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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마음을 움직이는 연주... 클래식 대중화 힘쓰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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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성보다 중요한 것은 실력이고 실력보다 중요한 것은 관중의 마음을 움직이도록 단원들의 감성을 뽑아내 무대와 객석이 온전히 하나되도록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문화소외계층을 향한 따뜻한 시선으로 나눔 공연을 실천하며 클래식 대중화운동에 힘쓰고 있는 정희자(48) 프라미스 쳄버오케스트라단 단장.

그는 가슴 따뜻한 지휘자다. 매 공연마다 객석이 넘쳐나고 일부러 동원하지 않아도 그의 공연을 즐기기 위해 사방에서 모여들 정도의 관중을 끄는 매력, 그가 가진 특별한 힘이다.
 
아직은 여성지휘자가 흔치않은 음악계에서 지난 10월 18일 영화의 전당 무대에 올라 지역사회를 깜짝 놀라게 했던 정단장. 그도 그럴것이 114년 전통의 우크라이나 르보브 필 하모닉 심포니 오케스트라단을 지휘하며 특유의 열정과 끼를 유감없이 펼쳐 보였다.
 
국내외 크고 작은 무대에서 지휘경험은 있지만 수천 여 객석을 가득 메운 대형 공연장에서 100여년 전통을 자랑하는 해외 유수의 오케스트라단을 단독 지휘하며 지역사회에 선보인 것은 처음이다. 일종의 지휘자로 공식 데뷔한 첫 무대인 것이다. 주최측의 배려로 클래식을 사랑하는 시민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티켓을 오픈, 참가 희망자 순으로 초청이 됐지만 영화의 전당 개관이래 클래식 연주를 보기위해 이번처럼 많은 관람객들이 몰리기는 처음이라는 게 공연장 측의 말이다.
 
실제 수백여 명이 자리가 없어 돌아갔다. 일부 관람객은 2부 공연에 겨우 2,3층 면 좌석을 이용해야 했을 정도였다. 클래식도 충분히 대중적 매력이 있는 장르라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한 공연이었다는 호평과 함께 여성지 휘자의 신선한 데뷔무대는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이번 공연은 주한 우크라이나대사관이 후원하고 한국국제예술교류협의회가 주최한 음악회. 음악사에 길이 남는 유명 작곡가 구스타프 말러,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루 제로와 같은 지휘자의 지휘봉 아래 세계적인 악단으로 발돋움한 '우크라이나 르보브 필 하모닉 심포니 오케스트라단'을 불과 공연 당일 하루 호흡을 맞추고 실수없이 멋진 공연을 소화해 정단장은 단원과 지휘자가 혼연일치 마음이 하나되지 않으면 도저히 성공할 수 없는 연주였다고 말한다.
 
그러나 공연 뒷 얘기이지만 사실 1부 공연에서 그는 단원들이 지휘대로 따라 주지 않아 애를 먹었다고 털어놨다. 한국전통 민요식 곡을 연주할 때 우리 가락 특유의 악센트를 조절하며 강약을 줘야할 부분에서 한국전통곡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잘 따라와 주지 않았을 때는 마음이 아팠다고. 그러나 2부 무대에 올라 연주 전 1분여간의 적막이 흐르는 동안 흐느낀 정단장의 눈물을 본 단원들이 그때서야 혼연일치 마음을 모아 지휘봉을 따라 줄때는 가슴이 벅찼다고 밝혔다.
 
"자리가 없어 돌아간 관람객들에 대한 미안함과 1부 공연 때의 속상함이 오버랩되어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다"는 정단장. 그러나 기도하는 마음으로 지휘를 했고, 순간적으로 숙연한 지휘자의 침묵이 동기가 되어 그때부터 단원들이 적극적으로 따라준 것 같다고 말한다. 때문일까. 그야말로 2부 공연은 무대와 객석이 온전히 하나가 되어 열광의 도가니에 휩쓸렸다.

정희자 단장이 지휘를 시작한지는 20년 가까이 됐지만 원래 바이올리니스트다. 신라대 음대에서 바이올린을 전공, 전 학년 장학생으로 졸업 후 러시아 국립 글링카 음악원 올가 마르첸코 교수로부터 사사받았고, 현재는 이캐리 가스파레 공립음악원 지휘과 박사과정중인 그는 그동안 유나이티드코리안 오케스트라단 대표, 부산아카데미 유스오케스트라단 단장을 맡으며 폴란드,이태리, 미국, 일본, 중국 등 해외 유수의 시립교향악단과 협연 또는 초청연주를 하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이외에도 우크라이나 자포르지에 국제청 소년 음악콩쿠르 심사위원으로 활동하는 등 부산예술대학 외래교수 인터내셔널 스쿨 강사, 현재 부산애터미쳄버오케스트라, 신도오케스트라, 솔빛 오케스트라 등 폭넓은 지휘자활동과 신라대 외래교수로 후학 양성에 힘쓰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그가 예술활동을 펼치며 주력해 온 건 나눔공연이다. 2006년 창단된 난치병 어린이를 위한 자선 오케스트라인 유나이티드 코리안 오케스트라단 대표로 공연팀을 이끌기도 했고 2005년 창단된 지금의 프라미스 쳄버오케스트라단 역시 소외받는 계층을 위해 매년 2회씩 찾아가는 음악회로 봉사하고 있다. 시향단원, 교사등 각자 직업을 갖고 있는 다양한 음악전공자 실력파 단원들이 의기투합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유치원 다니던 제자부터 입시를 준비하며 연을 맺은 제자 등 단원 일부는 정단장과 각별한 연이 있는 정패밀리들이다. 정단장의 아름다운 사랑의 하모니단은 청와대까지 알려져 이명박 대통령시절 사랑의 열매 추천으로 대한민국 나눔대축제 100인에 선정되어 대통령 초청오찬에 초대되는 등 보건복지부장관 표창을 받기도 했다.
 
그동안 그가 나눔공연을 실천한 것은 420여 차례. 티켓판매수익 전액을 난치병 환우들을 위해 기탁해 온 정단장. "제가 헌신적으로 봉사활동에 뛰어든 것은 2세 어린아이의 죽음이 계기가 됐어요. 습관처럼 공연 하루 전에는 지원해 줄 아이들과 통화를 하면서 연주 잘해서 수술비 도와주겠노라 약속하고 기도하듯 연주를 하는데 그 이튿날 수술도 받지 못하고 떠난 거예요. 조금 더 빨리 수술을 받았더라면 살수도 있었을 텐데 돈이 없어 시기를 놓치는 어린 생명들을 보면서 수술비 지원을 위한 정기연주회를 갖게 되었지요."
 
깨어있는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연주가 되기 위해선 테크닉보다 가슴으로 연주해야된다고 평소 제자들에게 강조해온 정단장은 "재능기부를 통해 나눔예술을 실천해 온 덕분에 연주회 때마다 결코 혼자가 아니란 걸 느끼게된다"며 "앞으로도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나눔공연을 실천하며 클래식은 어렵고 딱딱한 게 아니라 우리와 친숙한 것임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고 말한다.
 
유순희 기자
  [2015년 10월 26일 제69호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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