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rrent Date: 2024년 11월 21일

라틴아메리카 이야기

여러 겹의 시간이 겹쳐진 공간 : 피라미드와 마추픽추

차경미 교수의 라틴아메리카이야기 >③라틴아메리카의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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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오티우아칸 태양의 피라미드
 
 라틴아메리카의 도시공간은 ‘라틴’과 ‘아메리카’의 만남을 통한 파괴와 공존의 역사를 기록처럼 전해준다.

여러 겹의 시간이 겹쳐있는 고대공간은 질서정연한 격자형의 외형과 기념비적인 건축물로 채워진 식민 공간 저편에 마주하며 과거는 그저 지나간 순간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닌 생생하게 살아있는 현재로 다가선다. 라틴아메리카가 매력적인 것은 여러 겹의 시간이 겹쳐진 과거를 현재로서 마주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1521년 이후 스페인 식민권력은 마야, 아즈텍 그리고 잉카 제국의 역사적 공간을 파괴하고 새로운 상징 공간 창출에 막대한 자금과 노력을 투입했다. 그리고 잉카의 쿠스코와 아즈텍의 테노치티틀란(현재의 멕시코시티)과 같은 원주민 중심공간은 “문명”이라는 미명하게 300년 동
안 서구지배의 정당성을 부여하며 파괴되어 사라져갔다.
 
2만여년의 세월을 통해 이룩한 원주민의  업적은 “미개”하고 “불결한”것으로 왜곡되어 라틴아메리카는 유럽을 모방한 바로크 풍의 건축물로 획일화되어 갔다. 그러나 이러한 역사 속에서도 복원된 원주민의 전통은 도시 공간 건축물 속에 여전히 남아 과거의 영광을 당당히 이어간다.
 
1492년 컬럼부스의 항해를 시작으로 아메리카 대륙은 황금의 땅 ‘엘도라도’로 불리며 정복과 수탈의 대상이 되었다. 이러한 역사의 중심에 선 스페인은 1521년 부터 300년 동안 아메리카 대륙의 새로운 주인으로 군림하였다. 그리고 백인 문명의 우월감에 입각하여 지배세력의 우월을 과시하는 상징적 건축물과 함께 “야만”적인 원주민 공간은 “문명”의 공간으로 재건설되었다.

그러나 “야만”의 원주민은 이미 거대한 문명을 바탕으로 정복자들도 “유럽에서 한번도 본적 없다”라고 고백한 도시를 건설하였다. 멕시코의 피라미드 도시 테오티우아칸 그리고 자연과 완벽한 조화를 이루어 생명의 땅으로 창조된 마추픽추를 통해 문명의 원주민은 우리에게 다가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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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오티우아칸 죽은자의 길
 
멕시코시티에서 버스를 타고 50여분을 달리면 거대한 피라미드 도시 테오티우아칸에 도착한다. 도시에 들어서는 순간 멀리 펼쳐진 피라미드는 우리의 시선을 압도한다. ‘신들이 탄생한 곳’이라는 뜻을 가진 테오티우아칸은 인간과 신의 교감을 통해 공간적 조화를 이루었던 고대문명의 경이로움을 선사한다.
 
이 도시는 기원전 300년경 건설된 이후 인구 20만의 라틴아메리카 최대의 도시로 성장하였다.
기원전 200년경부터 멕시코를 중심으로 중앙아메리카에는 도시국가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정복자들이 도착하기 이전 시대의 것으로 밝혀진 용설란 종이에 새겨진 기록은 원주민이 체계적인 공간 계획을 수립했다는 사실을 증명해준다. 도시는 철저한 자연과의 조화를 이룬 공간적 규율을 통해 형성되었다.
 
테오티우아칸 입구에 들어서면 정면으로태양과 달의 피라미드가 묵직한 모습으로 지난 세월을 품고 있다. 길이가 2.5킬로미터 그리고 폭이 40~90미터에 이르는 “죽은 자의 길”이라고 불리는 대로에서 산자와 죽은 자는 서로 만나 공감의 시간을 나눈다. 도시 중앙을 가로지르는 대로에 서면 말없이 사라져간 이 땅의 주인들이 다가와 인사를 나누는 듯 밀려오는 바람소리가 잠시 주위를 맴돌며 침묵을 깬다.
 
도시는 대로를 중심으로 대칭적으로 발달하였다. 도로 중간 오른쪽에는 세계 3위의 규모를 자랑하는 태양의 피라미드가 과거 도시의 위상을 말해준다. 피라미드는 면의 길이 각각 225미터, 220미터 그리고 높이는 65미터에 이른다. 주변에는 소규모의 피라미드가 흔적으로 남아 옛 왕궁의 자취와 폐허의 모습으로 지난 시간의 맥을 이어가고 있다.

“죽은 자의 길” 정면으로 들어서면 달의 피라미드와 마주하게 된다. 기원후 500년경 테오티우아칸 전성기 때 건설된 것으로서 실질적인 도시의 상징이다. 규모 면에서는 태양의 피라미드보다 작지만 이곳은 신에게 인간의 심장과 피를 바치는 종교 의식이 거행되던 곳으로 추정되고 있다. 700년경 도시의 기능이 사라지고 이후 1,300년경 북쪽지역에서 내려온 아즈텍인들에 의해 도시는 다시 200여 년 동안 번창했다.

멕시코를 포함하여 중앙아메리카의 과테말라, 온두라스 그리고 벨레세에는 티칼, 몬테알반, 피에드라스 네그라스, 약스칠란 같은 고대도시가 아직도 이해할 수 없는 무한한 원주민의 문명세계를 간직하고 있다.
 
티티카카호수의 우루족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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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야 고대도시 과테말라의 티칼남미 안데스 산맥지역에는 스페인 정복 이전 해발 3600미터 세계 최고 고지에 위치한 티티카카호수를 중심으로 잉카문명이 성장 발전하였다.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해 지역 국가 중에서 페루와 볼리비아는 전체인구대비 원주민 인구가 가장 많은 분포되어 있는 나라이다.
 
다양한 종족집단의 원주민이 분포되어 있는 안데스산맥 지역에서 케추아족과 아이마라족은 가장 대표적인 집단을 형성한다. 특히 티티카카호수를 중심으로 접경을 형성하고 있는 페루와 볼리비아는 아이마라 원주민이 집중적으로 분포되어 있으며 볼리비아는 아이마라 원주민의 중심국이다.
 
대통령 에보 모랄레스 역시 아이마라 원주민이다. 볼리비아의 티우아나코 고대도시 아이마라 원주민은 고유의 언어를 바탕으로 강한 정서적 유대감을 유지하고 있다. 접경지역 마을은 아이유라는 혈연관계에 기초한 공동체를 중심으로 일상이 유지되고 있다. 아이마라의 일부인 우루족은 티티카카호수를 갈대로 엮어 섬을 만들어 정착하여 전통의 삶을 이어가고 있다.
 
15일 마다 갈대를 엮어 섬을 보수하고 있으며 이러한 방식은 700년 동안 유지되어온 소중한 유산으로 전해온다. 배를 타고 마을에 들어서면 척박한 환경에서도 삶을 유지 할 수 있는 인간의 지혜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마추픽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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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데스 산맥 해발 2400미터에 위치한 “공중도시” 혹은 “잃어버린 도시” 로 불리며 잉카문명의 신비를 대변하고 있는 마추픽추는 신비스런 모습 그 자체로도 경이롭다. 마추픽추는 그 명성만으로도 우리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수많은 시간을 침묵하며 세상과 단절된 채 묵묵히 견뎌온 그 의연한 모습에 말로는 부족한 벅찬 감동이 가슴을 채운다.
 
절벽과 밀림 그리고 구름도 산허리에 걸려 희미한 모습조차 확인할 수 없었던 도시가 1911년 미국 탐험가에 의해 오랜 침묵을 깨고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도시의 주인들은 20톤이나 되는 무게의 돌을 잘라내어 수십 킬로미터 떨어진 산으로 옮겨와 척박한 땅에 생명을 불어 넣었다.
 
미로처럼 펼쳐진 좁은 길을 말없이 걷고 있자니 자연과 완벽한 조화를 이룬 인간의 공간에 마음마저 숙연해 진다. 먼지조차 파고들 틈 없이 정교하게 쌓아올린 벽돌은 신에게 감사하며 잔잔한 삶을 엮어온 잉카인의 숨결을 그대로 전달해준다.
 
노벨상을 수상한 칠레의 시인 네루다가 은폐되고 왜곡된 라틴아메리카의 역사를 진실의 언어로 장엄하게 써 내려간 곳이 마추픽추였다. 그리고 청년 체 게바라가 생각과 행동사이의 간극을 좁히며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인물로 다시 태어난 곳도 이곳 마추픽추였다.
 
여러 겹의 시간이 겹쳐있는 미로와 같은 길을 걷고 있노라니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이 땅의 주인들이 무척 그리워졌다. 그들에게 묻고 싶었다. 어떻게 인간이 이토록 완벽한 공간을 이루어 낼 수 있었는지....

“문명”의 상징 서구에 의해 “미개”하고 “불결한 것”으로 기록된 원주민의 역사가 얼마나 거짓되고 조작된 역사였는지 고대 원주민도시는 말없이 우리에게 진실을 깨우쳐 준다.
 
▼마야 고대도시 과테말라의 티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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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리비아의 티우아나코 고대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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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 11월20일 제70호 3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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