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전통전병 과자전문점 ‘이대명과’
-김남호 윤은지 부부
"허례허식을 걷어내고 편안한 마음으로 가볍게 정성과 사랑을 전할 수 있는 아름다운 우리 선물문화를 만들어가고 싶어요."
이대명과 대표이사 김남호(49), 윤은지(45) 부부. 해운대구 해변로 해수욕장 인근 팔레드시즈 1층에 위치한 이대명과 본점에서 만난 두 부부는 그들이 만든 과자처럼 담백하고 온화했다.
지금이야 부산에 본점을 두고 뿌리를 내리고 있지만, 사실 이대명과는 한국을 대표하는 서울 중심가에서 과자명인 김정기(75)옹이 뿌리이자 한국식 전통전병개발의 원조다. 김대표의 부친인 김옹은 돌도 지나기전 어린나이에 친부모를 여의고 이어 양부모까지 6.25사변으로 잃고 홀홀단신 이북에서 상경해 내려와 10대 시절 서울의 일본인 과자점에서 셈베만드는 기술을 배웠다.
이후 김옹은 20대 초반에 독립해 당신만의 셈베과자를 만들겠노라 서울 노량진에 가게를 차렸다. 당시 서울에서 가장 유명한 제과점인 '청자당'의 사장이 김옹의 출중한 재주를 알고 직접 찾아와 스카웃 제의를 하였지만 김옹은 남의 밑에 들어가면 자신의 과자를 만들 수 없다는 생각에 끊임없이 매진, 오늘의 맛과 품격을 이어가는 이대명과만의 맛과 체계화된 기술을 정착시키는데 힘썼다.
한국식 전통 셈베에 대한 고집으로 직접 가게를 창립한 만큼 김옹은 장사수완보다는 한국 최고의 전병을 만드는데 시간과 돈을 아끼지 않았다.
벌어서 연구비와 일관된 맛과 생산을 담보할 기계개발비에 투자하기를 반복,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최고의 전병을 향한 김옹의 집념은 고집스러웠다. 이같은 각고의 노력 끝에 1980년 드디어 국내 최초로 우리식 전병을 만들어내는 기계개발에 성공했지만, 버는 족족 신제품 개발과 기술력향상에 재투자, 가족들의 생활고는 끊이지않았다.
당시 서울에서는 한국전병에 관한한 일인자로 꼽혀온 부친 김옹의 전병제과기술은 어느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경지에 올라 그에게 기술을 가르쳐 준 일본인 셈베기술자들까지도 부러워할 정도였다. 이런 부친밑에서 열 두 세 살 때부터 전병 만드는 방법을 배우기 시작한 김남호대표는 손이 성할 날이 없을 정도로 종일 전병을 구울 화덕에 연탄을 쪼개어 넣고손으로 빚어낸 전병을 구웠다.
전 공정이 손으로 이루져 웬만큼 숙달되지 않고는 구워서 한 모양으로 고른 전병을 만들어내기란 쉽지 않은 일. 밤새워가며 만들어 놓은 수고는 아랑곳 않고 조금이라도 모양이 삐뚤어지거나 반죽이 잘못되면 아버지는 "이것도 사람이 먹는 물건이라고 만들었냐?"며 그 자리에서 밟아버리고 다시 만들라고 호되게 호통을 치곤했다.
"정말 그때는 혼자 밖에 나가 엄청 울었죠. 부자 인연을 끊고 싶을 정도였어요. 혼날 때마다 어쩌면 그렇게 혹독하신지 남도 아닌 자식인데 너무하신게 아닌가 싶어 늘지긋한 전병에서 벗어나고 싶었어요"
그러던 김대표는 사춘기시절도 잘 견뎌내온 인내심을 잃고 20대 후반 치기어린마음에 드디어 일생일대의 가출을 결행했다. 아예 인연을 끊을 각오로 말도 없이 맨손으로 뛰쳐나와 그가 택한 일은 그야말로 몸고생이 심한 기계계통의 일. 이제껏 살아온 세계와는 영 딴 판인 직업 세계에서 한동안 외도를 즐기길 10년여. 집떠난 긴세월에 향수가 아련해질 무렵 먼 발치에서 가족들 얼굴이라도 보고오겠다는 심정으로 집골목을 기웃거리다가 때마침 뒤에서 오시던 아버지에게 딱 걸려 그 길로 다시 붙잡히다시피 집에 들어앉았다.
어쩌면 자연스럽게 들켜버린 그때가 아니었으면 돌아올 기회는 더 늦춰졌을 터.뒤늦게라도 돌아온 것을 김대표는 다행한 기억으로 떠올린다. 이후 IMF파고를 만나면서 이대명과에도 어려움이 찾아왔다. 시중에 무게달아 소쿠리째 또는 봉지째 덜어담아 파는 유사전병과는 달리 고급스러우면서도 품격있는 장인의 과자솜씨를 세상도 알아줬지만거부할 수 없는 불경기에 어려움을 겪기도했다.
이후 부친밑에서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제과제빵 기술을 익혀 한국전통전병만들기에 힘써온 김대표는 청출어람, 부친의 그열정과 고집을 자신도 모르게 철칙처런 이어갔다. 물론 생계를 위해 한 때 잠시 다른 길을걷기도 했지만 2002년 서울에서의 삶을 모두 접고 아내의 고향인 부산으로 내려와정착했다.이무렵 부산 중구 부평동 족발골목 한켠에 '이대명과'를 차렸다. 본격적인 부산에서의 출발은 여기서 시작됐다.
"어릴적부터 손댄 전병이 그때는 정말지긋지긋했죠. 다시는 안 돌아볼 맘을 먹기도 했는데 떠나보니 정말 제가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 전병이구나 새삼 깨닫게 만들어주더라고요."
김대표는 야무진 아내 덕에 오로지 기술개발과 제품 업그레이드 시키는데 열정을 쏟아부었다. 아직 초등생 어린 자녀들돌보는 틈틈이 6개 직영점 관리와 마케팅,운영 등 아이템 개발에 이르기까지 남편을내조하고 있는 아내 윤 총괄본부장도 이대명과에선 없어서는 안될 일꾼이다.
"현재 안테나샵의 기능을 하고 있는 해운대 팔레드시즈점을 비롯 해운대점 남천점 서면점 부평점 구서점에 이르기까지 전부 직영을 하고 있는 것은 제품의 일관된맛과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철칙처럼 지키고 있는 부분이예요."
때때로 이대명과의 맛을 보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프랜차이즈 사업을 제의해오기도 하지만, 번번이 거절했다. 명품과자의 품격을 잃지 않기 위해서다. "제품의 원가가 50%넘게 들어가는데 여기저기 떼고 나면 프랜차이즈를 원하는 사람들의 손에는 큰 이윤을 기대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죠. 그래서 아직은 우리 전통과자가 얼마나 훌륭한 지 제대로 알리는 일이 중요할것 같아요. 건전한 선물문화로 정착시키는 캠페인도 전개하고요."
부분도 있죠. 그래서 아직은 우리 전통과자가 얼마나 훌륭한 지 제대로 알리는 일이 중요할것 같아요. 건전한 선물문화로 정착시키는 캠페인도 전개하고요."
윤본부장은 아직은 벌어서 몽땅 제품개발과 홍보 등에 소진하고 있지만 일본의셈베를 앞서는 기술과 맛에 대한 자부심때문에 피곤한 줄 모른다고 덧붙였다.그는 또 "셈베과자가 일본에서 시작됐지만 60년가까이 대를 이어 연구해오면서 이대명과의 전병은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만들어져 일본인들조차 맛을 보고는 전병과쿠키의 중간 정도의 오묘한 맛이 감돈다며감탄을 아끼지 않았다"고 말한다.
'셈베'가 딱딱하다면 우리식 이대명과 전병은 부드럽고 식감이 촉촉하고 풍미로운게 특징이라고."일체의 첨가물을 사용하지 않고 순수자연의 재료를 원료로 해 전병의 품격을 더했고 최근에는 다양한 건강제품을 개발중입니다. 백련초 전병과 클로렐라과자는 이미 출시했고 홍삼전병과 기장미역, 다시마등을 이용한 제품개발을 위해 연구 실험중에 있습니다."
김대표는 신제품을 연구하는데 만만찮은 재료비가 들어가지만 명품전통과자를만든다는 자긍심으로 임하고 있다고."이대명과의 과자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제품이 아닙니다. 단순히 과자만이 아니라 과자를 굽는 틀, 기구 등의 독자적인 개발과 발전이 뒷받침 되었고 아버지의 집념과 고집이 없었다면 지금의 이대명과는 없었을 것입니다."
현재 치매로 투병중인 부친에 대한 사랑을 과자만드는데 쏟아부어 아버지가 흡족해 하실 수 있도록 하고싶다는 김대표는 아버지의 장인정신을 닮아가고 싶다고.때문에 이대명과의 제품은 단순한 과자가 아닌 '사랑'을 전하는 과자, '복'을 주는과자로 만들고 싶단다.
최근에 개발한 캐릭터 '야루' 마스코트는 이대명과를 대표하는 복룡이다. 힘들어하는 고객들에게 복을 배달해준다는 의미의'용'마스코트 '야루'는 수제로 만든 인형으로 제품과 함께 셋트로 판매한다.
지난해 일본 오사카 셈베과자공장을 벤치마킹하고 돌아와 우리식 전병의 세계화에 확신을 갖게되었다는 김,윤부부. 기술은 뛰어났지만 여전히 가난하기만 했던 부친을 닮아 예의고집스럽게 그 길을 걷고있지만, 정직하고 착한 과자를 만들고 싶단다.
"좀 적게 남더라도 고품격 우리전통과자를 대중화하고 나아가 세계화에 성공한다면 전통의 계승과 의미가 더 커지지 않을까 싶네요." 이를 위해 자동화된 기계설비와 대량생산을 위한 설비투자 등 아직은 현안이 많다고. 일본기계를 들여와도 제조 방법이 달라 전부 해체해 우리식으로 다시 만들어사용하다보니 가끔 바쁠때 과부하가 걸려 기계가 멈출때면 발을 동동 구른다.
다행히 김대표가 숙명처럼 외도했던 분야의 일이 기계 계통이라 직접 손을 보고정비하는 기술덕분에 난관을 모면하고는있지만, 체계화된 생산과 기술의 정착을 위해 또는 한국전통과자의 명품화 세계화를위해서는 반드시 거쳐가야할 과제라고 말한다.
"이제 수출이 꿈이예요. 알음알음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또는 한번 먹어본 고객들의 입맛을 통해 다행히 많이 알려지고 서울 대기업 명품관에서도 납품제안을 해오고 있지만 하나하나 천천히 정도를 걸어갈 계획입니다. 덩달아 향토기업으로서 부산을 세계화하는데도 일조하면 더 좋겠죠?"
이대명과는 여느 시중 전병과 달리 포장도 고급스럽다. 선물용에 맞추어 개발된 박스도 특별한 날에 맞게 사용할 수 있도록 대상에 따라 '원현이의 꿈', '여행', 등 감성적인 포장케이스 이름으로 나간다. 젊은 소비세대층을 고려한 마케팅의 일환이다. 아들 원현군이 직접 그린 디자인을 적용, 온가족이 참여, 사랑의 기업을 만들고 있다.
이미 고급 선물시장을 선점한 화과자에 견주어 결코 부족하지 않는 우리전통과자전병을 세계인의 입맛에 맞게 개발, 고급선물문화를 선도할 수 있도록 할 참이다. 소박한 두 부부의 큰 포부가 해수욕장 뒤로 끝없이 펼쳐진 수평선을 지나 세계곳곳으로 뻗어가길 기대하면서 돌아선 유쾌한 만남, 달콤한 여운을 남긴다.
[2012년 5월 14일 제31호 16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