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rrent Date: 2024년 12월 04일

인터뷰

긴장속에 출동하는 3분…시간이 "생명"

 
 

 
“현장에 도착하기 전까지 아무것도 장담할 수 없어요. 소방구급대원은 그야말로 30초 3분인생이죠. 초를 다투는 일이다보니 늘 긴장상태로 살아요.”

직장인이 매일아침 가장 먼저 듣는 알람소리 보다 더 긴장되고 가슴떨리는 경보벨소리에 날래게 몸을 놀려야 하는 사람, 생활자체가 긴장과 스트레스의 연속인 그들, 사명감하나로 현장을 뛰는 소방관 이은경(35) 부산해운대구 소방서 응급요원도 바로 그런 사람이다.

그들이 출동하는 곳은 바로 사고현장. 웬만해서는 눈도 못 마주친다는 참상 속 에서도 침착한 조치를 취해야하는 여성응급요원들은 소방대원의 꽃이기도 하다. ‘소방의 날’을 맞아 올해 9년차 경력의 배테랑 이은경 해운대구 소방서 응급요원을 만나 생생한 경험담을 들어본다.
 
이은경 소방대원이 소속된 해운대구 소방서는 부산지역에서 규모도 크고 다양한 종류의 소방차들이 갖춰진 곳. 구경할 틈도 없이 벨을 시끄럽게 울리고 지나는 소방차가 어디론가 쏜살같이 출발하자 입구부터 긴장감이 돈다.

비상시 출동 하는 3교대 근무로 밤낮없이 일하는 근무상황이지만 선한인상의 이은경 대원이 반갑게 맞았다. 출동 업무외에도 유치원 소방교육이나 각 기업 기관 등의 응급CPR교육을 비롯해 여름에는 바다 구조대 일까지 다양한 업무를 겸하고 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삶의 연속인 그이지만 집에서는 어엿한 두 아이의 엄마. 전직 간호사였던 그녀가 사고현장에 출동하는데 적응하는 것은 사실 쉽지 않았다고 털어 놓는다.

“병상에 누운 아픈 환자들을 돌보다가 현장을 대하니 정말 참혹했지요. 처음에는 심하게 다친 초등학생 모습이 어른거려 한동안 힘들기도 했어요.” 지금은 만성이 돼 담담해진 편이긴 하지만 여전히 죽어가는 모습, 다친 모습에는 적응할 순 없는 지 사실 겁이 조금나기도 한단다.
 
응급요원 일은 담이 센 사람들이 할수 있는 일이라 강심장을 필요로 한다는 그는 해를 거듭할수록 담력이 커지는 것 같아 다행이라고 말한다. “사실 환자의 심장이 멈춰도 침착하게 CPR을 진행해야 해요. 오히려 긴장이 될 때는 제보를 받고 출발하는 순간이겠지요.” 제보로는 상황을 전부 알 수 없기 때문에 막연히 추측만하고 만반의 준비를 해갈 때인 출동 3분의 시간이 되레 숨막힐 지경이라고 털어놓는다.

“한번은 목에 칼이 박혀있다는 제보를 급히 받고 출동한 적이 있었어요. 정말 놀라서 입이 바짝 말랐지요. 출동해보니 부부싸움이 있었던 것 같고 입천장에 칼로 난 상처가 생겼는데 정말 상황자체가 끔찍했지요.” 그렇게 상황이 안좋은 환자까지 안전히 응급처치 후 의료원에 보내고 나면 비로소 안도의 숨을 쉬게 된다고.
 
주로 원스톱 시스템이 연계되어 있는 부산의료원과 부산지방경찰청 여자형사반 등 경찰의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연계하는 것도 이대원의 역할이다.

때때로 근무도중 장난전화에 속아 출동하는 헤프닝도 있지만 늘 출동의 연속인 일. 사실 이런저런 마음고생보다 마음졸이며 열심히 달려갔건만 교통사정이 좋지 않아 도착이 늦어졌을 때, 시민들의 불편과 원망의 소리를 들을 때면 마음이 아프단다.
 
 “모르는 분들은 하루에 몇 번 사고 난다고 이제 오느냐? 늦어서 사람 죽겠다” 고 화내는 사람, 기운 빠지는 장난전화 출동까지 다양하지만, 꼭 해야할 일을 한다는 보람 때문에 그것도 당연한 일로 받아들인다고.
 
가끔 살려주어 감사하다며 잘 지내느냐고 안부 전화하는 어르신들로부터 보람을 느낀다는 그는 심지어 음료 한통 사들고 직접 찾아오는 분들까지 소방대원의 역할을 감사히 여기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아 뿌듯하다고 말한다.
 
“한번은 신종플루가 의심되는 학생의 부모가 호송을 요청하는 신고가 있어 출동한 적이 있었죠. 장애가 있어 걷지 못하는지, 열이 크게 올라 정신을 잃었는지, 마비가 온 상태인지 물어보니 다짜고짜 화내며‘ 병이 걸려 내 자식 죽게 생겼다며 무조건 오라고 한 경우도 있었죠. 놀라서 들것과 호흡기를 챙겨들고 부랴부랴 달려가니 학생이 멀쩡히 아버지 손을 잡고 걸어 나오고 아이를 구급차에 태우고는 그 아이 아빠는‘ 곧 차타고 따라갈게.’하는데 어이가 없더라구요.”
 
그는 자식 소중한 마음은 잘 알지만 어렵고 긴박한 사람들을 돕는 응급출동을 하는 일 하다가 가끔 이런 상황에 직면하게 되면 호송은 하지만 회의를 느낄 때도 있다고. 그래도 자신의 일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고 꼭 필요한 일을 한다는 자부심’ 때문에 오늘도 현장을 나선다는 그는 소방대원의 일이 매력적이라고 소개한다.

현장도 끔찍하고 밤낮이 없으니 여자에겐 힘든 일이라는 선입관이 있지만 간호사로 병원에 있을 때보다 훨씬 배우는게 많다고 말한다. 아직은 여성 소방대원의 수가 적은편.
 
대부분 행정직이거나 응급요원에 불과하지만 머잖아 외국처럼 현장을 출동하는 화재진압이나 구출현장을 뛸 여성대원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활동적인 여경도 많고 금녀의 영역으로 간주되어왔던 많은 영역에서 여성들의 역할이 많이 늘어나고 있지만 소방서만큼은 아직 여성대원의 수가 적은 것 같다고. 3대교 근무상황도 그렇지만 현장에서 민원인들로부터 접하는 거칠고 험한 말들도 묵묵히 받아내야 하고 늘 긴장 속에 살아야하는 부담감 때문에 꺼리긴 하지만 서서히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라고 말한다.

월급을 쪼개 직원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지역의 어르신들에게 김장봉사나 반찬봉사도 잊지 않는 소방대원들은 몸도 구출하고 마음도 구출하는 사회의 따뜻한 봉사자들이라고 긍지를 갖는단다.
 
고된 근무 속에서도 이웃과 시민을 향한 따뜻한 정과 봉사하는 마음을 잊지 않고 있는 이대원 역시 천상 소방대원이었다. 인구 10만명 당 겨우 한명뿐인 소방관의 수적 열세가 안타깝지만 이들이있어 우리 사회가 든든하다.
 
심은주 기자 
[2009년 11월 23일 창간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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