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rrent Date: 2024년 11월 23일

인터뷰

“밝고 건강하게” 이 가족이 사는 법

다자녀 가정이야기<5> 강서구 대저동 박상국·방은숙씨네 가족
 
 
결혼 15년차 부부 2남2녀 4남매 자식농사 풍년
온가족이 스포츠 선수... 투잡 가장이 뒷바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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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회가 한창이던 지난 토요일, 부산 강서구 대저동 대상초등학교 운동장에서 개구쟁이 쌍둥이 형제가족을 만났다.
만능 스포츠맨 가족인 박상국(42. 회사원), 방은숙(42)씨네는 짭잘이 토마토로 유명한 강서구 대저동에 산다. 때마침 큰 딸 성미(12)가 다니는 대상초등학교에서 봄운동회가 열려 온가족이 함께 모인 날. 가까이 사는 성미네 외할머니도 제철만난 꽃수확을 뒤로하고 자리를 함께 했다.

지난해 부산시모범다자녀가족상을 받은 박씨네 가족은 여느 다자녀가정에 비해 비교적 여유로운 편. 첫 딸 성미 이후 일란성 쌍둥이 형제 성호(10), 성훈(10)이를 낳아 졸지에 두 번의 출산으로 세 자녀를 두게 됐고, 금슬좋은 부부에게 신은 막둥이 성혜(6)도 쉬이 허락해 결혼 15년만에 4자녀를 두는 자식농사 풍년을 이뤘다.

성격좋은 남편 박상국씨가 기자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동안 내성적인 아내 방씨는 막둥이 성혜양에 이끌여 올 때까지 아이들 틈속에서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그런 엄마 방씨도 마을에서는 스포츠우먼으로 통할 만큼 못하는 운동이 없다.
 
3년전 학교 어머니배구교실에 참가했다가 구청에 발탁돼 강서구생활체육협의회배구팀에 입회, 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배구를 시작한 지 3년 만에 각종 경기에 선수로 출전할 만큼 방씨의 운동감각은 타고났다.
 
심지어 운동선수가 부족한 것을 핑계삼아 주위의 요청과 권유에 떠밀려 여자 씨름선수로도 활약하기도. 육상이라면 자신있는 방씨지만 이번 운동회만큼은 참가 사절이다. 씨름경기를 하면서 발목을 다쳤기 때문이다.

이런 아내보다 사실 운동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은 남편 박씨. 어린시절 축구선수로활약한 경험을 살려 한 때 조기축구팀에서 맹활약했고, 지난 7년전부터는 직장생활 틈틈이 사회인 야구팀 감독을 맡아 활약할 정도로 운동 광이다.
 
지난해부터는 자신이 다니는 회사의 오너로부터 스폰을 받아 사회인 야구팀 '태륭스텔레스팀'을 발족시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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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보니 큰 딸 성미도 마지막 운동회 피날레를 장식하는 릴레이 경기 5학년 여학생대표선수다. 쌍둥이 형제도 야구에 소질이 있어 내년부터는 부산시내 야구팀이 있는 초등학교로 전학을 할 예정이란다.

"지금이야 별 걱정없이 살지만 IMF때는 정말 고생도 많이 했습니다. 군제대 후 멋모르고 중식업에 손을 댔다가 실패해 빚도 져보고 한 때는 화물차를 하다가 빚만 떠안아 힘들었죠. 직장생활이 체질에 맞지 않는것 같았지만 큰 딸이 태어날 무렵 취업을 알아보다 지금의 회사에 입사하게 됐죠."

자동차 부품업체인 부산 사상구 학장동 소재 태륭철강에서 영업부장으로 일하고 있는 박씨는 타고난 근면성실함으로 힘든 직장생활에 쉽게 안착할 수 있었다. 큰 딸의 나이와 회사입사 연수가 같다는 박씨는 지금의 회사에 대한 애사심이 각별하다. 지난 십 수 년을 지탱할 수 있도록 해준 귀한 일터이기 때문이다.

한때 자동차부품업체 전체가 어려움을 맞아 힘든 때도 있었지만 원자재가격이 오른 것을 제외하면 오히려 지금은 호황이라고 말한다.

박씨는 커가는 아이들을 보면서 그냥 월급쟁이로만 있을 수 없어 지난 5~6개월 전부터는 공항앞에 치킨집을 오픈, 주야로 일을 하고 있는 전형적인 투잡맨. 낮에는 회사원, 밤에는 사장님으로 사는 셈이다.
 
하루가 빠듯할 정도로 열심히 살아가는 박씨는 꿈도, 포부도 크지만 지금은 현실에
충실할 작정이라고."우선 다니고 있는 회사가 더 성장할 때 까지 열심히 일하고 싶고, 나중에 기회가 되면 내 사업도 한번 해보고 싶습니다."

무슨 일이든 긍정적으로 잘되겠지 하는 생각으로 일을 해왔다는 박씨는 투잡 생활이후 시간이 없어 운동할 겨를이 없는게 흠이지만 희망과 목표가 있어 즐겁다고.휴일이 운동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라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줄어 아쉽긴 하지만 가급적 아이들을 데리고 운동하러 가는 다정한 아빠이기도 하다.
 
입덧 한번 없이 순풍순풍 4남매를 잘 낳았다는 아내 방씨는 한창 개구진 쌍둥이 남매 키우느라 정신없기도 하지만 틈틈이 친정 꽃 하우스 일을 돕고 매주 월, 금요일마다 배구를 하면서 스트레스를 푼다고.

"요즘 심각한 저출산 때문에 각 구마다 다자녀 가정에 지원도 많이 하던데 우리 집은 아무런 혜택도 받아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막내가 태어나고 나서 이런저런 지원정책이 막 생기더라구요. 조금 아쉽죠."

도로비 감면과 문화시설 이용 때 할인해 주는 것을 제외하곤 실질적 혜택이 없어 다자녀정책에 대한 실감이 나지 않는다는 방씨는 첫째아가 미성년인 기존의 다자녀가정에도 지원책이확대되었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한다.

"좋은 정책도 많이 생겼는데 내친김에 다섯째 한번 낳아볼까?" 농담삼아 건네는 아내의 말에 남편 박씨가 싱겁다는 듯 너털웃음으로 대꾸한다.
뭐니뭐니해도 '건강 하면 최고'라는 삶의최우선 가치가 이들 가족이 사는 법. 햇살보다 더 밝고 따사로운 기운이 온몸 가득전해온다.
유순희 편집국장
[2010년 4월 30일 제 7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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