체할 새로운 생산기지로 베트남을 선택했고 2017년 1월 연간 150만 켤레를 생산할 수 있는 제1공장을 설립, 700여명을 채용하는 등 그해 3월에는 연간 500만 켤레를 생산할 수 있는 제2공장을 잇따라 설립, 1천700여명을 채용해 운영 중이며, 향후 제2공장의 근로자를 1만 명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으로 생산가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문창섭 회장은 “제2공장까지 정상 가동돼 개성공단에서 처리하던 물량을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게 된 것은 고무적”이라며 “향후 1만 명까지 근로자가 늘어나면 이전보다 생산능력이 훨씬 더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더 나아가 문회장은 지난 6월 문 대통령과 함께 러시아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하여 러시아 판로 확보와 유라시아 횡단 열차를 통한 전 세계를 잇는 청사진을 그려왔고, 개성공단 피해 극복 의지를 보였다.
남·북·러 경제협력이 성사되면 유라시아 대륙까지 철도 운송이 가능해져 배를 이용하는 것보다 20일 정도 시간이 단축돼 완제품 직접 수출이 가능해진다. 현재 한국신발기업협회장을 겸하고 있는 문창섭회장은 북한과 러시아와의 경제 협력을 통해 부산 신발업계가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할 수 있다고 내다본다.
정부의 확고한 재개의지와 국민적 관심 ‘절실’
때문에 개성공단 재가동은 더욱 절실하고 조속히 풀어야 할 과제로 꼽았다. 개성공단은 철도 무역의 전략적 거점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부산·경남 신발 산업활성화를 도모할 러시아 진출의 유리함은 물론 현재 부산의 신발업체들이 인건비 절감을 위해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생산거점 공장을 이전하는 상황을 감안한다면 더욱 절실한 과제다. 생산공장의 해외이전은 많은 원부자재를 현지시장과 가까운 동남아시아 현지나 중국에서 조달하게 됨에 따라 국내 특히 부산의 관련 산업이 무너지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해외생산기지 진출 몇몇 업체들은 품질 때문에 국내 제품을 쓰기도 하지만 막대한 운송비와 긴 운송시간 때문에 경쟁력이 떨어진다. 이같은 상황에서 개성공단의 재가동은 매우 중요하다. 부산, 경남에서 원부자재를 싣고 개성공단에서 신발 완제품을 만들어 러시아 철도를 통해 유럽 시장으로 진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반도의 미래는 원활한 남북경협과 개성공단 재개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성공단 재개는 기나긴 겨울을 보내고 있던 북한과 부산 신발산업계에 훈풍으로 작용할 뿐만아니라 부산을 넘어 대한민국에 그리고 북한으로, 종내에는 유라시아 대륙을 지나 전 세계로 퍼져나가는 희망의 바람이 분명하다.
이를 위해 文정부의 확고한 개성공단 재개 의지피력과 두 번 다시 개성공단이 정치적 카드로 이용되는 일이 없도록 재방방지 대책 마련 등 국민적 협의와 관심도 절실하다. 개성공단 재개는 70여년 섬아님 섬으로 고립되어온 우리의 미래가 열리는 출발점이다.
김유혜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