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를 가 봤지만 한국이 아니라면 이렇게 오래 머무를 수 있는 나 자신을 상상할 수 없어요”
필리핀 출생으로, 한국살이 어언 16년이 된 ‘부산 외국인 생태주의 연대(Global Green Stewards)’ 그레이스(Grace) 대표는 “부산에서 사는 것이 정말 만족스럽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가 설립 때부터 적극 참여한 부산 외국인 생태주의 연대는, 환경을 보호하고 대체 재생 에너지의 채택을 옹호하며 천연자원과 세계평화의 지속가능성 등에 관심있는 외국인과 한국인으로 구성된 단체이다.
김해시에 있는 무역회사에서 국제 마케팅 매니저로 일하고 있는 그레이스는 세계 각지에서 온 고객들의 국제 계좌를 담당하며 한 회사에서 오랜 기간 꾸준히 근무하고 있는 성실파이기도 하다. 지난 2007년 부산에 막 왔을 당시에는 영어와 필리핀 언어, 문화를 배우고 싶어 하는 한국인들을 위해 부산에 있는 필리핀 한인 문화의 집에서 강사로 일한 경력도 있다.
필리핀의 평범한 가정에서 7명의 자녀 중 넷째로 태어난 그레이스의 본명은 마리아 루르드 가(Maria Lourdes Ga)이다. 그는 자신을 소개하면서 “처음 보는 사람들이나 잘 모른 사람들은 저를 내성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어렸을 때부터 강한 리더십 갖추고 남들 앞에서 자신감 있게 연설도 할 수 있는 자립심 강한 사람으로 자랐다”고 말했다.실제로 그레이스는 필리핀의 한 대학에서 교육학을 전공하고, 한국에 오기 전까지 필리핀에서 수년간 교사로 학생들을 가르쳤다.
“지금은 처음 왔을 때에 비해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고 여러 가지 면에서 많이 성숙해졌다”는 그는 “특히 매운 음식과 언어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결국은 거의 극복했다”고 말했다.
부산에서의 삶 만족스럽고 감사
생계 이상의 가치 추구하며 살아
그레이스는 무엇보다 “이곳에서 알게 된 몇몇 사람들이 저에게 많은 도움과 교훈을 주고 저를 더 나은 사람으로 이끌어 준 것에 대해 매우 감사한 마음”이며 “이 사람들 덕분에 부산을 비롯한 한국 곳곳의 아름다움을 체험하고 잘 적응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레이스가 매우 소중하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열심을 다해 활동하고 있는 부산 외국인 생태주의 연대(Global Green Stewards)는 지난 2011년에 설립돼 교육, 미디어 및 기타 포럼을 통해 환경보호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데 전념하고 있다.
“이곳은 제게 가장 특별한 클럽”이라며 자부심을 보인 그레이스는 그 이유가 “부산의 여러 지역에서 플로킹, 청소 드라이브를 하고 젊은 세대들에게 환경을 지키는 방법을 교육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그레이스는 부산과 경상도에 거주하는 필리핀인들이 연대한 큰 공동체에 참여해 필리핀 문화를 부산에 알리는 일도 하고 있다. 그는 “제가 받은 모든 좋은 것들을 부산에 돌려주는 방법은 다양한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시간과 노력을 들여 필요한 곳을 찾아가며 나누는 기쁨은 그 값을 매길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아직도 외국인에게 마음의 문을 열지 않은 부산 지역민들을 만날 때가 있다”며 가끔식 겪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럼에도 자신은 부산을 위해 좋은 일을 많이 하고 있다고 자부했다. 그는 “부산에 오래 머물면서 필리핀에 있을 때는 전혀 생각하지 못한 많은 것들에 대해 마음을 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그것은 그 무엇보다 항상 받기만 하기보다는 돌려주기 위한 노력이 더 가치가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가 이곳에 단지 생계를 위해 와서 아름다움만 즐길 뿐 그 이상의 것이 없다면 내 인생은 가치가 없을 것”이라며 “인생의 목적을 완성시키는 것은 진심으로 환원하며 사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