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후반의 나이에 일을 할 수 있다는 것만 해도 감사한 일이지요”
중장년의 삶의 질에 그 어느 때보다 관심이 높아진 요즘, 전문성 있는 일과 자신만의 취미로 인생이모작 중인 세계행정사 사무소 조미경 대표를 만났다.
28년 동안 부산시 행정직 공무원으로 강서구청에서 11년, 연제구청에서 17년 동안 근무했던 조 대표는 연제구청 민원여권과에서 일할 때 여권에 대해 감을 잡았다. 재직 중 영어특기자, 중국어 특기자일 정도로 외국어 실력을 갖추고 있었던 그는, 2016년 명예퇴직을 한 후 일정기간 공인행정사협회 교육을 받고 실습을 마쳤다.
그리고 행정사가 하는 행정심판, 학교폭력 등 많은 업무 가운데 특히 ‘출입국 등록 행정사’ 일이 마음에 와닿아서, 김해시청에 행정사 등록을 하고 사업자등록증을 냈다.
이렇게 그의 새로운 일이 된 ‘출입국 등록 행정사라’는 직업은 외국인의 체류자격 변경, 영주권 신청, 국내 초청, 유전자 검사 등의 출입국 업무와 재입국 등에 관한 세밀한 업무들을 맡아서 한다. 조 대표가 주로 취급하는 비자는 E-9(비전문 취업)에서 E-7-4(특정활동)으로 바꾸는 일이다.
이 일을 해 오면서 유독 기억에 남는 것은, 2018년 한국에 있는 6만 네팔 사람의 부대표인 ‘라이 선집’ 씨의 비자 변경 일을 맡아, 두 번 만에 성공시킨 일이다. 조 대표는 “워낙 성실한 근로자이고 회사가 김해시 진영읍이라 읍면 4년 이상 거주에, 소득 등이 기준에 맞았다”며 “선집 씨 본인도 무척이나 좋아했다”고 말했다. 이후 선집 씨는 “네팔에 있는 아내와 아들을 초청해 동상동에서 에베레스트 뷰라는 인도네팔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출입국과 재입국 등에 관한 제반 업무대행
외국인 귀화할 때 한국 이름 지어준 일화도
일을 하다 보니, 외국인이 한국으로 귀화할 때 작명을 해 준 경험도 있다. 주인공은 ‘바니야 프라산트 라즈’라는 개신교 전도사인데 아내와 네팔에서 낳은 아들이 제스콜, 한국에서 낳은 딸이 제시나였다.
“제스콜은 네팔에서 낳아 왔기 때문에 유전자 검사를 통해 아들로 등재해야 하는데, 유전자 검사하기가 어려워 수소문해 병원을 찾고, 검사실에 통화해 부자(父子)가 같이 채혈하고 사진 찍고, 피를 적십자혈액원에 보내어 검사결과를 받았는데, 그러고도 부산출입국사무소에 서류 접수시켜 한 1년 기다려야 했다”고 할 정도로 일이 간단치만은 않다고 말했다.
제스콜, 제시나의 아빠인 ‘바니야 프라산트 라즈’ 씨가 한국 이름으로 개명할 때 조 대표가 직접 제명철(諸明徹)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그는 “창원지방법원에서 개명 신고를 하는데 무슨 제씨를 해야 하느냐고 묻기에 김해(金海)라고 써서 보냈고, 이로써 의뢰인인 제명철(諸明徹)씨가 김해 제씨의 시조(始祖)가 되었다”며 활짝 웃었다.
에어비앤비를 운영할 때는 병원에서도 손을 들 정도로 극심한 우울증을 겪던 네팔 청년을, 한국 목사님 한 분과 함께 숙식하면서 50여 일 만에 치료한 일도 있다.
이렇듯 보람도 많지만, 안타까운 일도 여러 건이다. 조 대표는 “비자 변경 서류를 갖춰야 하는데, 회사 사장님이 신원보증서에 날인 하지 않는다든지, 회사가 국세, 지방세를 체납했다든지, 회사에 티오(TO)가 없다든지, 아니면 점수가 모자라 난민 신청이라도 하려고 하나 여의치 않을 때가 제일 안타깝다”고 말했다.
“공무원 퇴직하고 이제 7년인데, 해외여행도 많이 하고, 도서관 수필반에 들어가 수필집도 만들고, 그림을 그려서 전시나 미전 응모도 하고 개인전도 열었다”는 그의 그림은 주로 유화이며 경주 남산 마애불 등 불상이 많다. 그리고 그 실력을 인정받아 올해 한국미술협회 김해미협 회원이 되기도 했다.
조 대표는 “수임료는 다른 행정사의 절반만 받는 수준”이지만 “남들이 쉬이 하기 어려운 일과 좋아하는 취미가 있으니 은퇴 후에도 참 괜찮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박정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