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남매 다둥이 가족을 만나다>
알콩달콩 23년차 부부 신윤식·김연숙씨 가족
엄마와 아빠는 성당에서 만났다.
둘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에게 반해 사랑했고 가정을 이뤘다.
그렇게 가정을 이룬 둘은 23년이 지난 지금 9개의 보물을 얻고
둘이 아닌 열한명의 가족으로 더욱 단단하게 뭉쳤다.
자그마치 아홉이라는 자녀를 둔
‘자식부자’ 신윤식 씨(53)와 김연숙 씨(50)가 자식자랑을 한판 펼쳤다.
아빠 신윤식 씨는 자식자랑에 얼굴에서 웃음기가 마를 새가 없다. 어느 부모인들 제 자식이 사랑스럽지 않겠는가마는 9남매 자랑을 모두 늘어놓자니 이들 부부 표정은 세상 무엇보다 평화롭고 풍족한 얼굴이다. 아빠에 뒤질세라 이어 엄마도 거든다.
“셋째(20세)는요, 배려심 많은 효녀예요. 얼마 안되는 용돈을 모아 그림을 좋아하는 아빠를 위해서는 ‘이젤 (easel)’을 선물하고, 생활이 어려울 땐 생활비로 쓰라고 용돈을 선뜻 내놓는 요즘 보기 드문 아이지요. ‘엄마, 힘들지?’라며 부모 걱정도 할 줄 아는 살가운 아입니다. 집에서 군기반장이자, '작은 엄마'예요. 동생들이 꼼짝을 못하죠”
그렇지 않아도 사람 좋은 인상의 부부는 자식 하나하나를 떠올리면 마냥 행복한지 한층 더 사람 좋은 얼굴로 웃음을 짓는다. 순서를 뺏길세라 아빠가 바통을 이어받는다.
“넷째(18세)는 의리가 있고 사교성이 좋아 친구가 많습니다. 운동신경도 굉장히 뛰어납니다. 어릴 때부터 몸이 잽싸고 정말 날아다녔죠. 자타가 공인하는 사실이에요.마땅한 운동학원 하나 못내는 게 부모로서 마음이 아프죠. 한때는 축구를 배우고 싶어했는데 여건이 따라주지 않아 좌절도 했고 가출로 속 썩인 적도 있지만 중3부터 마음잡고, 지금은 체육교사를 꿈꾸고 있습니다”
이어 부부는 차분하면서도 적응력과 판단력이 빠른 다섯째(15세), 여자아인데도 남자다운 성격의 적극적이고 개성 강한 여섯째(14세) 이야기를 계속한다.
“어른스러운 우리 집 5번은 걱정할게 없는 아이에요, 6번은 사교성이 너무 좋아 처음 보는 아이들과도 금세 친해집니다. 피아노, 기타, 댄스 관심이 많고 잘해요. 요즘은 태권도에 푹 빠져 있어요” 주거니 받거니 자식자랑에 여념 없는 부부에게 아이들이 힘들게 할 땐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에 주저 없이 답이 돌아온다.
“자녀양육시 정서적 안정감 주는 게 제일 중요”
넉넉한 지원 못해도 인생의 조언자 역할 교육방침
“생기면 낳아야죠” 자식은 하늘이 주는 선물이죠
천사들의 응원 감사, 형제많아 자녀들 자립심 강해
넉넉한 지원 못해도 인생의 조언자 역할 교육방침
“생기면 낳아야죠” 자식은 하늘이 주는 선물이죠
천사들의 응원 감사, 형제많아 자녀들 자립심 강해
“아이들이 방황할 때는 부모로서도 힘이듭니다. 하지만 그 시기를 겪고 난 아이들은 방황한 만큼 생각이 확 자라 있더라구요. 아이들은 꺾여도 다시 새로워질 수 있고 부모는 기다려야 한다는 것을 제 자식들을 키우면서 많이 배웁니다” 9남매의 엄마 연숙 씨는 돈으로는 넉넉하게 아이들을 지원하지 못해도 인생의 조언자로서 도움을 주고자 하는 게 교육방침의 기본이라 말한다.
한 가정에 사춘기자녀 한, 둘 만으로도 부모들은 쩔쩔맬 때가 많다. 자그마치 9남매를 건사 중인 이들 부부는 사춘기 자녀를 무려 여섯이나 겪다보니 나름의 교육법이 절로 세워진 것이다. 아이들에게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는 심리상담도 주저 없이 받는다고.
“다섯째가 걱정할 게 없는 아이다 보니 이후로부터 소홀했던 게 있었던지 여섯째는 애정결핍 같은 걸 느꼈나 봐요. 상담을 통해 알게 됐죠. 아무리 경험이 있어도 아이마다 개성이 있으니 신경을 더 써야 함을 새삼 깨닫게 되죠”라며 엄마가 양육의 팁을 털어놨다.
아빠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집에서는 공부하란 말을 안 한지 오래 됐습니다.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주는 게 젤 중요하다고 생각하니까요. 아이들과 부딪히면서 장단점을 발견하고 충분한 지원은 어려워도 아이마다의 재능을 발견하는데 신경을 씁니다”라며 윤식 씨도 아내의 생각을 거들었다.
아빠는 이제 마음이 조급하다. 이야기가 길어지니 이쯤에서 자식자랑이 끝날세라, 일곱째(10세)째 이야기를 서둘러 이어간다. “장남 못지않게 청음 능력이 뛰어난 거 같아요. 한번만 들어도 바로 연주를 하더라구요. 바이올린 , 피아노 ,오카리나 뭐든 잘 다루고 음악에 소질이 있어요. 학급에서는 반장을 맡고 있는데 인기도 많아요, 여건만 따라준다면 솔직히 서울대로 보내고 싶은 욕심이 나는 아이입니다”라며 7번 자랑에 즐거워한다.
아빠는 여덟째(9세)를 선천적으로 마음이 넉넉한 아이라고 말한다. “8번은 엄마를 닮아서 ‘천사’입니다. 동생이 자기 것을 빼앗아도 ‘안 그래도 너 줄라구 했다’라며 무엇이든 양보하고 막내를 다 받아줍니다”라며 얼굴이 예뻐서라기보다는 마음이 끌리는 예쁜 아이라고 자랑을 보탰다. 올해로 6살인 아홉 번째 막내는 엄마아빠의 피로회복제로 두말할 것도 없는 사랑스런 막둥이다.
보통은 엄마들이 아이들에게 더 관심이 많게 마련이지만 9남매에게는 엄마 못지않게 아빠의 관심도 세심하다. 남매 하나하나를 되새기며 자랑하는 윤식 씨의 자식에 대한 사랑은 유난히 지극해 보인다.
그도그럴 것이 윤식 씨는 여동생 외에 다른 형제가 없다보니 자식욕심이 남다르다. 어린시절부터 형제가 많은 집을 부러워했던 윤식 씨는 자식을 열둘은 두겠다 마음먹었단다. 그것도 전부 아들로. 아무리 그래도 아홉은 좀 많다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카톨릭 신자인 이들 부부는 자식은 하늘이 주신 선물이라 여기며 지극히 자연스럽고 감사히 받아들였다. 때문에 주변의 시선을 오히려 이들 부부는 이해하기 어렵다.
“자식은 아무나 주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하늘이 주셨을 때는 다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주변에서 둘째 때는 축하도 받고 셋까지는 환영도 받았지만, 넷째부터는 걱정도 하고 만류를 했습니다. 다섯째 때는 어쩌려구 하느냐, 심지어 미쳤나는 말까지 들었죠. 하지만 자식의 숫자가 늘어난다고 불안하거나 두려워하진 않았어요. 전쟁터에 활을 들고 나갈 때 마치 화살통에 화살이 가득 찬 것 같은 든든함이 있습니다”
혹자는 그것도 넉넉한 경제력이 뒷받침이 되니 가능한 일이 아니냐고도 하겠지만, 사실 이들 부부의 형편은 그리 넉넉한 편이 아니다. 지난 2012년 간경화 2기 판정을 받은 윤식 씨는 무리한 일은 하지 못한다. 혈소판 수치도 현저히 낮아 상처가 나면 피가 멎지 않아 지금도 동아대병원을 정기적으로 다니며 추적검사를 하고 있다.
남매의 엄마 역시 아홉이나 되는 아이들을 돌보려면 파트타임으로 일을 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다행히 정부의 지원과 복지관, 성당의 지인들로부터 다양한 도움을 받지만 11명의 대가족에게는 턱없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이 저희 가족에겐 천사입니다. 천사들의 응원을 아는지 다행이 아이들도 전부 장학금으로 대학을 다니고 있습니다. 특히 큰 아이들은 스스로 아르바이트를 하며 교통비와 용돈을 벌어쓰니 너무 고마울 따름입니다. 형편이 그리좋지 않으니 오히려 아이들이 빨리 성숙해지는 것 같더라구요”라며 부부는 말한다.
이들 가족도 한때는 해운대 신도시의 넓은 아파트에 살며 풍족했을 때가 있었다. 하지만 IMF여파로 자영업의 타격을 입으며 이들의 보금자리는 경매로 넘어갔고, 빚만 잔뜩 안은 채 무일푼 신세로 전락하게 됐다고.
“사정을 알게 된 고마운 분이 수정동 산비탈에 내어준 집에 살 때는 살림까지 전부 뺏기고 말았어요. 아이들한테 험한 꼴보이지 않으려고 빨간 딱지도 세간 뒤편에 붙여 달라 사정한 적도 있었고요, 차압과 빚에 시달리다 결국은 손을 들고 말았지요” 부부는 지금 파산과 복권을 거쳐 금융회복 과정에 놓여있다.
“정말 힘들었습니다. 흔히 하는 말로 길거리에 나 앉을 판이었고 동사무소에서도 저희를 도우려고 최선을 다했지만 방법이 없더라구요. 너무 긴급해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시장님을 만나 보려고까지 한 적도 있었습니다. 부산종합사회복지관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사례가정으로 지정되어 여러 가지 방법으로 도움을 받다보니 지금은 많이 편해졌습니다”라고 9남매의 아빠가 말했다.
도움을 청하기 위해 방송출연 등을 권유받기도 했지만 한참 예민한 성장시기의 아이들이 걸려 차마 그마저도 할 수 없어 난처했었다고. 4번이나 이사를 한 끝에 또 다른 천사들의 도움으로 지금은 11명의 식구가 둥지를 틀 수 있는 보금자리를 얻게 됐다.
“전세대출로 마련했지만 조건이 너무 까다로워 무척 힘들었습니다. 가족 수와 상관없이 기준이 너무 획일적이라 조건에 맞는 집을 구하는 게 어려웠습니다. 예외적으로 다자녀 가정에 적합한 별도의 기준이 없음이 아쉽습니다”
힘들게 마련한 집이지만 11명의 가족에게는 턱없이 좁은 공간이다. 다행히 성당에서 알게 된 고마운 분들 덕분에 내부구조를 변경해 살아가고 있지만, 아이들이 커가면서 각자의 공간이 필요하기 마련. 방이 부족하다보니 꼬맹이 셋은 엄마아빠의 방에 제 물건들을 두고 같이 지낸다.
“제 친구 말로는 뉴질랜드의 경우 자녀가 많으면 나라에서 많은 지원을 해 준다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막상 아이를 많이 낳으라고는 하지만 지원기준과 현실이 너무 맞지 않는 것 같아요. 공과금도 세금도 보통 가정의 몇 배나 많습니다. 아이들이 교통비와 용돈을 벌려고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금액까지 소득에 포함시켜 지원금을 삭감하더라구요. 대가족에겐 정부의 지원금은 적은데 기준은 너무 타이트해요. 정책이 잘 마련돼야 저출산을 극복할 수 있다고 봅니다”라고 윤식씨는 말한다.
“주변에서는 어떻게 그 많은 아이를 다 키우냐고 합니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돈이 드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돈 때문에 아이낳기를 꺼리는 건 아닌 같아요. 신은 반드시 극복할 수 있는 힘도 함께 주십니다”라고 말하며 “예체능에 소질 있는 아이들 얘기를 하다보면 학원비가 많이 들었겠다 생각하겠지만 사실, 아이들이 어릴 때 바이올린을 전공한 시누이 덕분에 음악에 대한 재능을 알게 됐죠. 아이들 고모에게 레슨을 도움받았어요. 어디 변변한 학원 같은 건 엄두도 못 냈고 악기도 늘 빌려서 쓰고 있죠. 부모로서 안타깝고 마음이 무겁죠. 하지만 꿈과 희망이 있으면 어떻게든 길은 열린다고 생각합니다”라며 연숙 씨가 속내를 털어놨다.
부부 서로가 천사라며 내가 먼저 반했다고 말하면서 23년차의 돈독한 부부애를 자랑하는 윤식 씨와 연숙 씨. 비록 아픔과 시련을 겪었지만 결국은 세상 사는 지혜를 얻게 됐다 여기는 무한 긍정의 에너지가 9남매 성장의 자양분이 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유시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