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rrent Date: 2024년 04월 25일

김성대의 인도여행기

금빛 물결처럼 가슴을 물들이는 인도사람들

명문여행 김성대의 인도여행기 <3>
 
 
거대한 사막위 이정표처럼 우뚝선 도시
과거와 현재의 공존…곳곳엔 고성과 저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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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위의 황금도시 ‘자이살메르’
 
초저녁에 출발한 야간열차는 새벽까지 어둠속의 철길을 달린다. 미세한 모래바람을 맞으며종착역이자 목적지인 자이살메르에 도착했을때까지 어둠은 걷히지 않았다. 기차에서 내리자
예상했던 모래 바람대신에 상큼한 미풍이 우리를 환영하듯 가슴까지 상쾌하게 한다. 자이살메르는 파키스탄과 국경을 접한 인도 북서부의 라즈스탄주의 주도다.
 
1156년 ‘바티 라지푸드 라왈 자이살’에 의해 건립된 이 천년의 도시는 타르사막위에 세워져있다. 척박한 사막위에 마치 인도의 황금색 금잔화처럼 피어있다. 그래서 황금의 도시라 불리우는것 같다. 이른 새벽의 기차역에는 2명의 현지인 가이드가 기다리고 있었다. 한명은 라이센스가 있는 정식가이드고 한명은 보조역인데 나를 고성에 안내할 가이드다. 호텔까지 동승한 후 오전11시에 다시 만나기로 약속했다.
 
호텔에 도착했을때 동쪽 하늘에 여명이 핑크빛으로 시작되었다. 이른 시간인데도 지배인과여직원 2명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여직원은 전통의상인 살와르 까미즈(무슬림여인들이입던 옷으로 윗옷은 ‘까미즈’고 헐렁한 바지는‘살와르’인데 이 살와르가 현지에서는 우리가‘파자마’로 입고있는 ‘빠자마’였다)를 입고 ‘풀발라’를 들고 있었다. 황금색 금잔화로 만든 꽃목걸이 ‘풀발라’를 우리들 목에 걸어주고 이마에 붉은 물감을 찍어준다. 환영과 여행의 안녕을 기원하는 인도전통의 환영행사다.
 
‘풀발라’에서 진한 향냄새가 난다. 꽃에 인공향을 뿌린것이다. 향의나라 인도에는 수백가지의 향료가 있다. 요리할 때 쓰는 향신료, 옷에, 꽃에, 몸에,거실에, 욕실에, 가게에도 있고, 요가등 정신수양에도 향이 사용된다. 향내음에 익숙치 않은 우리들의 생각은 불결하고 역겨운 인도특유의 냄새를 희석시키기 위해서 다양한 향신료가 발달되었을 것이라고 했다.
 
향내음이 심한 ‘풀발라’를 노점에서 팔고 있는 ‘올드델리’도둑’바자르’(시장)가 떠오른다. 엄청난 규모의 이슬람사원 ‘자마 마스지드’ 가는입구에 바자르가 있다. 델리에는 하루에 자동차 약 200대가 도난당한다. 훔친차는 분해되어 그 부품이 이곳 바자르에서 팔리고 있다. 그래서 도둑바자르에는 수많은 자동차 부품점이 호황을 누리고 있는데 경찰도 제대로 단속을 못할만큼 도둑들의 솜씨가 훌륭(?) 하다고 한다.
 
옷집, 그릇집, 간이음식점, 식료품점, 향료가게가 짙은 회색빛 상점기둥으로 연결되고 그 앞에는 낙타와 개와 소와 릭샤와 오토바이, 자전거와 사람들의 물결이 함께 움직이고있다. 도둑물건이 많은 상가 한쪽 모퉁이에 ‘풀발라’를팔고있는 노점상의 여인들이 입은, 화려한 색상의 전통의상 ‘샤리’가 꽃이되어서 회색의 시장을 빛내고 있었다. 낙타와 소, 개와 염소와 사람들의 배설물이 엄청난 냄새를 풍기는 모퉁이에 금잔화의 향내음이 가득한 노점의 ‘풀발라’는 인도인의 커다란 눈동자처럼 시장거리를 빛나게 했다. 악취와 향료의 공존, 여행자들은 인도의 속과 겉을 보는것 보다 불가사의한 것이 더욱 묻어나는것 같다고 한다.인도인의 약속시간 어느 인도 여행기에 다음과 같은 글이 있었다.
 
“사람을 두 분류로 나누어 보라면 인도를 다녀 온 사람과 인도를 가보지 않은사람으로 나누겠다...”인도의 무엇 때문에, 인도의 어떤 매력 때문일까? 그 해답은 인도여행을 해 본 사람만이 알수 있다.
 
수백년전 건립된 사원과 고성과 궁전의 규모에 대한 경이스러움이나, 건축물 내부의 화려하고 아름다운 예술성도 여행의 매혹적인 대상이겠지만 역시 인도여행의 알갱이는 낮은 계급사람들과 불가촉천민들의 일상이 가득한 재래식시장과 거리, 그리고 수없이 만나는 신상, 특히 힌두교 사원에서 간절하게 기도하는 모습에서 우리는 겸손을 배우고 참나를 발견하는 것이 아닐가 하는 생각이 든다.
 
또한 바라는것이 작으면 행복해진다는 진리도 배운다. 호텔에서 샤워와 아침식사와 그리고 짜이 한잔을 했다.자이살메르 여행의 첫날은 신선한 아침공기속에서 해오름처럼 불콰한 설레임으로 출발하는 것 같았다.
 
오전11시, 나를 제외한 5명의 일행은 인도여행의 백미이며, 환상적이라고 입이 마르도록 포장하는 가이드와 함께 사막사파리를 위해 떠났다.통역과 안내를 해줄 또 한명의 현지인 가이
드, 새벽에 기차역에서 잠시 인사를 나눈 그 가이드는 약속시간이 되어도 나타나지 않는다.호텔 프론터에 몇 번이나 물어보아도 전화도 없었다. 12시가 되어도 소식이 없다.
 
얼굴만 기억될뿐 어렵게 들은 이름도 생각되지 않는다. 물론 연락할 전화번호도 받지 못했다. 분명히 약속시간에 올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기다리기 지쳐서 짜이를 두잔이나 마셨고, 호텔 도어맨과 기념촬영도 하고 호텔 주변도 잠시 둘러보았지만 그는 나타나지 않았다.
짜증이 차츰 초조함으로 바뀔 오후1시, 약속시간을 무려 2시간이나 늦게 태연히 나타났다. 인도에서는 약속시간을 믿지 말라는 충고가 새삼떠오른다.
 
흰 와이샤스와 검은바지를 입고 왔다. 인도남자들의 평상복이다. 인도인 특유의 유유자적함이 가득한 표정이다. 미안하다는 말도, 늦을 수 밖에 없었다는 변명도 없다.3년전 김해근처에 있는 공장에서 2년간 일을 한적이 있는데 그때 우리말을 배웠다고 한다.영어는 하지만 라이센스가 있는 정식 가이드가 아니고, 혼자서 하루여행할 나를 위해서 긴급투입된 30살이라는 라자스탄 현지인이다.
 
답답해한 내 표정을 읽었는지 어눌한 발음으로 “잘 쉬었습니까?” 이말이 전부다. (그래 이놈아, 너무 잘 쉬었다. 너 때문에 귀한 2시간을 호텔정문 앞에서 배회했다. 그만 돌아가라!...) 따지고 싶었지만 참았다. 그리고 주고 싶은 마음도 적었지만 그를 위해서 준비한 야구 모자를 선물하고 잘 부탁한다고 하자.
 
“점심합시다. 식사합시다.” (이게 무슨소리야?!) 사막일정까지 하루 줄이고 구 시가지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려했는데 여행의 시작이 점심시작부터라니... 화내서 무엇하랴, 그의 표정을 읽어 보니 분명히 아침식사도 못 한것 같다. 눈이 큰 그를 한참 쳐다보자 그가 먼저 웃는다. 인도인의 대부분은 눈을 3초만 마주보면 먼저 웃는다.

이왕이면 잘 먹어보자는 생각에 어떤 음식이 유명하냐고 물었더니, ‘탄투르 치킨’을 먹어보았느냐고 되묻는다. (탄투르는 화덕이란 말이다. 치킨을 화덕에 구워 기름을 밴 담백한 닭요리다) 인도 북서쪽에서 발달한 무굴요리중 ‘탄투르치킨’을 제일로 친다.
 ‘탄투르 치킨’을 짜이푸로에서도 먹었지만 맛은 이곳이 정통요리로 좋았다.금강산도 식후경 이라고, 맥주까지 시키고 커리로 요리한 감자와 난(밀가루 반죽으로 얇게구운 떡으로 우리의 밥처럼 나왔다. 무한리필)과 양고기 꼬지 까지 주문했다. 우리는 식도락여행자가 되어 2시간 가까이 식당에 머물렀다. 가이드의 눈빛도 밝아진 것 같다. 왜 늦었냐고 묻고 싶었지만 묻지 않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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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렇게 우리의 여행은 시작되었다.혼란의 거리에서 만난 석류알 같은 소년들 먼저 자이살메르의 대표적 관광지인 성에 갔다. 타르사막 가운데 해발 76미터의 트리쿠타언덕에 있다.
 
거대한 타르사막위에 이정표처럼 우뚝선 자이살메르성은 황색의 오후 햇빛에 황금빛처럼 빛나고 있다. 황금의 도시라는 자이살메르에는 고성과 저택이 많다. 사막과 황토색집의 외벽에 눈부신 햇살로 인해서 황금색으로 보이기 때문에 황금의 도시라 부른것 같다.

성에서 내려 다 보이는 늦은 오후의 거리는 황토색으로 빛났다. 황토색 주택이 사각통처럼 이어져 동네를 이루었고, 거리에는 릭샤와 자전거, 소, 낙타, 코끼리... 발이 있는 것들은 모두가 나와서 움직이고 있었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거리에 저택이 많은 이유는 그 옛날 실크로드를 통한 무역과 델리를
통한 비단, 향신료 중계무역으로 부호가 많이 생겼기 때문이다.사막가운데 건립된 도시라서 외침도 적었다,그들은 엄천난 부를 축적하여 저택을 지었다고한다. 어떤 저택은 고성처럼 보인다. 드디어 내가 오래 머물고 싶어 했던 구시가지에 도착했다. 타임머신을 타고 중세로 돌아간 것이다.
 
인도의 유명한 관광지는 성, 사원이 대부분이다.모든 성은 보이기 위한 관광지였지만 이곳은 전통이 그대로 담겨있는 성이었다.구시가지의 라자스탄 성안에는 특이하게 옛날처럼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수백년의 전통과 관습을 고스란히 이어받은 사람들이 살고 있어서 마치 과거로 회귀한것 같다. 전통이 무엇이고 현재가 무엇인지 혼란도 느껴진다.성안의 좁은 거리에 들어섰다. 거대한 공연이 전개되고 있었다.

잘차려 입은 낙타, 화장한 코끼리, 쓰레기장에 누워있는 주인없는 소, 염소, 피부병으로 누워있는 개... 그들이 배설한 오물의 냄새와 울음소리, 상인들의 호객소리, 거리의 악사, 코브라쇼를 보이는 노인... 오토바이와 자전거와 국내외 관광객들의 물결이 연출되고 있다.사람들은 병정개미떼처럼 제각기 맡은 역할대로 분주히 움직이다.
 
검은색 얼굴에 눈부신흰 치아로 미소를 짓는 상인들과 외국관광객에게 구걸하는 걸인까지도 표정이 평온하다.길 한쪽에는 나무에 낙타를 조각하는 기념품가게, 침대보 퀼트의 화려한 색상이 진열된 상점, 환전소, 게스트하우스, 음식점, 샤리를 파는웃집, 난과 라쉬를 파는 노점상, 주택이 좁은 골목길을 만들었다.
 
황금빛 사원과 대조되는 검은색피부에, 알록달록한 사리입은 여인들이 걷고있는 거리.황토색 물결속에 낮선 흰색벽도 보이고 오렌지색, 파란색, 노란문이 달린 색깔있는 주택들,나는 이 혼란과 수많은 색깔의 무대에서 한 배역을 맡은 출연자처럼 이곳 저곳에 시선을 두고있는데 한 무리의 소년들이 우리들 곁으로 와서‘원포토 오케이?’ 그래 ‘오케이’(인도아이들은 외국인과 사진촬영을 좋아한다.)다.
 
눈으로 다 담을 수 없는 공연을 카메라로 촬영하려는데 카메라가 작동되지 않는다. 이리저리 작동을 해보자 디카의 메모리칩이 찼다는 글귀가 보인다. 메모리칩을 새것으로 구입해야 했다. 나의 당황한 모습에 통역인(가이드)이 소년들에게 카메라점을 물어본다. 그러자 소년들이 이해했는지 나를 보고 따라오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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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들도 쉽게 메모리칩 가게를 찾지 못한다. 이곳에 가면 저곳으로, 저곳에 가면 또 저곳으로... 20여분 따라다니느라 진땀이 난다.이때 작은 가게 앞에 ‘라쉬’(액체 요쿠르트에 설탕이나 바나나를 믹서한 음료)판매점이 보인다. 사진촬영을 포기하고 함께 다녔던 소년들에게 라쉬 한잔씩 사줄 생각이었다. 가게 입구에서 라쉬를 팔고 있었고 안쪽에는 기념품 가게였다.
 
이때 유리로 된 진열장이 내 눈에 크게 들어왔다. 가까이 보니 분명 메모리칩이 들어있는 작은 플라스틱 통이다. 소형 밧데리도 있고 진열품 사이에 메모리칩상자가 분명이 보인다.아이들도 신났다. 나도 만세라도 부르고 싶다. 시키지도 않았는데 내가 인도를 취재왔다는가이드의 거창스러운 설명을 들은 가게주인이 내게 의자를 권한다. 우선 아이들을 위해서 라쉬를 한잔씩 사기로 했다.
 
나도 다리를 꼬고 앉자 라쉬를 마시려는데 한 소년이 내 운동화 밑바닥을 보며 힌두어로 무슨 말을 한다.험한길을 오랫동안 걷지도 않았는데 세계적 유명운동화인 N 사의 운동화 밑창이 소 혓바닥처럼 처졌다. 그 소년이 웃으면서 운동화를 벗어라고 한다. 수선해서 오겠다고 한다. 가이드가 힌두어로 무슨 말을 당부한다. 그러나 카메라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새 포장지를 세번이나 뜯고 장착했으나 메모리칩이 가득 찼다는 문자표시만 나온다. 주인이 내 디카를 여기저기 만져본다.
 
결국 주인은 카메라에 이상이 있으니 칩의 사진들을 다른데 저장하고 나서 사용해 보라한다. 잘못되면 지난 일주일간 촬영한 사진이 그냥 날라 갈것 같다. 가게주인에게 미안해서 개봉한 포장지 값이라며 50루피를 내밀자 주인이 사양하며 오히려 미안해한다. 금잔화색 터번을 쓰고 큰눈동자를 굴리던 흑인같은 주인은 “노프라블럼” 으로 나를 위로한다. 20분쯤 지났을까? 숨을 가뿌게 쉬면서 운동화 수선 갔던 소년이 달려왔다.
 
첩착제로 밑창을 붙이고 작은 못가지 5개 박혀 있다. 단단한 수선이다. 가이드의 당부 때문이였는지 수선비를 물어보니 “노프라블럼” 이다. 가게주인이 사양한 50루피 (1500원)를 수선
해온 아이에게 주었다. 가이드의 눈치를 보고 돈을 받은 소년은 나를 보며 “나이스 투 미츄!”
라 한다.카메라 메모리칩 가게주인의 매혹적인 눈웃음과 소년들의 천진스러운 미소가 인도여행을 12월에 익은 인도의 붉고 영롱한 석류알처럼 더욱 감미롭게 한다.
 
아수라장 장터에서 미로를 헤쳐나가듯 다닌 구시가지의 정경과 따뜻한 인도사람과 그리고 노을이 함께 인도를 떠난 지금까지 금빛 물결되어 내 가슴을 물들이고 있다. 마하라자의 거처였던 궁전 1층에서 내려다 본 구시가지의 풍경을 사진 촬영은 못했지만 내가슴에 인도사람들과 오랫동안 각인되어 있다.
 
성벽을따라 세워진 망루에 작은 카페가 자리잡고 있었다. 그림같은 카페에서 가이드와 해지는 거리를 보면서 짜이 한잔씩 했다. 일몰시간이 가까워 왔을때 구시가지를 나왔다. 사막의 토착민 악사들의 연주와 낙타 부리는 남자들의 춤이 기다리는 타르사막으로 가기위해서 우리는 다음날 아침 황금같이 빛나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도시를 떠났다.
 
[2011년 2월 18일 제16호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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