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60세가 되어서야 겨우 나 자신을위한 인생에 눈을 돌리게 되었는데 정말 100세 시대를 살아가면서 시간은 남아도는데 사회 경력은 없으니 봉사밖에 딱히할 일이 없더라구요.”
중노년 여성 및 남성들의 의미있는 여가선용과 사회봉사를 위해 직접 주도해 만든 실버패션모델 봉사단체 '원더풀 라이프' 전영애(61)회장은 주부 33년차 사회활동 경력 2년차의 햇병아리 활동가다.
그러나 주부로서 살아온 30여년의 내공에 타고난 끼와 열정이 보태어져서일까. 사회로 뛰쳐나온 지 1년 만에 단체를 조직하고 굵직한 행사를 여러 건 치러낸 전회장의 추진력에 모두가 깜짝 놀란다.
지역의 중견기업인 조양실업(주) 회장이자 전 부산시노인연합회 회장을 지낸 전해수회장의 4녀인 전영애 회장은 동래여고 최초로 숙대 무용학과 과톱으로 입학했던 재원이었지만 졸업 후 의사남편을 만나 사회와 담 쌓은 채 현모양처로서만 살아왔다.
그도 그럴 것이 남편은 바깥활동을 원하지 않았다. 자녀양육과 내조를 원하는 남편의 뜻에 따라 젊은 시절을 다 보냈지만 자녀 출가 후 남편마저 지방으로 근무지를옮기면서 외부활동령?이 떨어졌다.
주말부부로 떨어져 지내는 미안함에 남편이 아내홀로 적적하게 보낼 시간들을 배려해서다.막상 오랫동안 애써 외면해왔던 바깥 활동에 대한 금족령이 풀렸지만 뒤늦게 전공을 살려 일할만 곳도 마뜩찮았고, 봉사밖에할 일이 없어 사회복지법인 '청전'에 문을 두드렸다.
베이비부머세대, 고학력 은퇴세대들의 일자리창출 차원에서 마련한 프로그램으로 일자리를 찾는 내담자들의 신청서를 받아서 상담을 하고 연결시켜주는 브릿지 역할을 하는 상담홍보직에 뽑혀 일을 한 게 첫 사회활동의시작이었다.
“우리 지역에서는 여성 넷, 남성 아홉 등 총13명이 선발되었는데 그때 사무국장으로부터 처 음 으 로 상 담 홍 보 에달란트가 있다는 소리를 들었죠. 저의 상담홍보실적은 1위였어요. 여기에 6개월 과정을 마치고 내담자 가운데 저의 상담역할을 통해 감명받는 내용을 활동수 기로 제출한 사람이 대상을 수상하면서 제가 알려지기도 했죠.
저 역시 사람을 응대하는 달란트와 무슨 일을 하든 적극적인 내면의 열정을 스스로 발견하게 된 계기이기도 했어요.”패션쇼는 우연찮게 시작했다. 복지관의 사업중에 실버패션쇼사업 있었는데 그해 9월 부산시 주최로 이루어지는 실버 패션쇼에 응모해보라는 사무국장의 권유에 지원, 봉사활동 틈틈이 2달간 워킹을 배우며10월 패션쇼 첫 무대에 올랐다.
“당시 실버패션쇼에 참가했던 봉사자들이 참 많이 아쉬워했어요. 그래서 제가 사회적으로 연계시켜 지속적으로 활동할 수있는 방안을 고민했고 실버패션모델 활동가들이 있는 서울까지 직접 쫓아가 자문을 구하며 실버패션쇼단체를 운영하는 벤치마킹에 주력했죠.”
긴급 실버패션쇼 봉사단을 꾸려 치른 첫 행사는 지역 엔터테인먼트사와 공동으로 진행하면서 '엑티브 뉴시니어 패션쇼' 무대에 섰고, 행사 후 지난해 2월 교사 등 전문직 은퇴자들로 구성된 42명을 멤버로 실버패션쇼봉사단 '원더풀 라이프'를 창립, 본격 출발하게 되었다고.
그동안 전회장은 많은 행사를 치렀다. 노인생활과학연구소(소장 한동희)와 MOU를 체결, 상반기에는 교양강좌를 통해단체의 전문성을 강화시켰다. 커뮤니케이션 기술, 컬러 진단과 표정 관리, 퍼포먼스와 워킹, 젊어지는 메이크업과 헤어 관리요령 등 웰에이징을 위한 교육에 주력했고,하반기에는 패션쇼봉사단 활동을 위한 연습에 주력했다.
자체 훈련과 노력 끝에 첫 선을 보인 것은 제24회 부산노인축제무대에 출연하는 봉사였다.단원 모두 머리 끝에서 발끝까지 자비를 들여 꾸며 보인 첫 무대는 성공적이었다. 이후 여기저기 출연 콜이 이어져 그동안 4번의 무대를 올랐다.
지난 연말 지역의 명사 몇몇을 초청한 가운데 스스로 자축하는 무대를 기획한 원더풀라이프 회원과 함께 하는 '가면무도회'도 사회의 관심을 끌었다. 원더풀라이프 멤버들의 활동이 여기저기 알려지면서 한 방송사에서도 실버세대들의 아름다운 노년의 삶을 새롭게 조명하는 다큐제작을 위해 전회장의 활동모습을 촬영해가기도 했다.
60세 이상 중 · 노년 패션모델 봉사단 운영 보람커
다양한 경력 회원 40여명으로 출발, 자비로 활동
“우리의 봉사를 필요로 하는 곳, 의미있는 일이라면 언제든 달려가겠다는 목표로 회원들이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전회장은 불우이웃돕기 자선행사를 비롯 앞으로 다양한 행사를 통해 사회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한다.
매년 1회 창립일을 기해 발표회도 준비하고 있다. 올해는 총선 때문에 선거이후로 미루어 개최할 계획이라고. “저는 참 운이 많은 사람같아요. 스스로 선택할 수 없는 좋은 부모와 가족을 만난천운, 재능과 끼를 갖고 태어난 지운, 주변의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된 인운 등 따지고 보면 복이 많은 여성이죠.”
그러나 그를 지켜본 주변에서는 말만 앞세우지 않고 솔선수범 하는 전회장의 모습과 무슨일이든 추진력 하나는 자타가 인정하는 열정적인 면들이 그를 따르게 만든다고 귀띔한다.
“지금 생각해보면 남편에게 감사해요. 가정에서만 일했기 때문에 오히려 신선했는지도 모르고 그동안 억눌려왔던 내재된 열정과 끼를 봉사에 발산하면서 그 능력이 배가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사회활동이 이렇게 재미난 걸 미적거릴 이유가 없잖아요? 앞으로도 노년의 당당한 모습, 사회적으로 기여하는 실버세대들의 유익한 여가선용을 위해 아름다운 봉사단을 이끌고 싶어요.”
'원더풀 라이프'는 순수 봉사단체인만큼 입회비 10만원에 월 2만 원의 회비를 내고, 무대 의상도 자비로 준비하는 만큼 관심있는 남녀 누구나 함께 참여할 수 있지만 품격과 봉사의 자세는 기본이다.
유순희 기자
[2016년 1월 25일 제72호 1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