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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바람 차향기

꽃댕강나무 울타리

 
 
 
꽃.jpg「리본」이란 이름을 단 내 작은 작업장을 나서면 바로 앞에 제법 아름답게 아치형으로 입구를 치장한 민락 2호교가 나온다.
 
간혹 머리를 식히고 싶을때는 이 다리를 걸어본다. 태공들이 나와서 고기를 낚을 때에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고기가 물리는 것도 구경하며 아주 천천히 걷는다. 바닷바람이라도 불어오면 긴 머리를 휘날리고 싶은데,늘 내 머리가 짧아서 그런 호사를 누리지는 못한다.

다리를 건너 조금 더 요트마리나 쪽으로 걸으면, 라일락 향기 같은 꽃냄새가 바람에 흩날려온다. 바로 길 양쪽에울타리용으로 조성한 꽃댕강나무가 온통 피어서 꽃향기를 날리는 것이다.

붉은 갈색 꽃받침에 연분홍빛이 도는 흰색의 작은 꽃을 단 꽃댕강나무가 촘촘히 피어나 나무 전체가 축제에 싸인듯 화사하다. 약간 붉은 빛이 도는 가느다란 가지가 이름 그대로 댕강댕강부러질 것 같아 안쓰럽다.

그러나 다행히도 울타리용으로 겹쳐 심었으므로 그런 걱정은 덜 해도 된다. 누가 계획을 했는지 몰라도 언제부터인가 이 길에는 꽃댕강나무가 피어서 초여름부터 늦가을까지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을 즐겁게 해준다.
 
그뿐이랴 봄이 시작되면 가느다란 가지위로붉은 새싹을 마치 꽃처럼 돋아 올려서 멀리서 보면 마치 붉은 꽃들이 환호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 꽃댕강나무는 댕강나무를 원예용으로 개량해서 중국에서 들여온 것으로 댕강나무 종류 중에서 가장 아름답다. 이제는 부산 전역에서 이 꽃댕강나무를 쉽게 볼 수 있다.
 
대연동에서 문현동으로 넘어가는 고개에도 지금 꽃댕강나무가 만발이다. 도시 전체가 꽃으로 뒤덮이면 얼마나 좋은 일인가. 삭막하던 회색빛 도시가 이 꽃댕강나무로 환해졌다. 언제 보아도 사랑스런 꽃이다.

꽃댕강나무는 인동과 식물로 6월부터 10월까지 꽃을 피우므로 관상용으로 많이 심어지고 있다. 그래서 남부지방에서는 여러 곳에서 꽃댕강나무를 도시 조경에 이용하고 있다.
 
제주시에서도 공항로에 식재된 샤스타데이지 꽃이 여름과 가을에는 꽃을 피우지 않아 이중 일부를 꽃댕강나무로 교체해 사계절 꽃피는 거리로 조성키로 했다한다.
 
이처럼 다른 종류의 꽃들과 꽃댕강나무를 적당히 섞어 심으면 부산같이 따뜻한 도시에서는 사계절 내내 꽃을 볼 수 있으니 분명 꽃댕강나무는 우리에게 축복의 꽃이다.

이해인의 시에 꽃 이야기를 하는 동안은 우리 모두 꽃이 되고, 어려운 시절에도 꽃이야기를 하는 동안은 작은평화, 작은 위로가 살며시 피어난다고 했다.
 
도시에 꽃을 심고 가꾸는 사람들이 있고, 또 그 꽃을 보고 기뻐하고 작은 평화를 느낀다면 얼마나 좋은 일인가. 내가게 앞 작은 화단에 철따라 꽃을 심었더니 사람들이 밤에 몰래 캐어가고해서 속상한 적이 많았다.
 
그런데 이제 생각을 바꾸었다. 그들이 가져간 그 꽃이 활짝 피어서 그들에게 작은 위안을 준다면 그 또한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바람이 불어오자 꽃댕강나무들이 일제히 팡파르를 울리듯 가는 가지를 흔들며 희미한 꽃향기가 흩날린다. 적당히 땀이 밴 얼굴에도 꽃잎 같은 웃음이 번진다.
 
가던 길을 되짚어오며 내 작은 화단에도 어떤 꽃을 심어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기쁨을 드릴까 하고 생각하니 먼저 내 얼굴에 행복이라는 꽃이 활짝 핀다.
 
[2009년 11월 23일 제 1호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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