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잘 놀고 잘 지내는 모습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뿌듯하죠” 남구 감만동에서 올망졸망 다섯 자녀를 키우고 있는 이재운(45), 안현주(44)씨네 가정을 찾았다.
아직 아이들이 한창 뛰어놀 나이라고 전쟁터 같이 어질러진 집안을 상상했다간 큰 오산. 널찍한 전길 겸 현관에 가지런히 정리된 자전거와 킥보드를 지나쳐 안으로 들어서니 확 트인 전망을 배경으로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인테리어가 감탄을 자아낸다.
아이들이 많은 집이구나 느낄 수 있게 한 것은 거실에 깔려있는 여러 개의 매트와 배달 온 유산균 음료의 개수다.
첫째 채영(10), 둘째 채원(9), 셋째 채윤(6), 넷째 채은(4), 다섯째 준서(2) 모두 하나같이 손이 많이 갈 나이지만 엄마 현주 씨의 표정은 여유롭기만 하다.
"그저 보고만 있어도 뿌듯한 다섯 보물" 에너지원
땐때모찌(?) 아빠와 육아달인 엄마의 남다른 자녀교육
다섯 아이 키우지만 미래 위한 저축은 “꼬빡꼬빡”
그는 “아이가 많아도 성향들이 다 달라요. 첫째 채영이는 매사에 야무지고 물건 정리도 잘하는 단정한 스타일이라면 둘째 채원이는 남자아이처럼 털털합니다. 잘 먹어도 살이 잘 안찌는 셋째 채윤이는 그래서 늘 마음이 쓰이고, 넷째 채은이도 아직 4살인데 막내 동생을 끼고 있는 엄마의 손길이 부족하다 느끼지 않도록 신경쓰고 있습니다” 라고 말한다.
혹여 걱정하실까 셋째부터는 양가에 임신사실을 알리지도 않았고 배가 불러도 크게 표나지 않는 편이라 낳기 직전까지 출산을 비밀에 붙였단다. 특히나 다섯째 준서를 낳을 때는 하루전날 초음파에서도 딸이라고 해서 마음을 내려놓고 혼자 아이를 낳으러 병원에 갔는데 낳고 보니 아들이었고, 지금은 온 가족의 사랑을 받는 귀염둥이다.
다섯 아이를 키우지만 아이들과 관련된 학교상담, 교통봉사 등은 빠짐없이 챙긴다는 현주 씨. 학교상담을 가면 다자녀 가정의 아이들은 사교성, 배려심, 양보심이 몸에 배어 있다는 말을 듣곤 한다. 실제로 휴대폰 게임으로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이 많은 요즘, 뭘 하든지 서로 부대끼며 잘도 노는 아이들이 고맙기만 하다.
아이들이 학교와 어린이집에서 돌아오는 오후 시간 때가 되면 현주씨도 바빠진다. 그러나 유아교육을 전공하고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친 경력을 가진 그는 저녁시간대에 아이들이 책 읽고 숙제하고 다음날 등교준비를 마치고 잠들 때까지 부지런히 챙긴다.
물론 다자녀를 키우면서 눈물을 흘릴 정도로 힘들었던 순간이 없었던 건 아니다. 첫째 채영이는 열 경기를 해서 열이 날 때마다 초긴장을 해야 했고, 셋째 채윤이도 돌 때까지 병치레를 했다. 거기다가 아이가 입학을 하고나니 어른들이 “요즘 세상에 다섯?”이라며 걱정스러운 말을 아이한테 함으로써 아이가 가치관의 혼란을 느끼기도 했다고.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아빠 재운 씨의 각별한 아이들 사랑과 자녀를 많이 키우면서 터득한 현주 씨의 노하우로 잘 극복해 나가고 있단다.
아이들이 많다고 경제적으로 빠듯하고 생활이 어려울 거라 생각한다면 그 또한 편견이다. 현주 씨가 아이들을 많이 낳고도 큰 부담 없이 양육에 집중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요즘 보기 드문 아빠 재운 씨 덕분이다.
재운 씨는 감만동 소재의 한 회사에 23년 가까이 근무를 한 데다, 술 담배를 하지 않고 한 달에 한두 번 모임을 제외하고는 거의 가족과 함께 한다. 거기다가 총각시절부터 돈을 허투루 쓰지 않는 알뜰한 습관으로 집장만도 일찌감치 했다.
아이 다섯을 키우면서도 연간 남부럽지 않은 금액을 저축하며 내실 있게 산 결과 아이들에게 부족하지 않은 환경과 교육을 제공할 수 있다고.
현주 씨는 또 팔순이 넘은 나이에 아이 다섯 낳느라 정신없는 외동딸 뒤치다꺼리가 힘들만도 한데 사랑으로 다섯 아이를 돌봐 주는 친정어머니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는다. “어머니 덕분에 다섯 아이 육아를 하면서도 스트레스를 받기보다 오히려 이런저런 사회활동도 하고 있다”고 말한다.
현주 씨는 “요즘 같은 저 출산 시대에 아이 하나를 키우는데 얼마가 든다라고 계산적으로 접근하면 해법이 없다”며 “낳아 키우는 재미와 보람을 많은 사람들이 알아가고 공감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정은 기자
[2016년 11월 23일 제82호 2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