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rrent Date: 2024년 11월 23일

인터뷰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차꽃같은 사람들

 
 
김해 대동 장군차농원 강병호·한연순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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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여름 내내 객들로 왁자했던 그 언덕에 가을이 고즈넉이 내려앉았습니다. 산마을엔 오후서너시만되어도 벌써햇빛이 온기를 잃어갑니다. 여전히 푸르고 여전히 생명이 넘치는 차밭골엔 때만난냥 벌들이 장군차 꽃주위를 맴돕니다.
 
만물이색바래가는가을무렵장군차꽃은앞다투어왕성한꽃망울터뜨리네요. 달라진게있다면제철만난국화꽃이만발해정원이한층풍요로워졌다는겁니다. 그곳은여전히편안한여유가있고그부부가있습니다. 찾아오는객들 누구에게나 방앗간에서 갓찧은 쌀로 밥을 지어내고 고운 찻잎따다 조물조물 인절미도 만들어내 나누는 정많은 사람들입니다.
 
전생에 도인이었을듯한 농부는 여전히 머리에 수건을 두른채 농장을 가꾸는데 여념이없고,큰일엔 팔을 걷어부치고 맨손에 큰시집살림도 척척해냈던 아내는 재능을 버리지 못해 도시에서 제역할을 다하며 왕성한 활동을하는 이부부, 참 대조가 되는 삶을 살지만 한가지 통하는게 있다면 사람을 좋아하는 선한마음과 씀씀이입니다.
언덕에 바람이차고 십리 오솔길도 스산해지면서 찾는발길이 잠잠해졌지만, 이들 부부는 여전히 손님맞이하듯 동산을 가꾸고 정성스레 자연을 보듬고있습니다.
 
 
 
3.jpg가락국시절까지 거슬러 올라 오랜 역사를 지닌 2천년의 향기, 김해 장군차. 사람들은 오랜 세월이 흘러서야 그 진가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 장군차는 모르는이 없을 정도로 대중화 되었고 그 맛 또한 감미로와 많은 차인들로부터 사랑받기에 이르렀다.
 
노대통령이 퇴임 후 야생차 군락지인 김해일원 장군차를 특산화하기 위해 야심차게 계획했지만 그가 가고난 후 이제 김해시가 공격적 마케팅을 통한 특산품 홍보에 주력하면서 김해는 전국 차 명품산지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많고 많은 차군락지 중에서도 자연친화적 유기농 장군차를 생산하는 곳은 몇 될까마는 대동면 농바위산 자락 십수만평에 걸쳐 심겨진 대동장군차(강병호 한연순 부부운영)는 으뜸이다.
 
대동IC 오른쪽을 빠져나와 덕산정수장방향으로 좌측 광명사 이정표를 보고 골목길에 오르면 11시방향 산 전체가 이들의 농장이다. 대동장군차 시배지이자 체험장으로 사시사철 개방되고 있는 이곳은 지난 1999년부터 조성되기 시작, 12~3년생이 최고령 장군차다. 지금도 소나무군락지 계곡 능선을 따라 드넓게 짧게는 1~2년생부터 매년 심어온 차나무가 촘촘히 들어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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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으로 광활하게 펼쳐진 차밭골엔 어른 가슴팍높이 만큼 성장한 장군차가 풍성하다. 지난 겨울 냉해로 온 군락지가 동해를 입을 때에도 이곳 차나무는 건강하게 잘 버텨주었다. 바로 건강한 생육에 힘써온 주인의 노력덕분이다. 처음 차밭을 조성할 때도편리한 기계를 사용하지 않았다. 일일이 한수 한 수 손으로 가꾸고 잎을 채취했다.

 
기계로 채취하면 한나절 2~3톤은 너끈히 수확하겠지만, 고급차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사람의 손에 의존해야 한다. 때문에 1톤을 수확하기에도 어렵다고.평생을 땅을 일구며 전원생활을 해온 남편 강병호씨는 원래 목장을 경영했다. 낙농업가로 80두의 젖소를 기르며 고급 원유를 생산해왔던 그는 우연찮은 기회에 스위스를 방문, 낙농가를 돌아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4계절이 뚜렷해 더없이 좋은 조건을 갖춘 우리보다 열악한 환경속에서도 초원을 가꾸어 대규모 방목을 하는 모습을 보고, 원시적 낙농은 큰 비전이 없음을 깨달았다.
 
스위스와 같은 초원을 조성하리라 마음먹고 이곳 산지에 농원을 가꾸기 시작했다. 험악한 산을 고르고 나루를 쳐내서 초원을 만들기에는 적잖이 힘들었다.불도저로 팍팍 밀면 수월하겠지만, 되도록 자연을 헤치고 싶지 않아 일일이 괭이와 톱과 나무로 산을 개간하다보니 지금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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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렵 목축업을 접고 지인들로부터 장군차에 대한 정보를 입수, 한 그루 한 그루조성하기 시작해 찻잎을 채취하기까지 차밭 고랑마다 대체수익 차원에서 전구지(부추)를 길렀다.실은 부추의 뿌리 힘을 기르고 수확량을 늘리기 위해 차나무를 심었다 해야 맞겠다. 어느 게 먼저랄것도 없지만 차와 부추는 이곳에서 나는 대표적 상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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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 구석구석 틈틈이 산딸기 나무, 산수유, 탱자나무, 감나무 다양한 유실수도 심었다. 없는게 없는 농장에서 부부는 소일하다가도 선친부터 운영하던 대동면 초정리 방앗간을 돌보기도 한다. 많은 농가에서 자가용 도정기를 사들이면서 이제 시골 정미소는 그 기능을 잃어가지만 아직도 형편이 어려워 방앗간에 의존하는 사람들도 있어 강씨는 수익없는 방앗간이라도 손을 놓지 못한다.
 
"땅만큼 정직한 것은 없다"는 강씨는 돈이 생기면 땅을 사들였다. 그렇게 조금씩 넓혀간 땅이 농바위 산자락부터 뒤편 백두산에 이르기까지 십리길이 넘는다.끊어진 길은 잇고 무너진 길은 쌓아 그옛날 나뭇길을 있는 그대로 복원해 이번 여름 드디어 십리길 산책로도 완성해, 오가는등산객들로부터 환영을 받고있다.
"땅만큼 정직한 것은 없다"는 강씨는 돈이 생기면 땅을 사들였다. 그렇게 조금씩 넓혀간 땅이 농바위 산자락부터 뒤편 백두산에 이르기까지 십리길이 넘는다.끊어진 길은 잇고 무너진 길은 쌓아 그옛날 나뭇길을 있는 그대로 복원해 이번 여름 드디어 십리길 산책로도 완성해, 오가는등산객들로부터 환영을 받고있다.
 
북녘 백두산정상에서 바라보면 남쪽 끄트머리 희뿌옇게 유일하게 보이는 산이라는 이곳 김해 대동면 백두산은 진짜 백두산과 이름과 한자가 같다. 때문인지 많은 등산객들이 대리만족차원에서 찾고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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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강씨는 꽃과 차를 심고, 아기자기한 길을 가꾸는 일을 해오고 있다.이제 그의 산가꾸기 영역은 백두산까지 뻗혀있는 셈이다. 이 산 저 산 타며 자연을돌보다 보면 하루가 금방 지난다는 강씨.최근 4대강 사업으로 강 한가운데 조성한 호포앞 섬 차밭이 일부 편입되면서 땅이상처를 입게 돼, 국내 유일 나룻배를 타고 유기농 섬차밭 체험을 계획했던 꿈이 무산돼 한때 마음이 씁쓸했다.

래도 나라전체를 생각하면 4대강 사업은 정말 잘한 일이라는 강씨 부부.강산이 보다 깨끗해질 수 있다면 기꺼이 내놓아야 하는 게 아니냐고 일치감치 마음을 비웠단다. 차꽃을 닮아 맑고 깨끗한 부부, 이들이 있어 농바위산은 행복하다.
 
 
유순희 편집국장
[2011년 11월 18일 25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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