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은경 일심장학회 회장
동경을 무대로 대기업 패션 디렉터로 활동하며 주가를 날렸던 패션업계 마이더스의 손이 고향 부산으로 돌아와 장학사업과 지역사회 봉사에 전념하고 있다. 일심장학재단 성은경(48) 회장.
삼성여고 졸업 후 일본으로 건너가 패션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삼성물산 동경지사장, SS패션, 제일모직 등 20여년간 패션디렉터로 활동했다. 주로 동경을 베이스로 한국을 오가며 한국패션산업세계화에 기여해온 패션전문가다.
부가가치가 높은 패션업계 종사하면 서 성회장이 기획한 브랜드 대부분 런칭에 성공하면서 소속 회사에 막대한 이윤을 창출, 젊은 시절 적잖은 돈을 만지기도 했다.
성회장은 당시 그가 동경에서 패션디렉터로 활발히 일할 때 이건희 삼성회장이 한국 패션브랜드를 세계화할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파리, 밀라노, 동경지사를 통해 물색 끝에 찾아낸 인물이다.
3번의 제의와 거절 끝에 수락한 성회장은 97년부터 삼성과 계약, 본격적으로 한국브랜드와 일하기 시작했다. 당시 IMF로 삼성물산이 제일모직과 합병되었을 때, 회사를 살릴 수 있는 브랜드 런칭과 기존 브랜드 리뉴얼 작업을 맡았다. 현재 유명 백화점 마다 입점해있는 ‘빈폴’ 시리즈도 성회장의 작품. 당시 3년 목표를 1년만에 800억 매출달성을이룰 정도로 대박을 낸 브랜드다.
이어 로가디스 갤럭시 리뉴얼 작업을 위해 동경 6개월, 유럽 2~3개월 뉴욕 1개월, 한국 2개월을 오가며 열정을 쏟았다. 일변의 절반이상의 시간을 공중에 붕 떠 비행기 속에서 살았다해도 과언이 아닐정도로 피곤한 생활을 했다.
덕분에 건강을 많이 잃기도 하고 결혼도 늦어졌지만 20~30대 시절 성회장은 또래의 어떤 친구들보다 성공적인 삶을 살았다. 성회장은 "국제무대를 상대로 패션 디렉터 일을 해왔던 전문가로서 미국과의 마케팅을 통해 업무능력을 길러왔고 타고난 한국적 감각과 일본의 사회문화적 특질을 이해하고 일을 추진했기 때문에 기획하는 제품마다 성공하게 됐는 것 같다"고 말한다.
성회장은 2년전 귀국, 고향 부산에 정착에 늦은 결혼을 하고 이제 장학회일에만 전념하고 있다. 자신의 오늘을 있게 한 패션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지는 않았다. 서울에 사무실을 두고 피렌체 뉴욕 등을 무대로 꾸준히 사업을 전개하고 있고 현재 LG소속 브랜드 작업을 진행중이다.
일심장학회는 10여년 전 당시 인센티브로 받은 돈을 어머니 김명자여사에게 기탁, 청소년들의 장학기금으로 사용해 줄 것을 부탁하면서 일심장학재단 설립으로 이어지게 됐다.
매년 상하반기 두 차례 2천만원 규모의 장학금을 지난 10여년간 빠짐없이 전달해온 성회장은 매년 기금을 확대, 초기 20여명의 청소년에게 각 20만원씩 지원해오던 장학금을 2년전부터 중학생 30만원, 고등학생 50만원으로 확대 지급해왔다. 현재 60~90여명의 회원이 정기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최근에는 장학금 전달에만 그치지 않고 매주 토요일 일심 스타디를 개최, 환경이 어려운 학생들이 교육비 부담없이 공부할 수 있도록 동구종합복지관에서 자원봉사하고 있다.
해운대 양운고등학교와 협약을 맺어지난 11월부터 공부방을 운영하고 있는 성회장은 주로 다문화가정 가정환경이 어려운 청소년들과 양운고 수학성적 전교 1위를 다투는 우수학생들을연계, 멘토 멘티관계를 만들어 또래 멘토가 알기쉽게 수학과목을 가르쳐 줄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오고 있다.
"지금까지 장학금만 지급해왔지만 앞으로는 지역사회 봉사활동영역도 더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는 성회장은 저소득층 김장 연탄지원, 다문화 어린이 사생대회 및 사회통합을 위한 일에도 힘쓸 예정이라고.
2년전부터 부산일보 의료봉사단과 협약, 부산지역 15개 병원 33명의 스텝이 참여하는 다문화가정 의료봉사지원 활동을 전개하고 의료보험카드 없는 외국인들도 부담없이 다양한 과목 진료를 무료로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 해오고 있기도.
지난해에는 무려 300여명이 부산거주 외국인들이 참여할 정도로 호응이 컸다는 성회장은 "올해는 장학회 설립 10주년을 맞아 법인설립을 준비중"이라며 언어불통이나 경제사정으로 제대로 진료를 못받는 외국인 노동자와 다문화가정을 대상으로 한 무료의료지원 봉사활동은 앞으로도 계속 확대해나갈 좋은 사업"이라고 밝혔다.
유순희 기자
[2012년 1월 19일 27호 1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