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열리지 못했던 바둑대회가 전국적으로 많이 열리고 있습니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더글로리’의 주인공 송혜교 씨가 바둑 두던 장면의 영향으로 바둑대회를 후원하는 회사가 생겼고 여성 바둑 인구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아시아바둑연맹 김향희 사무총장은 밝은 표정으로 코로나19 이후 모처럼 활발해진 바둑계의 분위기를 전했다.
결혼 후 평범한 나날을 보내던 김 사무총장은, 평소 바둑 방송을 즐겨보던 남편을 통해 우연히 바둑의 세계에 입문했다. 바둑의 매력에 푹 빠져버린 그는 취미를 넘어서는 공부와 노력으로 실력을 쌓아, 1996년도부터 방과후학교 바둑 강사로 어린이들을 지도해 왔다.
특히 한국여성바둑연맹회원으로서 국내는 물론 국제바둑대회까지 개인전 또는 단체전으로 수없이 참여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기력도 향상되고, 무엇보다 30여 개 국가의 외국인 바둑친구들을 사귀게 되었다”고 한다.
이런 열정 덕분에 현재는 14개국이 참여하는 아시아바둑연맹 사무총장, 한국여성바둑연맹 해외홍보이사, 부산시바둑협회 이사, 한국여성바둑연맹 부산지부 부회장을 맡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신선들이 바둑 한판 두는 것만 보았는데도 나무꾼이 자신의 도끼자루가 썩는 줄 몰랐다는 설화가 있듯이, 바둑은 몰입의 즐거움이 크다”는 김 사무총장은 “바둑을 통한 다양한 사람들과의 교류는 참으로 행복한 일”이라고 말했다.
바둑은 늘 흥미롭고 새로운 깨달음 줘
외국인 여성바둑인들과 바둑잔치 소원
그러면서 바둑으로 얻을 수 있는 다섯 가지를 ‘위기오득(圍棋五得)’이란 말로 소개했다. 득호우(好友; 좋은 벗), 득인화(人和; 사람과 화목), 득교훈(敎訓: 가르침), 득심오(心悟; 깨달음), 득천수(天壽; 자기 수명을 다함)가 그것인데 김 사무총장은 “어떤 취미나 스포츠보다 그 재미가 으뜸”이라고 강조했다.
보람있는 일도 많았다. “초등 방과후학교에서 바둑 지도를 할 때 한 어린이가 말을 더듬어서 주변의 놀림을 당하곤 하는 사실을 알고, 그 아이의 장점을 찾아 공개적으로 칭찬을 자주 해주었더니 자신감 있게 행동하게 되었고, 6개월 정도 지난 뒤에는 신기하게도 말을 더듬는 현상도 없어졌다”는 특별한 경험을 들려줬다.
뿐만아니라 “인터넷 바둑사이트에서 알게 된 몇몇 외국인들이 한국을 찾았다가 연락이 와서 만났을 땐 정말 기뻤다”고.
“오랜 시간 바둑을 하다 보면 바둑 실력이 생각만큼 빨리 안 늘기도 하고, 바둑대회에 나가서 도 거의 다 이겼다고 생각했는데 방심을 해서 지고 말았을 때, 아쉽고 속상하다”면서도 “슬럼프 같은 것은 느껴보지 못했다”는 그는 “지금도 바둑을 두면 재미있기만하다”며 환히 웃었다.
바둑 실력 향상을 위한 김 사무총장의 노하우는 ‘배움에는 왕도가 없다는 생각’이다. “시간이 날 때마다 실전 대국을 하고, 사활문제도 풀고, 그룹으로 강의도 듣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바둑 공부를 하고 있다”며 “실력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바둑이 늘 흥미롭고 새로운 깨달음을 주기에 그 자체를 즐긴다”고 말했다.
김 사무총장은 3월부터 매주 화요일마다 연제구에 있는 부산바둑협회 공간에서 여성바둑 무료강좌를 하고 있다. 그는 “많은 여성들에게 바둑의 즐거움을 알리고, 바둑의 세계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아울러 “평소 알고 지내는 외국인 여성 바둑인들을 한국여성바둑연맹의 명예회원으로 위촉해, 모두 한자리에 모여 바둑잔치를 크게 벌여 보는 것”이 소원이라고 밝혔다.
박정은 기자
[2022년 3월 24일 153호 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