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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광안해변을 철새의 낙원으로 만들고파”

 
배정선 '갈매기 친구들' 회장

"지난 4개월여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이른 아침 갈매기친구들에게 먹이를 주며 교감을 나누어왔는데 이들을 떠나보낼 때는 늘 섭섭해지네요.
 
다시 건강하게 돌아오기를 염원할 뿐이죠." 해마다 11월 즈음 부산에 왔다가 3월께면 베링 해,쿠릴 반도나 캄차카반도 등으로 돌아가는 갈매기들을 환송하는 특별한 의식을 열고있는 '갈매기친구들' 배정선 회장은 지난 몇 개월간의 소회를 이렇게 털어놨다.
 
이른 아침 6시30분부터 오전 7시까지 비가 오나 눈이오나 하루도 빠짐없이 광안리 바닷가에 나와 갈매기들에게 먹이를 주고있는 배회장은 누가 시켜서 한 일도 아니지만 우연찮게 갈매기친구들과 인연을 맺으면서 언젠가부터 도맡아 이 일을 해오고 있다.
 
"가끔 회원들도 나와서 먹이주는 일을 도와 주곤 하지만, 사실상 꾸준히 하긴 어려워요. 바쁜 일상속에 더구나 출근을 준비해야 하는 시간에 나와 새들에게 먹이를 주는 일은 어렵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등학교에서 국어와 한문을 가르치는 교사인 배회장은 몸이 아프건 일상이 바쁘건만사 제쳐두고 갈매기친구들에게 먹이주는 일부터 하루일과를 시작한다.
 
전날 저녁에 광안리 일대 활어센터에서 버려지는 생선 내장이나 껍질, 꽁지, 대가리 등을 새들이 먹기좋게 잘게 썰어 아침에 이곳 광안리 바닷가에서 새들에게 나누어 준다.
 
"매일 활어들을 살생하면서 마음이 편칠 못하고 기분이 찝찝했는데 갈매기 친구들을 위해 생선 찌꺼기들을 장만하면서 조금이나마 업보를 닦는 것 같다는 활어센터 배둘남 회원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먹이를 줄수 있었다"는 배회장은 먹이차량이 오면 온갖 교태로 비행을 하고 좋아서 춤추듯 난리 법석을 떠는 갈매기 친구들을 보면 하루도 거를 수 없다고 말한다.
 
이곳 광안바닷가를 찾는 갈매기들은 성조에서 어린아기 새에 이르기까지 그 종류도 다양하다고. 노랑방 줄무늬 갈매기, 괭이 갈매기, 재갈매기, 큰재갈매기, 가마호지, 검은머리갈매기, 붉은부리 갈매기 등 철새들의 종류도 다양하다.
 
수년 동안 이 일을 해오면서 조류박사가 다 되어버린 듯한 배회장은 갈매기친구들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특별한 사람을 추억했다. 지금은 고인이 되어버린 고 오건환 부산대학교 지리학과 교수가 바로 '갈매기친구들'을 만들어낸 사람이기 때문이다.
 
25년전 광안리 바닷가를 찾았다가 50여년 전 처음만났을 때의 광안리 해변과는 너무나 많이 달리 변했고 환경의 훼손과 도시화로 인해 새들의 모습도 찾아볼 수 없음을 안타까이 여겨 새들을 다시 불러 모으자는 취지에서 먹이를 주기 시작한 일이 지금에 이른 것이라고.
 
그동안 뜻을 함께 하는 회원들도 늘어 지금은 400여명에 이른다. 환송제도 많이 커졌다. 매년 3월초 갈매기친구들을떠나보내는 날은 옛 광안해변 선착장이 있던 자리인 파크호텔 앞에 메인무대를 설치하고 환송시낭송, 갈매기 일가의 슬픈 이별을 주제로 한 환송극, 태평무, 발리댄스 각종 공연 등 사진전과 부산바다사랑 스쿠버다이빙 회원들의 바다입수 환송의식 등 통통배를 띄워 갈매기들에게 마지막 먹이를 주며 다채로운 의식을 열고있다.
 
6년전 회장을 갈매기 보호단체인 '갈매기 친구들' 회장을 맡아 한층 다채롭고 풍성한 문화행사로 키워온 배회장은 사진작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앞으로 갈매기친구들의 다양한 모습을 사진에 담아 한중교류전을 가질 계획. 갈매기와 광안리 등과 관련된 다큐형태의 이미지 영화도 기획중이다.
 
"비록 환경파괴로 서식의 조건을 점점 잃어가고 있지만 '갈매기친구들'의 따스한 손길을 기억하고 해마다 더 많은 철새가족들이 이곳 광안리를 기억하고 돌아오기를 바랄 뿐이죠."
 
갈매기들이 자신을 알아볼 때가 가장 보람있고 흐뭇하다는 갈매기 수호천사 배정선 회장. 다시 광안해변이 새들의 낙원으로 번성하길 염원한다.
 
유순희 기자
[2011년 3월 18일 17호 11면]
[2011년 3월 18일 17호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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