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하길 잘했다는 생각은 항상 해요. 누구나 각자의 방식으로 스스로를 표현하고 싶어 하잖아요. 저도 오늘의 생각과 기분을 묻어두지 않고 끄집어내야지만 또 내일을 살 수 있는 사람인 것 같아요. 그리고 그 음악이 누군가에게 힘이 된다고 느낄 때 저도 힘을 얻구요”
따뜻한 음색의 보컬을 중심으로, 간결한 어쿠스틱 팝 음악을 만들고 부르는 가수 온가영(32)씨는 “포근한 밤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편안한 노래를 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대학교 노래패에서 민중가요를 접하고, 난생처음 기타를 배우고 곡을 쓰는 법을 배운 그에게 하고자 하는 말들을 음악으로 전달하는 것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선후배들의 도움을 받아서 ‘초콜릿벤치’라는 어쿠스틱 밴드를 과감히 만들고 2016년 첫 공연을 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2년 후 5곡이 수록된 첫 EP앨범을 내고 이후 싱글 앨범, 컴필레이션 앨범, ‘프로젝트 반했나’에 참여하며 활발한 활동을 해 왔다.
“초콜릿벤치 활동을 하던 중 30대가 시작되면서 고민이 많아졌다”는 그는 2020년 겨울, ‘여기 잠깐 앉았다 가요-당충전 200%’라는 키워드로 달콤한 음악을 불렀던 20대의 초콜릿벤치를 떠나보내고 자신의 30대의 페이지를 펼쳐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고민 끝에 올해 초, 온기를 더한 나를 꺼내보자는 뜻으로 본명 배가영을 ‘온가영’으로 다시 이름 짓고 활동을 시작했다. “꼭 음악뿐만 아니라 글쓰기 등 나의 내면을 바라보며 창작하는 일들을 다 ‘온가영’이라는 이름으로 하게 되었다”고 했다.
지속가능한 원동력 만들고 연대공연도 적극할 것
온가영의 음악 필요한 곳 어디든 달려갈 준비 돼
그런 가운데 “전부터 저와 같은 여성들의 삶이 너무 궁금했다”는 가영 씨는 “30대가 되면 다들 어떻게 살고 있지? 40대인 언니들은 어떻게 살고 있지?” 라는 생각에 한동안 여성뮤지션들의 네트워크 ‘프로젝트 반했나’ 팀을 졸졸 따라 다녔다.
“언니들이 너무 멋져서 이렇게 살아도 좋겠다, 생각하면서 30대의 고민들을 조금씩 해소해나가고 있다”는 그는 “매일같이 터지는 여성혐오 범죄, 여성들이 겪는 문제에 분노하기도 하고,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을까? 고민할 때 노래로 연대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는 마음을 드러냈다.
기억에 남는 공연으로는 올해 부산여성회 90년대 생 여성노동자 힐링 프로젝트 마무리 공연을 꼽았다. “90년대 생 여성노동자로서 제 이야기와 노래를 했고, 자작곡 중 ‘잘 먹고 잘 삽시다’라는 밝은 곡을 불렀는데도 몇몇 분들이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고 여러 감정을 전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묘한 기분이었다”고 한다.
가영 씨는 최근 여성인권지원센터 ‘살림’의 20주년을 맞아 ‘프로젝트 반했나’로 축하 공연을 했다. “공연을 하러 갔는데 얼마 전에 봤던 여성운동서사 다큐멘터리 ‘언니’, ‘마녀들의 카니발’에서 봤던 멋진 언니들이 거기 다 계셨다”며 “세상을 바꾸는데 앞장섰던 그분들이 계셨기에 지금의 내가 있기에 앞으로 그 길에 음악으로 연대하고 싶은 바람을 갖게 되었다”고 말했다.
“혼자보다는 여러사람들과 재미있는 일들을 구상하고 현실화하는 게 더 즐겁고 힘이 난다”는 가영 씨는 “내년에는 어떤 사람들과 어떤 재미있는 것들을 할 수 있을까” 기대하는 중이다.
언젠가 ‘온가영’이라는 이름으로 음반도 낼 예정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조급해 하지 않고 꾸준히 계속해서 음악 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는 원동력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온가영의 음악이 필요한 곳 어디든 달려가겠다”는 그는 “올해는 글 쓰고 고민하고 혼자 파고드는 시간이 많았다면 내년에는 작곡 모임을 하거나 공연을 만들고 ‘프로젝트 반했나’로는 또 어떤 것을 해볼까 고민하면서 연대공연도 적극적으로 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박정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