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림과 기다림이 미덕인 우리나라 전통 음식의 맛을 오롯이 살려 맞춤제작과 연구, 후진 양성에 힘쓰고 있는 다과상 전문기업이 있다.
해운대구 센텀북대로 센텀IS타워에 위치한 김나경전통음식연구소 ‘아나랑’. ‘아름다운 나의 사랑채’라는 이름에는 귀한 손님이 오시면 사랑채에 모시고 다과상을 차려 담소를 나눴던 것처럼, 한국의 사랑채 같은 역할을 하겠다는 김나경 대표(47)의 초심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김나경전통음식연구소는 떡, 한과, 가양주, 혼례음식 등 한국전통의 맛과 멋을 살린 다과상과 주안상을 재현해 맞춤제작하고 있으며, 각종 전시와 교육을 통해 전통음식의 비법을 아낌없이 전수하고 있다.
김 대표는 “한국전통음식연구소로부터 전통의 기법과 정신을 직접 전수받아 작품을 탄생시키듯 제품을 만든다”며 “합성보존료와 합성색소를 첨가하지 않은 최상의 천연재료만을 사용해 전통음식을 제작한다”고 말했다.
그는 평범한 주부로 살림과 육아에 전념하던 30대 후반, 어린시절 이종임 요리연구가의 프로그램을 보며 변함없이 품고 있던 꿈인 ‘요리연구가’가 되기로 마음을 먹고 공부를 시작해 치열하게 매진했다. 이런 결심을 하게 된 것은 ‘열정’과 ‘액션’이라는 두 책의 영향이다.
“늦게 시작한 만큼 서울, 부산을 오가며 한국전통음식연구소에서 전통떡, 한과, 전통주 등 여러 전통음식의 지식과 기술을 익히고, 따로 공부를 하느라 하루에 잠을 4시간 밖에 못자는 생활을 수년간 했다”는 김나경 대표.
최고가 되기 위해 열심히 한 만큼 행운도 따라줘 수상경력도 화려하다. 대한민국국제요리경연대회 전통주 부문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수상한 것을 비롯해 한국전통떡·한과산업박람회 떡전문부문에서 농림수산식품부장관상 등 전국규모의 요리경연대회에서 수차례 최상의 성적을 거뒀다.
전통음식의 매력에 빠져 이를 알리고 전수하기 위해 창업을 준비할 때도 “전국에서 실시되는 하우징 페어, 식음료 기자제전, 식품행사들을 다니면서 충분히 준비를 했다”는 그는 이 과정에 대해 “구슬을 그냥 꿴 것이 아니라 구슬을 꿰기 위해 실·바늘을 들고 찾고 도전하며 목표를 향해 나아갔다"고 표현했다.
김나경전통음식연구소는 2010년 창업 후 지금까지 전통음식만을 고집해왔다. 대중적인 분야가 아니라 결코 쉽지만은 않았고, 대내외적인 사회분위기를 타는 등 어려움도 있었다. 하지만 매년 전통음식 개인전시회를 개최해왔고, 2013년부터는 부산국제음식박람회 한식홍보관의 전시를 맡아 한국전통주의 변천사와 국빈들의 다과상 등을 재현해 전통음식의 우수성을 알리고 있다.
또한 2014년 한·아세안특별정상회담 다과상, BS금융그룹 부산은행 개소식의 다과상과 금고식의 주안상, 호텔의 국내외 내빈을 위한 떡 한과, VIP의전, 기업 등의 각종행사에 납품을 하며 감탄을 자아낼 만큼 정성이 담긴 우리 음식의 맛을 선보여 왔다.
전통음식의 맥을 이어나가는 연구가로서의 보람도 많지만 그중에서도 “부산의 향토음식 전시를 통해 알게 된 분들을 지도했는데 한 분이 대한민국국제요리경연대회 월드챔피언십에서 행자부장관상, 식약처장상을 받았고, 그 분이 운영하는 음식점이 더욱 신뢰받는 업체가 됐을 때 제 일처럼 기뻤다”고 말했다.
음식 만들 때의 감성을 언어로 담아내 시인으로 등단까지 한 김 대표는 음식 시로 자신만의 시 세계를 만들며 문단의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쉼 없이 달려왔지만 어떤 주문을 받더라도 처음과 똑같은 마음으로 최선을 다한다는 그는 “전통음식의 과학적 접근을 통해 목이 메지 않는 과즙떡을 개발해 특허 등록을 해 놓은 상태이며 이를 활용해 해운대보름달 떡도 개발한 만큼 부산을 대표할 수 있는 문화관광 상품을 좀 더 만들어 대중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한 “사업적으로 변화가 필요한 시기”라며 “손이 많이 가는 전통음식이지만 내가 다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연구개발을 꾸준히 하면서 생산은 해썹(HACCP)인증을 갖추고 전국유통이 확실한 전문가와, 포장은 포장전문가와 협업을 통해 다각화하고, 양산화할 계획”이다. 그러면서 “이들과 동반성장을 통해 내수도 좀 더 활성화하고 국제행사에도 꾸준히 참여하는 등 전통음식 연구가로서의 활동을 충실히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나경 대표는 수년째 모자 가정을 위한 사랑의 김치나눔봉사를 하고 있다. 좋은재료를 엄선해 수작업을 한 뒤 기관을 통해 모자가정에 전달한다. 창업을 하면서 세운 경영목표의 일환인 ‘나눔’의 꾸준한 실천이다.
“앞으로도 존경받는 요리연구가 되기 위해 더 노력하겠다”는 그는 “음식을 잘 만들 뿐 아니라 한국의 정서를 잘 담아 낼 수 있는 음식, 상대방이 먹었을 때 그 느낌까지도 알아챌 수 있는 섬세한 음식을 만들어 국내는 물론 전 세계에 널리 알리고 싶다”는 소망을 전했다.
박정은 기자
[2017년 6월 23일 제89호 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