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장애인 성‧가정폭력피해자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부산여성장애인연대 부설 성․가정통합상담소’가 지난 2001년 전국 최초로 문을 연 뒤 20년 넘게 적극적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장명숙 소장은 “상담 건 중에 성 사안이 가장 많다”며 “2011년부터 2020년까지 상담소의 통계를 보더라도 전체 상담 건수 중 60.4%가 성폭력 상담 건이었고, 가정폭력 상담 및 기타 상담이 39.6%”라고 밝혔다.
또, “성폭력피해자 중에는 지적장애인이 55.3%를 차지하고, 연령 또한 특정 연령층에 집중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유아에서 80세가 넘는 고령층 피해자도 있다”고 덧붙였다.
평범한 직장 생활을 하다가 ‘여성의 전화’에서 하는 상담원 교육을 받은 것이 계기가 되어 이 길로 들어섰다는 장 소장은 2001년부터 상담소에서 여성장애인 성․가정폭력 피해자들을 지원했다. 2011년에 퇴직해 한국여성인권진흥원에서 진술분석가 및 진술조력인으로 일을 하다, 2014년 말 재입사해 현재까지 장애인 폭력피해자를 지원하는데 전력을 다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상담소의 특징적인 점이 피해당사자가 장애인들이다 보니 본인과 가족들이 상담을 의뢰하기도 하지만 이웃, 교사 등 주변인에 의한 의뢰가 많다. 피해당사자들은 본인의 피해를 인식하지 못해 상당한 기간 피해를 입고, 자신의 피해 사실을 폭로해야 한다는 의지를 갖기까지 시간도 필요하다.
반면, 가해자들은 피해자들이 장애특성 때문에 주변에 알리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해 자신의 행위를 부인한다. 3년 동안 법정 다툼을 한 어느 가해자는 법정 구속이 되면서까지 자신의 잘못을 부인하며, 피해자의 장애를 몰랐다고 주장할 정도이다.
피해자 상담 및 심리치료, 법률‧의료지원, 각종교육 진행
부산에 여성장애인가정폭력피해자보호시설 설치 됐으면
“돌이켜보면 20년간의 모든 활동이 쉽지 않았다”는 장 소장은 “피해자가 2차, 3차 재피해에 노출되어 상담소에 다시 찾아왔을 때, 피해자 주변을 둘러싼 2차 가해, 사건이 더디게 진행될 때, 피해자와 가족들의 요구가 다양해지고 있는 반면 피해자 지원에 한계가 있을 때, 피해자를 A에서 Z까지 지원해야 하는 경우” 등 항상 어려움은 있다고 말했다.
뿐만아니라 “소수의 상담원들이 피해자 상담과 심리적 치료, 보호자 상담, 법정 모니터, 의견서 제출 등 법률지원, 병원 동행 등 의료지원, 피해당사자 폭력예방교육 및 부모교육, 행위자 특별교육 등을 해야 하기에 번아웃 될 때도 많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장 소장을 비롯한 상담원들은 피해자가 회복되어 일상으로 복귀할 수만 있다면 이 모든 힘듦을 감내한다. 이러저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판사가 피해자의 손을 들어주었을 때, 피해자가 심리적으로 안정을 찾아 지역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갈 때, 수년 동안 피해자보호시설에서 거주하다가 독립해 나갈 때, 결혼한다고 찾아올 때” 느끼는 보람을 보상으로 여긴다.
장애인 관련해 변화, 개선되어야 할 법이나 제도가 많지만, 장 소장은 특히 정신장애인 폭력피해자 지원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정신장애인의 특성상 돌발행동이나 자살시도 등 다양한 행동적 특성들이 나타나 지원하는데 어려움 있다”며, “정신장애인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한 매뉴얼과 프로그램 개발, 입원시스템 간소화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또, 피해자의 안전을 위해 성년후견인 판정에 대한 법원의 판단 기간도 최소화 되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외에도, 가해자 측에서 발달장애인을 증인 소환할 때가 있는데, 피해자가 낯선 법정에 서면 특히 가해자 측 변호사 등의 질문내용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법정 용어를 몰라 답을 하지 못한다. “이 경우, 해바라기센터에서 영상 녹화한 영상물로 대체하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장애인 피해자 지원을 위해 향후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 온 것이 “여성장애인가정폭력피해자보호시설 설치”라고 강조했다. 그는 “상담소의 2021년 상담통계에도 여성장애인 가정폭력피해 건수가 554건이며, 쉼터에 입소하고자 하는 피해자가 있어도 부산에는 여성장애인 가정폭력피해자들을 위한 쉼터가 없어 전라도 광주나 경기도 여주로 연계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려면서 “부산장애인권익옹호기관에서 운영하는 학대쉼터가 있지만, 입소기간이 3개월 정도의 단기라 중·장기 입소를 필요로 하는 여성장애인 가정폭력피해자들에게는 맞지 않고 때로는 가족 단위로 입소를 원하고 있어 쉼터가 꼭 필요하다”는 오랜 현장 경험자로서의 바람을 전했다.
박정은 기자
[2022년 6월 24일 145호 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