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rrent Date: 2024년 03월 29일

라틴아메리카 이야기

이방인의 사랑 그리고 애수…매혹의 탱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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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넓은 푸른 초원 팜파스, 혁명의 아이콘 체게바라, 권력과 비운의 여성 “돈 크라이포미 아르헨티나”의 에비타, 축구의 황제 마라도나 그리고 이방인의 사랑과 애수 탱고.....
 
우리에게 아르헨티나를 떠올리게 하는 낭만과 감성의 단어들이다. 쿠바를 비롯한 라틴음악과 춤이 아프리카에 뿌리를 둔 인종의 먼 기억에 의지하여 성장했다면, 탱고는 라틴아메리카의 또 다른 색깔을 선사하는 대표적인 문화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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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여인의 향기’에서 앞을 보지 못하는 알파치노가 세상에 첫발을 내딛는 처녀에게 탱고를 청하는 장면은 까를로스 가르델(Carlos Gardel)의 ‘뽀르 우나 까베사(Por una cabeza;머리 하나 차이로)’라는 탱고 음악을 우리의 기억 속에 저장시켰다.

때론 무겁고 격렬하게 표현되는 현악 4중주단의 탱고 연주는 잠자던 우리의 오감을 깨우는 아스또르 삐아졸라(Astor Piazzola)의 음악적 천재성을 확인시켜주기도 한다. 대중음악과 춤으로부터 클래식까지 탱고는 다양한 장르에 걸쳐 우리의 감성을 사로잡는다.
 
라틴아메리카의 또 다른 색깔을 선사하는 문화 “탱고”
부에노스아이레스 고단한 노동자들의 낭만적 음악과 몸짓

탱고는 ‘만지다’의 ‘탕게레(Tangere)’ 또는 ‘두드리다’의 ‘탕히르(Tangir)’라는 뜻의 라틴어 에서 비롯되었다.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모든 사람들이 탱고를 즐기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거리를 걷다 보면 끊어질 듯 이어지는 애절한 선율에 몸을 맡긴 사람들과 어렵지 않게 마주한다.

희미하게 어디선가 들려오는 소리를 따라가 보면 애절한 리듬에 격정적인 몸짓으로 이방인의 감성을 머물게 하는 남녀 한 쌍을 만난다. 거리의 소음과 뒤섞인 음악은 낯선 도시에서 마주친 사람들이 건네는 말보다 훨씬 더 인간적이다.

그 진한 향취에 매료되어 바쁜 걸음 재촉하던 나는 발은 길을 잃어버린 채 맥없이 그 자리에 주저앉아버리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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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독립과 함께 아르헨티나는 ‘피의 백인화’ 혹은 ‘피의 문명화’라는 미명하에 원주민과 흑인에 대한 인종적 그리고 문화적 청산을 시작하였다. 라틴아메리카 지역 대부분이 메스티소 및 혼혈인종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에 반해 아르헨티나는 전형적인 백인국가로 성장하였다. 이러한 과정에서 사라져간 원주민과 흑인은 유럽 백인 이민자들로 채워졌다.
 
장밋빛 인생을 꿈꾸며 수없이 많은 유럽 이민자들이 아르헨티나 드림을 안고 도착했다. 그러나 현실의 벽은 높았다. 허드렛일이 제공되는 항구도시 부에노스 아이레스로 사람들은 모여들기 시작했고, 일용직 부두 노동자나 선원으로 고단한 일상을 이어갔다.

해질 무렵 이민자들은 힘겨운 노동과 좌절된 꿈 그리고 그리움을 춤으로 달래며 또 다른 하루를 기대했다. 외곽 라보카(La Boca) 부둣가 선술집은 음악에 의지하여 힘을 겨루는 거칠고 낭만적인 마초의 몸짓으로 때론 유연한 유혹의 몸짓으로 삶의 고단함을 달래는 이방인들로 분주했다.

이방인의 감성은 탱고의 격렬하지만 애절한 리듬으로 표현되었다. 그래서 탱고는 격정적이지만 구슬프다. 탱고는 만남이었고, 그리움을 잊게 하는 묘약이었으며, 허세와 멋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자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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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보카항의 까미니또(Caminito)는 탱고 특구 거리이다.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도심과 대조적으로 강렬한 색채의 양철 판자 집이 퍼즐처럼 펼쳐져 있다. 넉넉지 않은 부둣가 서민들의 모자랄 것도 없는 단촐 했던 삶이 시야를 채운다.

엽서, 그림 등 탱고 관련 기념품 상점들로 가득한 거리는 예전의 삶과는 달라진 현실을 말해주지만 “탱고는 인생과 달리 단순하며 만일 실수하여 스텝이 엉키면 그게 바로 탱고”라는 ‘여인의 향기’ 알파치노의 말을 떠올리며 잠시 이국적인 멜로디에 젖고 싶은 충동을 여전히 안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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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525일 제7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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