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rrent Date: 2024년 11월 23일

인터뷰

“신발신고 방에 들어가다 매번 혼났죠”

다자녀 가정이야기<3> 과테말라서 시집온 라우라씨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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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문화적응 어려워
 
“한국 오고 처음 3년동안은 무서워서 애들이랑 집안에만 있었어요.”

부산에서 유일한 과테말라출신 다문화가정의 라우라 앙헬리까원찰레스(29)씨가 3년을 꼬박 집안에 숨어살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바로 언어문제. 지금처럼 다문화가정이 흔하지 않았던
 2002년에 남편을 따라 한국에 온 탓에 어느 누구도 언어문제에 도움을 준 사람이나 기관이 없었다.
 
한국에 들어온 것도 2년 정도만 살다 다시과테말라로 돌아간다는 남편의 말을 전적으로믿고 그냥 놀러갔다온다는 생각으로 온만큼 아무런 준비도 없는 상태에서 와서 막막하기만 했다고.

게다가 한국음식이나 문화에 적응을 못해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특히 신발을 벗고 집안에 들어가야하는 한국문화를 몰라 매번 신발을 신고 집안으로 들어가다 시어머니께 야단 맞은 게 부지기수. 울기도 정말 많이 울었단다.
 

독학으로 배운 한국어
 
그러나 힘든 일을 하는 남편(김영식. 45)과 아이가 둘이나 있어 마냥 집안에만 있을 수 없어 독학으로 한글을 배우기 시작, 겨우 세상속으로 다시 나올 수 있었고, 헌옷 장사도 시작해 가계에 조금 보탬을 할 수 있게 됐다.
 
라우라씨를 처음 본 순간 마치 텔레비전 인기프로그램인‘ 미녀들의 수다’에서 나온 듯한
미녀라 깜짝 놀랐는데, 아들만 셋이라는 소리에 또한번 놀랐다.

한국에 시집와서 아이를 낳은 다문화가정이 대부분이지만 라우라씨는 과테말라에서 이미 남편 김씨를 만나 결혼을 하고 둘째 아이까지 낳았다. 남편과 라우라씨와의 나이차이는 무려 18살.
 
과테말라 신발공장에 일하러온 남편과 우연히 슈퍼에서 마주쳤고, 남편이 관심을 보였지만 나이 차이도 많았고 얼굴도 못생겨서 거절을 했다고. 그러나 계속되는 남편의 라우라씨에 대한 지극정성과 솔직한 마음에 반해서 결국 결혼에 이르렀다.
 
 
일·가정 양립 여성가장
 
현재 남편은 허리를 다쳐 수술하고 실직상태다. 남편과 나이 차가 너무 많이 나고 실직상태라 미래가 불안하지 않냐는 질문에“ 남편이 아프면 젊은 내가 벌면 되고, 대신 남편이집안일을 하면 되니 전혀 걱정안해요”라고 환하게 웃는다.

그러나 남편이 병원에 입원해있어 아이들만 집안에 놔두고 오는 게 못내 마음에 걸린다. 초등학교 4학년인 큰아들 김진사르와 9살인 김진꼬르는 엄마처럼 한국말을 못해 어린이집을 다닐 때부터 놀림을 받았는데, 초등학교에 들어간 후로는 적응을 잘한단다.
 
막내인 4살 김진대한은 한국에서 태어나엄마보다 한국말을 더 잘한다고. 아이들 이름도 한국식에 맞춰 다 지었다. 첫째는 아빠와 엄마의 이름을 섞었지만 둘째의 꼬르는 꼬리아에서 나온 말이고 셋째 대한이는 대한민국의 대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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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성 혼란 겪는 아이들
 
물론 아직도 밖에서 외국인이라는 소리에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는 아이들을 보면 속상
하기는 하다.

“그럴 때는 아이들에게 계속 얘기를 해줘요. 엄마가 외국인이기는 해도 아빠가 한국인이고 한국에 살고 있기 때문에 너희들은 한국인이라고.”

아이들끼리 잘 놀기는 하지만 넉넉지 못한 집안형편 때문에 남들처럼 학교수업외에 다른것을 가르칠 수 없어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
 
얼마 전까지 부산시에서 태권도 레슨비를 지원해줘 아이들을 태권도장에 보낼 수 있었는데, 이제 그마저도 지원이 끊어져 그만둬야 할상황. 아이들은 더 배우고 싶다고 보채지만 현재 형편으로는 어림도 없는 상황이라고.
 
 

다자녀 꾸준한 지원 아쉬워
 
동사무소에서 다문화가정이고 세자녀가정이라고 아이들 교육비와 생활비를 보조해주고 있지만 사실 다섯식구에게는 정말 턱없이 모자라는 금액이라 그다지 도움이 안된단다.

현재 라우라씨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다문화 가정 자녀들이 다니는 대안학교인 아시아공동체에서 이번에 배정초등학교를 임대해 새단장을 하는 학교 보수공사에 한창이다. 대안학교의 박효석 대표와 인연이 닿아 학교가 새로 이사하고 학교 안에 들어서게 될 다문화카페의 운영을 맡았기 때문이다.

“2월 20일 경에 오픈할 거고 다른 나라 음식이나 차 등 많은 걸 준비할테니 꼭 놀러오세요”라고 홍보를 하는 그는 새로운 일을 할 꿈에 부풀어있다. 무엇보다 이제 아이들을 다시 태권도를 배우게 할 수 있다고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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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보호사는 나의 꿈
 
그러나 그의 진짜 꿈은 바로 요양보호사. 힘든 와중에도 봉사를 자주 다녔던 그는 그 과정에서 만난 노인들을 돌봐주다 요양보호사의 꿈을 키우게 됐다고.

이미 몇 번 시험을 봤으나 아무래도 외국인인 그에게는 아직 높은 장벽이다. 올해 있을시험에 또다시 재도전할 예정이다.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만도 하지만 라우라씨는 이제 한국이 너무 좋단다.

“예전에 과테말라에 잠시 돌아간 적이 있어요. 하지만 다시 한국에 오고 싶어서 막 울었어요. 한국인들은 정이 많고 너무 친절하고 힘든 사람이 있으면 항상 도움을 줘요. 생활이 힘들어도 한국이 너무 좋고 계속 한국에 살고싶어요.”

라우라씨가 벌지 않으면 생계가 어려운 힘든 생활이지라도 한국이 너무 좋다고 연신 말하는 그를 보고 있으면 이제 이 외국인 아내이자 엄마의 무한한 한국사랑에 대해 우리가 보
답할 차례가 아닐까.

김애라 기자
[2010년 1월 13일 제3호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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