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무다 이사장(대운사 주지)
부산 해운대구 송정동(송정 광어골로 41) 바다가 한눈에 펼쳐지는 복합문화공간 ‘쿠무다’(이사장 주석. 대운사 주지)는 수행과 문화의 새로운 트렌드를 제시하는 문화예술 사단법인이다. 220석 규모의 문화예술공연장과 프렌치 레스토랑, 카페, 평생교육문화센터, 전시공간, 유튜버 촬영 스튜디오 등 숙박시설 힐링 빌리지를 비롯 옥상 하늘정원 바다법당에는 기도와 명상공간을 갖춘, 지하2층 지상8층 규모의 시설로 일종의 복합문화학교 수행공동체. 불교와 문화가 만나는 대중소통공간인 ‘쿠무다’는 2016년 부지매입을 시작으로 5년여의 준비과정을 거쳐 지난 12월 9일 드디어 개관식을 가졌다.
이날 개관법회에는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 조계종 전 교육원장 무비스님, 전계대화상 무관스님, 안국선원 수불스님, 범어사 주지 경선스님, 전국비구니회장 본각스님 등 불교계 큰 스님과 윤성이 동국대총장, 홍순헌 해운대구청장, 박수관 부산불교총연합신도회장을 비롯 지역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불교계 마당발 주석스님의 폭넓은 인맥과 파워를 과시했다.
'쿠무다’는 산스크리트어로 ‘하얀연꽃’이라는 말. 진흙속에서도 청정함을 잃지않는 연꽃의 모습에서 교훈을 얻는다는 의미를 법인의 이름에 담았다.쿠무다 이사장 주석 스님은 “쿠무다는 불교와 문화가 합일해서 생겨나는 에너지를 세상과 공유하고자 하는 취지로 만든 만큼, 부산지역에서 복합문화를 형성시키는 장소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꾸준히 새로운 불교문화 콘텐츠를 개발하고 문화예술 전공 학생들을 지원하는 등 유익한 콘텐츠를 각 사찰에 전파하는 플랫폼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그도 그럴것이 쿠무다는 이미 설립 전부터 지난 8년여 간 주석스님이 주지로 있는 부산대운사를 중심으로 다채로운 문화 프로그램을 기획 운영해왔고, 북 콘서트, 정기 음악공연, 상설 전시 갤러리 운영 등 일반인들이 조금 더 쉽게 문화예술을 만날 수 있도록 가교역할을 해왔다.
특히 ‘찾아가는 음악회’를 통해 교도소, 군부대, 요양원 등 문화소외계층을 찾아 힐링공연을 선사하고 매년 문화예술인을 발굴, 장학금을 지원하는 일에도 앞장서 왔다. 불교계 주류세력인 비구스님들도 현실화하기 어려운 신개념 복합문화공간 설립을 완성한 주석스님은 “10여년 전부터 꿈꿔온 공간을 이제야 이루었을뿐. 부처님과 주변 여러 분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한편으로는 “쿠무다에 쏠린 주변의 우려와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잘 만들어나가겠다는 오기가 발동해 중도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회향하겠다는 신념하나로 버텨온 것 같다”고 소회를 털어놨다.
“스님들의 불사는 원력을 가지고 있어야 가능하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는 주석스님은 코로나시국도 시국이려니와 금융권의 대출규제정책과 주변의 실체없는 온갖 말들이 난무해 설립과정에서 많은 어려움도 겪었다. 개관 법회때 벅차오르는 감회와 함께 힘들게 넘어온 지난 5년여의 과정이 주마등처럼 스쳐 눈물을 보이도 했다. 숱한 질시와 우려속에서도 당당히 이루어낸 스스로에 대한 격려이자, 감회의 눈물이다.
이 땅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은 비구니들도 마찬가지. 비구니 스님들에게는 여전히 혹독하고 냉랭한 종교계에서 비구니들을 대표해서 뭔가 보여주겠다는 오기가 발동했다는 주석스님은 다행히 기본에 충실하면서 외전 공부와 내전 수행을 철저히 해온 덕에 평가앞에 당당할 수 있는 자신담을 갖고있다고.
8층 하늘법당 해수관음좌상 명상센터
대학에서 불교학과 영문학, 미술공부까지 10년을 외전 수행에 힘썼고, 출가 34년 틈틈이 대다라니경 천독을 하며 3년간 천일기도 수행하면서 한번도 방바닥에 편히 앉아본적 없을 정도로 충실히 안팎을 다져왔다. ‘진심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기’, ‘무조건하기’, ‘힘들어도 우직하게 실천하는 것’을 습으로 삼아 냉혹한 종교계의 험준한 산을 넘어왔다.
지난 3년간 매년 1천만원씩 10년 약정으로 전국비구니회에 지원도 아끼지 않은 주석스님. 아직도 주류사회에서 비구니들이 넘어야할 산이 많고 여전히 변방에 서 있지만, 머잖아 차별없고 구별없는 시대가 오리라 기대한다. 그런 면에서 종교계에 비구니스님들의 권익을 위한 주춧돌 하나 놓는 심정으로 버티고 이루어낸 주석스님은, 이곳 복합명상문화센터도 차근차근 한 계단 한 계단 풍성한 콘텐츠와 빈틈없는 복합문화공간을 위해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
한 사람 한 사람 개미군단의 염원과 성원, 이러한 에너지들이 모여 큰 원력이 만들어지듯 천만 사람들이 함께 성전을 만들어가는 대중문화공간이 완성되기를 바란다는 주석스님. 많은 사람들의 원력이 모이면 행복한 에너지가 발생하고 최상의 행복함은 곧 깨달음으로 이어진다는 그는 쿠무다는 진리를 찾는 등불역할을 하게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석스님은 “내년 특별소장전에서는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고미술 소장품과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최고의 작품을 엄선해 전시할 계획”이라며 특히 “코로나19 펜데믹이라는 전 지구적 어려움 속에서도 한 줄기 빛과 같은 감동과 위안의 시간이 되길 바란다” 고
말했다.
“깨달아야만 세상이 바뀌는 것이 아닙니다. 나의 안 속이 바뀌고 내가 달라져 있으면 눈(目)이 달라지고 육안이 아닌 지혜와 법의 눈으로 세상을 보게되는데 그것이 바로 극락세상이지요.” 일희일비하지 않는 삶을 살아야 세상 전체가 극락이라는 주석스님 내가 바로부처임을 통달하기까지 참진아를 찾아 수행하는 삶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주석스님.
수행자로 산다는 건 대승불교의 가르침인 ‘자타일시 성불도(自他一時 成佛道)’를 실천하는 것. 나와 타인이 함께 깨달음을 나누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는 주석스님은 ‘쿠무다’야말로 그러한 공간이라며 대만불교처럼 생활속에서 향유하는 불교가 되길 바란다. 그는 불교가 바로 삶이고 교육 의료 봉사 문화 등 모든 부문에 스며들 수 있도록 쿠무다가 모티브가 되도록 하겠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
12월 9일 개관법회 테이프커팅식
“이제 현대불교도 시대에 맞게 조명되고 시대에 맞게 새롭게 대중속에서 혁신의 꽃을 피워야한다”는 주석스님. “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 70년대생 스님들에게 이조 500년 억불정책을 펴던 시대의 불교문화를 강요한다는 것은 맞지 않다”며 “산중에 빗장을 걸어 잠그고, 중이라서 이것도 안되고 저것도 안되는 식이 아니라 어떻게 대중과 소통하고 함께 향유할 수 있을지를 모색해야할 때”라고 주장한다.
특히나 “코로나시국에 곳곳에서 어려움을 겪고있는 소상공인들과 국민들에게 우리 종교가 그들을 위해 무엇을 했던가, 위안을 줄 수 있는 그 어떤 역할을 했던가 깊이 반성을 해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승복과 삭발한 머리가 부끄럽지 않게 잘 살았는지 매일매일을 자문한다는 주석스님은 34년 전 출가, 속리산 법주사 수정암에 들어가 승일스님의 제자로 수행하다가 함양 대운사를 불사, 8년전 범어사 등록 공찰로 기증하고 이곳 송정에 부산대운사를 불사, 생활속 불교문화운동을 펴고 있다.
유순희 기자
[2021년 12월 24일 제139호 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