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자녀 가정이야기1> 해운대구 이기수·오수경 부부와 네마리 늑대
“하늘이 주신 소중한 생명인데 낳아야죠.생명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 절박함을 느껴보지 않은 분들은 모를 거예요.” 둘째를 낳았을 때 까지만 해도“ 그까~이꺼 두명쯤이야” 했단다. 그리고 셋째가 들어섰을때,“ 조금만 더 열심히 살면되지 뭐” 했고 넷째를 가졌을 때 그땐 정말로 남편의 인상이 조금 구겨졌단다.“ 어떻게 다 먹여살리라꼬?”
부산시 해운대구 우2동 이기수(38) 오수경(34)부부는 고만고만한 터울의 4형제를 키우
고 사는 다자녀가정이다. 올해 초등학교 3학년인 민석(9), 초등학교1학년인 윤석(7), 유치원생인 준석(5)이와 현석(3) 등 일명 ‘네 마리늑대’를 키우고 사는 이들 부부는 그렇게 넉넉하지는 않지만 가족 공동체의 소중함을 삶의 최우선 가치로 삼고 살아가는 아름다운 가족이다.
비록 정규직은 아니지만 열심히 노력한 만큼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평범한 직장의 가장인 아빠 이기수씨와 점점 자라는 아이들의 건강한 먹을거리와 교육비에 보탬이 되고자 최근 쇼핑몰 운영에 나선 엄마 오수경씨 등 합심하여 가족공동체를 건강하게 꾸려가는 부산시
모범다자녀가정.
모범다자녀가정.
“네 명의 아이 모두 출산할 때 남편이 분만실에 참여하여 탯줄을 자르고 우리 아이들도 동생이 태어나는 걸 함께 보았죠. 갓 낳은 아이를 가슴에 안았을 때는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아이를 겁 없이 자꾸 낳는것 같다는엄마 오수경씨는“ 네 명 모두 한시간 안에 순풍순풍 고통없이 수월하게 낳아 그런지 출산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다”고 말한다.
경제적인 여유와 무관하게 대책없이 많이 낳은 것 같지만, 다행히 몸이 따라주는 체질이었고 추호도 후회가 없으니 마음만큼은 풍요롭단다. 사실 오씨 부부에게는 남 모르는 아픔이 있
었다. 셋째 준석이를 가졌을 때 신장의 기능에 이상이 있는 걸 알게 됐고 낳자마자 막힌 요관
을 수술하기 위해 대학병원을 전전했던 것.
었다. 셋째 준석이를 가졌을 때 신장의 기능에 이상이 있는 걸 알게 됐고 낳자마자 막힌 요관
을 수술하기 위해 대학병원을 전전했던 것.
아픈 아이를 안고 지푸라기라도 잡고싶은 심정에 대학병원을 찾았지만 병원의 푸대접과 간호사들의 생명에 대한 비경외감, 환자에 대한 불성실한 태도에 질겁해 아이를 안고 많이도 울었다.
그러다 알음알음 끝에 한 병원을추천받았고, 상태가 점점 악화되어가는 어린아기를 안고 급기야 찾아나선 곳이 서울 아산병원. 다행히 유능하고 어진 의사를 만나 좀처럼 잡기 어려운 수술 일정을 생각보다 빨리 잡을 수 있었고 난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있었다. 이후 3년을 꾸준히 관리받았고 그렇게 셋째는 행운아처럼 건강을 선물로 돌려 받았다.
“생후 8개월의 어린 생명이 6시간의 수술을 장하게 견디어 준 것과 좋은 의사를 만난것도 다 하늘의 도움이고 아들이 행운아이기 때문이 아니겠냐”는 오씨 부부는 지금껏 마음고생에 대한 불평보다도 아픈 아이로 인해 작은 것에도 감사하며 살아가는 마음의 자세를 갖게 됐다고.
셋째는 최근 3년 만에 완치확인서를 받고서야 비로소 안심을 하게되었다는 이들 부부는 세상의 어떤 선물보다도 소중하고 값진 것을 얻은 기분이었다고 털어놓는다.
이들 부부는 처음부터 그렇게 여유롭게 출발하지는 않았다. 학교에서 만나 연애 결혼한 이들
은 맞벌이를 하면서 소박하게 첫 살림을 꾸렸고, 아내 수경씨도 둘째를 키울때까지만 해도 직장엘 다녔다. 급기야 셋째를 가졌을 때 남편에게 살짝 미안해 경제적 보탬이 될까 부동산공부를 하기도 했다는 수경씨는 그해 11월 시험을 치러보기도 전에 셋째를 안고 병원을 다니느라 몸고생 마음고생 경제적인 어려움까지 가중돼 1년동안 준비했던 부동산 공부를 접었
다.
은 맞벌이를 하면서 소박하게 첫 살림을 꾸렸고, 아내 수경씨도 둘째를 키울때까지만 해도 직장엘 다녔다. 급기야 셋째를 가졌을 때 남편에게 살짝 미안해 경제적 보탬이 될까 부동산공부를 하기도 했다는 수경씨는 그해 11월 시험을 치러보기도 전에 셋째를 안고 병원을 다니느라 몸고생 마음고생 경제적인 어려움까지 가중돼 1년동안 준비했던 부동산 공부를 접었
다.
고만고만한 아이들을 두고 서울까지 오가며 병원을 쫓아다니자니 온 가족의 고생도 만만찮았을 터. 그런중에 덜커덕 넷째를 가졌으니 처음엔 남편도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생명의 소중함을 피부로 느낀 수경씨는 “둘은 내가 책임질 거니까 걱정마!” 당당히 경제적 분담과 책임을 선언하며 남편을 달랬다. “어른들이 그러대요. 안 낳아서 그렇지 애들은 낳아놓으면 다 지들이 알아서 잘 큰다고요. 다들 걱정마라고 말씀하시던데, 사실 겪어보니 그래요. 저도 키워보니 경제적인 부담은 좀 있지만 자녀는 4명정도가 적당한 것 같아
요.”
요.”
남편 기수씨는 올망졸망 커가는 아이들을 보면서 가장으로서 무한 책임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욕심을 좀 비우고 나니 훨씬 부담도 감소하는 것 같다고 말한다.
“여느 이웃들처럼 유명학원에 보내고 애들이 하고싶어 하는 예능학원도 뒷바라지 못해주지만 인성이 바른 아이들로 키우자고 마음을 먹었죠. 공부도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고 되도록 책을 통해 많은 지식을 얻고 여행을 통해 배우도록 하고 있지요.”
이들 부부는 4명의 아이 모두 성당에서 운영하는 유치원에 보냈다. 무리하게 셈과 글을 가르치는데 치중하는 것 보다 인성교육에 중점을 두고 몬테소리 교육을 실천하는 성당유치원에서 타인을 배려하고 어른을 공경할 줄 아는 아이들로 키우고 싶었다고 말한다.
“지금껏 아이들을 차에 태우고 전국의 유명한 명승지는 안 가본 곳이 없는 것 같아요. 그것도 주로 돈 안드는 곳을 찾아 숙박은 텐트에서 하고 식구가 많다보니 비싼 입장료는 엄두
도 못내 저렴한 곳만 찾아 다녔죠. 그러다보니 가족애도 더 깊어졌는지도 몰라요.”
넉넉한 텐트와 카니발 승용차에 기름값만 있으면 전국 어디든 달려가 사교육비로 채우지 못하는 교육적 환경을 제공해주기도 했다는 이들 부부는 산교육을 강조한다.
“한 두명 낳아서 아이에게 올인하는 가정의 애들이 멋지게 영어를 하는 모습을 보면 사실 부럽기도 하고 그렇게 못해주는 부모의 마음은 아프기도 합니다. 바둑에 소질이 있는 큰애를 석 달 보내고 끊었을 때, 그리고 미련을 못버려 다시 석달을 더 보내고 6개월만에 강제로 그만두게 했을 때 온 가족이 울었습니다.”
남들처럼 이곳 저곳 학원을 뺑뺑이 돌리거나 요란한 장난감 하나 못사주는 대신 부모의 역할도 그만큼 커지는 것 같다고 말한다. 아이를 많이 키우는 부모들이 가정적일 수밖에 없는 환경을 고려해볼 때 결국 건강한 가정과 사회도 자녀가 많아야 기대가 가능할 것 같다는게 이들 부부의 생각이다.
수경씨는 최근 두 달 전부터 4형제의 애칭을 따 인터넷에서 어린이옷 쇼핑몰‘ 네마리늑대(four-wolf.co.kr)’를 운영한다. 아이들을 모델로 해서 상품을 올리는 오씨의 사이트는 신생쇼핑몰이지만 아기자기함과 정직한 운영마인드로 벌써부터 단골고객층이 확보되어있을 정도. 아직은 지인들을 중심으로 홍보해 큰수익을 올리지 못하지만 서서히 접속율도 높아져 다행히 희망적이다.
“솔직히 새벽까지 사진작업을 마치고 잠자는 아이들을 바라보자면 참 마음이 아파요. 넉넉한 가정에서 태어났더라면 훨씬 더 귀하게 대접받고 하고 싶은것 다 하고 살텐데 애들한테 제일 미안하죠.”
수경씨는“ 갖고 싶은 장난감을 사달라고 떼한번 안쓰는 아이들, 유치원 발표회 날 인터뷰 시간에 천진난만하게 다른 아이들은‘ 엄마아빠 선물 사줘서 고마워요.’ 말하는데 우리 아이들은‘ 낳아줘서 우리 때문에 열심히 살아줘서 고마워요’ 하는 말을 들었을 때 얼마나 가슴이 아팠는지 모른다.”고.
최근 아내 수경씨가 쇼핑몰을 운영하기 전까지는 남편을 도와 이것저것 경제적 보탬이되는 부업이라면 안 해본 게 없을 정도로 부지런을 떨며 살았다. 하루 2~3세기간 자고 새벽에 일어나 아이들 학교 보내기 전까지 새벽시장에서 물건을 해와 쇼핑몰을 운영하는 아내 수경씨의 바지런함에 남편도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청소도 그렇고 설거지도 그렇고 제가 도와주지 않으면 아내혼자 감당하기 힘들죠. 가급적 회식이나 술자리도 하지않고 집으로 오는편이지요. 그럴 시간에 우리 아이들하고 놀아주는게 훨씬 더 보람있고 가치있는 일이라 저는 믿고 있어요.”
일찍 퇴근해 저녁마다 가까운 동백섬이나 벡스코 광장에 나가 아이들과 뛰어놀다 온다는 기수씨는 환경이 사람을 만들게 되는 것 같다고 말한다.
“사실 저야 노는 것 좋아하고 친구들 좋아하는 편인데 어쩌다 가정적인 사람이 되었죠. 서로 도우지 않으면 안되니까요. 가족들끼리 모임을 할 때에도 놀이방이 없는 곳에는 아예 참석을 하지 않습니다. 4명이나 되는 아이들천덕꾸러기 만들기 싫거든요.”
기수씨는“ 8남매 10남매를 키우는 사람들을 보면 대단한 그들만의 철학을 갖고 사는 것 같은데 저희들은 그런 것없은 없지만 형제들끼리 우애있게 자라고 가족의 소중함을 아는그런 평범한 아이들로 건강하게 자라주는 것만 해도 더 이상 바랄게 없다”고 말한다.
아이들은 모두 과학자가 꿈이다. 한결같이책을 좋아하는 아이들은 장난감 박스보다 종일 책과 놀며 자란다. 콩 반쪽도 나누고 서로
배려하는 마음을 일찌감치 실천하는 귀여운 늑대들이다.
부산시가 전국 최초로 시행하고 있는 다자녀우대카드가 이들 부부에게도 적잖이 활용되고 있단다. 도로비 감면과 주차장 할인혜택 등 비록 일부 문화시설에 치우치지만 문화 공연관람비 할인혜택과 같은 다자녀우대카드 시책은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다고.
벡스코같은 대형 컨벤션센터나 다른 시도에까지 사용이 널리 확대되었으면 좋겠다는 이들 부부는 좀더 현실적인 지원방안이 모색됐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나라도 해결못할 숙제이지만 사교육비가 사실 장난이 아니죠. 교육, 보육비만 해결되면
애들을 많이 낳지 않을까요. 당장 저희들이 당면하고 있는 문제도 바로 교육비이고요.”
그러나 지금 누군가가 경제적 부담 때문에 셋째나 넷째 낳기를 꺼리는 사람들이 있다면 걱정말고 낳으라 말하고 싶다는 이들 부부. 삶의 가치를 어디에 두는 가가 문제가 아니겠냐는 이들은“ 이 팍팍한 세상 가족이 희망이고 힘의 원천이며 살아가는 에너지가 아니겠냐”며 주저없이 나으라고 권하고 싶단다.
아이들이야말로 어떤 열매보다 소중하고 풍성한 수확임을 일찌감치 터득했기에.
유순희 편집국장
[2009년 11월 23일 제 1호 10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