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관문공항은 백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부산울산경남 및 남부권의 가장 절실한 현안입니다. 부산의 먹거리는 해양관광문화에 있고, 문화관광특별도시로 부흥하기 위해서는 세계인과 물류가 드나들 24시간 깨어있는 관문공항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4월 초파일이면 가덕신공항 기원 제를 올리고 지난 30여년간 역대 시장과 대통령들에게 부산국제공항 신설의 필요성을 역설해왔던 감로사 주지 혜총 큰 스님. 지역이기와 소극적으로 대응해온 정치권의 무관심으로 대립과 갈등만 빚어왔던 부산의 현안, 가덕신공항이 최근 다시 정치권의 최대 이슈이자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스님이 웬 신공항 운운하겠지만, 부산의 신공항 필요성과 가덕도 신공항 문제를 수십 년전부터 문제제기하며 처음으로 자치단체장 등 국가수반에 제안해왔던 사람이 바로 혜총 스님이다. 88서울 올림픽을 치른 해, 자운 큰스님의 권유로 미국 LA에서 열린 세계불교도대회에 108인의 방문단을 이끌고 한국대표로 참가했던 감로사 주지 혜총 큰 스님.
당시 미국 사회 곳곳의 선진문화를 체험하고, 서양문화의 꽃이 서서히 질 때가 되었음을 직감, 대한민국 그것도 부산에 새로운 희망이 있음을 예견했다. 지정학적으로 부산이 모든 것을 갖추었기 때문이다.
“한창 공부할 때인 십대 시절부터 스승이신 자운 큰 스님은 ‘혜총아 외국에 좀 나가거라’하시며 해외 순방을 매년 권유하셨는데, 그때마다 ‘공부도 해야하고 돈도 없고 일하기 바쁜데 시간낭비’라며 해외나가는 것을 꺼려했다”고 떠올리는 혜총 스님은 25년이 지난 후에야 자운 큰 스님이 왜 자꾸 나가보라고 했는지 무릎을 탁 치는 깨달음을 얻었다.
바로 자운 큰 스님의 “금생만 좋은 게 아니야, 내생도 좋은 거야”라는 말씀때문이다. 석가모니 부처님이 전생의 전생, 전생의 전생.. 이루 헤아릴 수 없는 환생을 하면서 살아온 과정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기억하는 것처럼 불망지의 깨달음이 머리를 스치는 순간, ‘증득(證得)’의 지혜가 떠올랐던 것이다.
중생은 여래지혜의 덕상을 본디 갖추었건만 망상으로 집착하기 때문에 증득하지 못한다는 성인의 말씀을 새기며 마음을 고쳐먹고 처음으로 미국이라는 나라를 체험하면서, 혜총스님은 참으로 많은 것을 깨달았다. 자운 큰 스님으로부터 큰 법을 얻고 깨어있는 상태에서 미국의 모든 것을 증득한 혜총스님은 그랜드 케년, 디즈니랜드, 헐리우드 등 카지노문화와 영화촬영 스튜디오... 첨단을 걷고있는 미국사회를 보면서 아직 꿈도 꾸고있지 않은 한국사회가 너무나 비교되었다.
미국사회 답사이후 혜총 스님은 틈나는 대로 역대 부산시장, 대통령들에게 나라의 발전을 위한 제언을 잊지 않았다. 문정수 안상영 전 시장, 권철현시장후보, 오거돈 전 시장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이 감로사를 예방했을 때 등 지난 30년동안 부산 동남권 신공항을 주장했고, 부산을 문화관광특별시, 해운대구를 문화관광특별자치구로 선정하여 도시 대개조와 변혁을 시도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부산시장으로는 안상영 전 시장이, 대통령 중에는 노무현 대통령이 가장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였고, 신공항의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한 분들이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공약으로도 채택했었다는 혜총스님은 당시 “747기가 여유롭게 뜨는 인천공항을 버금가는 공항으로 만들고 다양한 문화관광 인프라를 구축하면 부산은 10년대 7만 불 시대에 도래하게 될 것”이라며 제안했다.
깨어있는 상태에서 “증득”...세계의 중심축 부산이 될 것 예견
대한민국의 미래인 부산발전 비전구상...역대 단체장에 제안해
부산발전을 위한 구상과 비전 부산을 천만도시인구로 소득은 10만불 시대로 만들기 위해서는 부산문화관광산업을 활성화해야한다는 게 혜총스님의 일관된 주장이었다. 이를 위해 혜총스님은 다운타운은 남포동, 서면, 온천장으로 주거문화는 낙동강을 중심으로, 해운대를 문화관광특구로 지정, 개발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부산역의 철마이전을 통해 일본과의 교류도 활성화해야 한다는 스님은 한,중,일본은 결혼한 사이나 다름없는 나라라며 서로 가깝게 지내야 한다고 강조한다.
구체적인 계획은 부산역 철마이전을 통한 원도심 부지는 새로운 도심상권을 형성하고, 해운대역을 부산관광단지의 중심으로 삼아 기장-월래-장안-철마가 어우러지는 해운대관광벨트엔 수만 명이 일주일간 머물 수 있는 300베드이상의 호텔 30개, 카지노, 골프장, 경륜장을 쌍으로 갖추고, 이중 6개 호텔은 최고의 한국문화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곳으로 하는 국가별 문화체험 호텔설립도 제안했다.
다음으로 수만 명의 전시관람객 수용이 가능한 대형 컨벤션시설과 해운대 백사장 3배 이상 늘리는 작업과 철마와 해운대를 잇는 역에는 숙소로 이동하는 공중 케이블카, 내류전차, 셔틀버스, 역마차 등 다양한 교통수단도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구상을 제시했다. “이러한 계획들 위해선 무엇보다 해운대 도시 전체를 비워야합니다.
주거단지는 낙동강 주변 서부산권으로 옮기고 해운대는 오로지 관광지로 개발해야 됩니다. 센텀의 비행장은 그대로 뒀어야 개인 비행기로 오는 여행객들의 이착륙장으로 활용할 수 있었을 텐데 참으로 미시안적 도시개발이 안타깝습니다.” 개발도상국가나 후진국을 대상으로한 저가의 신발과 고가의 신발을 제조하는 부산의 신발산업을 다시 활성화하고 콘테이너산업, 크루즈접안시설확대 등 전 세계인의 휴양지로 부산을매력적으로 탈바꿈시켜야 한다고 강조하는 혜총스님.
“돈있고 건강하고 나이들면 여행 관광밖에 할 게 없어진다”며 여유있는 해외 관광객들이 부산에서 소비하고 가게 만들 여건을 만들어야 부산의 미래가 있다고 말한다. 스님의 번뜩이는 아이디어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과거 새마을호 시절 특실, 보통실 구분하여 티켓에 보통실 몇호 몇 번으로 구분되던 것을 경제적 차이를 사람의 차별로 이어지게해서는 안된다며 새마을호 보통실 글자를 없애게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다.
“가덕도 신공항 차근차근 실행해 나가야합니다. 우리 부산과 한국의 미래가 달려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여야정치권이 앞다퉈 신공항을 주장하는 것은 고무적이라는 혜총스님. 일각에서 “‘노무현부산국제공항’으로 만들자는 얘기도 나오지만 처음 신공항을 주장했던 대통령이기에 정치적 이유를 떠나 긍정적으로 생각해볼만하다”며 “다만 시민들의 의견이 중요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50대의 팔팔하던 스님은 이제 망팔의 노스님이 되었지만, 아직도 부산발전을 위한 생생한 로드맵을 잊지 않고 있는 혜총스님은 부산문화관광도시 대개조와 변혁을 위한 열정을 가진 깨인 지도자가 나선다면 불망지의 깨달음으로 얻은 증득의 지혜를 오롯이 나눌 계획이다.
유순희 기자
[2020년 11월 20일 제128호 10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