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하는 봉사자 한태임씨
"적성과 취미도 살리면서 나이들어 할 수 있는 봉사가 무엇인가 찾다가 음악활동을 하게됐죠. 어느 무대에 서도 대가없는 봉사라는 점에서 뿌듯하고 당당하기도 하고요. 앞으로도 어르신들에게 즐거운 음악으로 위로하는 봉사활동을 계속할 생각입니다."
오십중반의 나이에 가정주부가 할 수 있는 최상의 보람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노래하는 봉사자 한태임씨(부산 수영구 남천1동). 중소기업을 경영하는 기업가의 아내로 남편외조 틈틈이 음악연습을 하고 월 1회 연산동 지하철역 문화공간에서 노인들을 위한 음악회와 각종시설 방문 무료공연을 여는 한씨는 최근 3~4년간 본격적 음악 봉사활동에 나서면서 몰라보게 건강해진 자신의 변화에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한다.
맹렬히 사회활동하던 여성이 결혼과 함께 살림에 묻혀 살면서 정신적육체적 피로가 수십년간 자신도 모르게 많이 쌓여왔던 것 같다고 말한다. 한씨는 스스로 아마추어 음악인이라고 지칭하지만 사실 젊었을 때 제대로 음악활동을 한 사람이다. 크고 작은 무대에서 화려한 박수갈채를 받던 그의 재능과 끼가 수십년 가사활동으로 묻히면서 스스로도 잊고 사는 동안 그것이 마음의 병으로 쌓여있을 줄은 몰랐다고.
다시 활동을 재개하면서 마음의 병도 고치고 이제는 직업이 아닌 봉사자로 팀원을 이끌고 사회봉사활동을 리더하고 있다.
"물론 처음엔 시집이 어려워 둘째아이를 낳기 전까지는 경제적 활동을 몇 년간 했죠. 7남매 장남에게 시집와서 시동생들 교육시켜 장가를 보내고 며느리로 아내로 엄마로 사는 동안 심신이 많이 지쳐 있었나봐요. 생각과 가치가 다른 가족의 틀 속에서 '나' 라는 존재를 까마득히 잊고 살았던 거죠. 그러나 이제라도 나만의 일을 찾아 뜻있는 활동으로 교분을 나누는 일은 새로운 인생의 재미도 느끼게 해주는 것 같아요."
노래야 천부적으로 타고났지만 4년여전부터 한씨는 색소폰을 시작해 지금은 능수능란하게 연주한다. 여성동호인 세 명도 트리오로 무대에 올라 함께 연주 실력을 선보이기도 한다는 그는 오로지 봉사를 하기위해 여가선용을 하는 셈이다.
오르겐, 드럼, 섹소폰 등 악기면 악기, 노래면 노래 못하는 게 없는 한씨는 천상 음악인. 그러나 무대에 서면 여전히 초보마냥 겸손해 한다. 쌈지돈을 털어 음악 자원봉사활동에 용감하게 나설 수 있었던 것에 대해 한씨는 현재 경남기계조합 이사장을 역임하고 있는 남편 이한욱 사장과 중소기업중앙회 소속 회장들의 격려 덕분이라고 소개를 잊지 않는다.
중소기업 회장들이 개최하는 각종 행사에 공연팀 협찬을 하고 그들로부터 받은 후원을 다시 노인들이나 교도시설 등 음악봉사활동에 나누어 돌려주고 있는 한씨는 봉사의 힘과 든든한 백그라운가 되어주는 회장들께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한편 한씨와 소리샘 색소폰 동호회 회원들은 매주 셋째 토요일 오후 3시 연산동 지하철역에서 시민을 위한 음악회를 열고 재능기부자들을 모아 노래 기악 매직 등 각종 공연을 선사하고 평균 150여명의 노인들을 대상으로 빵과 우유 등 간식거리를 제공하는 일을 하고 있다.
김유혜민기자
[2013년 5월27일 제42호 1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