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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대의 인도여행기

삶의 아름다움, 그 행복은 무엇으로 느끼는가

명문여행 김성대의 인도여행기<2>
 
 
타지 마할에서 만난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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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모델 억지구경에도 손내미는 일 “허다”
남편보다 먼저 죽는게 인도여성의 “미덕”?
 
한시간 가량 ‘타지 마할’내부에 머물다가피곤하여 녹음이 우거진 정원의 벤치에서 쉬고 있었다. 다람쥐 한 마리, 검푸른 색깔의 새 한쌍이 내 앞에까지 와서 재롱을 부린다. 살며시 카메라를 꺼냈다. 촬영이 끝나자, 영국에서 왔다는 노부부가 “당신은 행복한 여행자”라 한다. 다람쥐와 새들마져 여행을 즐겁게 하지 않느냐 말이다.
 
「행복한 여행자?」 잠시 잊고 있던, 어제 저녁 릭샤꾼의 날이 선 말과 그의 눈동자가 떠오른다. 건너편 잔디밭에는 풀을 뽑고 있는 사리입은 여인과 소녀가 보인다. 내가 손을 흔들자 소녀가 달려왔다. “픽쳐, 오케이!” 눈이 예쁘고 얼굴이 짙은 밤색의 인도 소녀다. 12살이라 한다.“웨어유프롬? 픽쳐 오케이!” 다시 자기를 촬영하라고 한다. 외국 관광객을 대상으로 많이 해본 말씨처럼 들린다.
 
인도 여행을 하면서 카메라를 들고 다니면 이런 모델을 자주 만난다. 사진을 찍었다는 샷터소리나 후래쉬 불빛만 보면 모델료 10루피를 요구한다. 모델도 상습적이고, 몇 번 당한 나도 상습 사진사가 되었다. “나는 돈이 없다. 그래도 픽쳐 오케이?”“노프라 블럼” 이런 녀석, 완전 프로모델이다. 사진을 2컷 찍자 소녀는 웃으면서 다시일터로 간다. 이상하다.
 
모델료를 요구하지않는다. 일하는 그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주자 이번에 일하는 소녀와 여인이 함께 우리 앞으로 왔다. (이제 본격적인 모델사업을 하려는 구나...) 가이드가 멀리서 우리를 보았는지 달려와서 “이 사람들이 사진값달라 할 거예요.” “괜찮다, 모델료 달라하면주면되지” 가이드의 제지를 만류했다.
인도에서 사람을 만나면 3초만 쳐다보라는 말이 있다. 3초안에 인도사람은 큰 눈으로 웃는다. 이들과 눈을 마주치자 여인도 소녀도 피식 웃는다.여행하는 동안 만난 인도사람들은 사진촬영을 부탁하면 대부분 거부감 없이 모델이 되어주었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모델을 자청하고 외국인과 대화하는 것을 즐거워한다. 영국의식민지로 있었기 때문에 노인들은 물론이고 일부 아이들도 영어를 하며, “픽쳐 오케이”다. 총을 든 군인도, 콧수염을 기른 경찰도, 터번을 쓴 시크교도도, 짜이를 팔던 소년도, 식당의 종업원도, 소풍나온 가족도 쉽게 모델이 되어주었다.
 
특히 학생들은 열광적으로 환영이다. 그들은 외국인과 눈만 마주치면 “하이! 하이, 웨어유프롬?” 인도여행지에서 그룹으로 다니는 학생들과 마주쳐 보라, 서로 자기부터 악수하자고 손을 내미는데 외국인은 모두 인기스타가 된다.
 
이 녀석, 저 녀석 모두 손을 내미는데 손목이 아플 지경이다. 그러나 모두 이렇게호의적으로 만나고 무료 모델이 되어주는것은 아니다.인도 최초로 구획정리가 된 계획도시 ‘자이푸로’---. 염소와 개, 주인없는 소와 릭샤와 자동차와 낙타와 형형색색의 사람들 물결이 거리에 넘치는 도시다.
 
건물의 외벽이 모두 선홍색으로 칠해져 ‘핑크의 도시’라 불리우는 ‘자이푸로’는 애칭만큼 로맨틱하지는 못해도 인도의 모든 것을 볼 수 있을 만큼 역사와 관광의 도시다.화려한 내부가 건축예술의 극치를 보여주는 ‘암베르’성 입구 노점상들 곁에 오렌지색 터번을 하고 흰 옷입은 노인이 있었다.
 
카메라를 든 나를 보더니 손짓을 하며 오라고 한다. 곁에 가자 바구니 뚜껑을 연다.코브라 두 마리가 있다. 이어 노인은 피리를 분다. 그리고는 나를 보고 사진촬영을 해라고 손짓까지 한다. 그런데 노인의 재촉에도 코브라가 머리만 약간 들 뿐 춤을 추지 않는다. 피리소리는 높아졌다. 그러자 코브라는 아예 머리를 내린다. 화가 난 노인이 코브라 머리를 치자 이번에 조금 높이 머리를 치켜세운다. “빨리 찍어” 이번에 나를 재촉한다. 나는 춤추지도 않은 코브라를찍고 10루피를 주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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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이뿐이랴. ‘시피 팔레스’에서 제복입은 왕궁 관리인이 정중히 나를 부른다.카메라를 본 것이다. 함께 기념촬영을 했다. 물론 10루피를 주었다.‘툰드라 치킨’(양념한 닭을 쇠꼬치에 끼어 화덕에 구은요리)이 유명하다는 식당입구의 정원에서 ‘라자스탄’전통의상을 입은 두 소년이 연주와 춤으로 환영한다. 카메라를 들자 목을 좌우로 흔들며 신나게 춤을춘다. 이들의 사진값으로 20루피(600원)를 줘야 했다.
 
12살의 소녀와 30살이라는 사리입은 소녀의 어머니가 영국 노신사부부와 내앞에서 다정히 포즈를 취한다. 그런데 소녀의 어머니 얼굴이 본듯한 낯익은 얼굴이다.진한 밤색얼굴에 은색의 코걸이, 금색의귀걸이를 했고 커다란 눈동자로 카메라를 주시한다.흰 치아를 드러내며 미소까지 짓는다. 여인의 얼굴을 카메라 줌으로 당겨서 본다.어디서 본듯한 얼굴이다. 그녀도 나를 알고 있다는 뜻일까? 눈의 깜박거림도 없이 렌즈 안의 내 눈을 주시한다. 수심과 피곤의 그늘이 가득한 얼굴이지만 눈빛까지 미소가 있다. 분명히 그랬다. 기억 저 너머 어디에서 본 얼굴이다.
 
오렌지색 사리를 입고 초승달같이 생긴낫을 들고 서있는 여인, 셔터 소리가 날때마다 몇 번이고 웃는다. 갑자기 이틀전 앵무새 점쟁이 말이 떠오른다.야간에만 개장하는 인도식 놀이공원 ‘초키 다니’에는 앵무새로 점치는 사람이 있었다. 사람들이 모여 웃고 있어서 다가가니 외국인을 본 이 점쟁이는 나를 보고 자꾸 앉으라고 한다. 몰래 촬영한것이 카메라 후래쉬 불빛으로 들킨 것 일까?10루피를 주었는데도 자꾸 가까이 앉으라 한다.
 
내가 앉자 얼굴을 가까이 본다.“당신 행복해?” 이게 또 무슨 소리냐? 행복하느냐고? “20루피만 더 내랴 #@@#.....”“점은 필요없다” 거절했는데도 점쟁이의신호로 앵무새는 열린 새장문밖으로 나와 낡은 카드 한 장을 집어내고는 새장에 들어갔다.

“@#$%&*^%$#@....” “무슨소리야?” 이때 가이드가 곁에서 물었다.“당신은 이제 행복해 질것이다. 당신은 아들하나, 딸둘이 있지?”“이 사기꾼! 나는 딸하나 아들 하나다” “내 말은 틀림없다, 타지 마할에 가면 전생의 딸을 만날 수 있다. 자. 내가 당신의 딸을 만 나 도록 지금 기도해주겠다 .@#$%^&*.....”점쟁이의 너무나 엄숙한 축복기도에 나는 20루피를 지불한 적이 있다.
 
그렇다면 어디서 본듯한 사리입은 이 여인이 점쟁이가 예언한 혹시 전생의 내딸이아닐까? 소설처럼 이야기를 엮어보는데 가이드가 내 표정을 읽었는지 “앵무새 점쟁이 말이 맞군요. 오늘 전생의 딸을 만난 것입니다.” 우리는 모두 웃었다. 가이드는 이 여인에대해서 몇 가지 물었다.
 
‘다우리’(인도여인이 결혼할 때 마련해야하는 신부지참금)와 약속한 살림도구를 제대로 못 갖추고 시집을 갔다. 딸(지금 옆의소녀)이 2살 때 남편이 교통사고로 사망했다.(인도에서 하류층 사람들은 교통피해보상금도 못받는 경우가 많다. 경찰이 가해자 편을 들때가 더 많다고 한다.) 왜 재혼을 안했느냐고 하니 인도에서 재혼은 생각할수도 없다고 한다. 귀한 손님(미국 오바마대통령)방문을 앞두고 이 넓은 잔디밭을 손질하면 200루피(6,000원)를 받는다고 한다.
 
소녀는 어머니를 따라와서 풀을 뽑아모아 소여물로 판다고 한다.인도에서는 여물을 소에게 주면서 소원을 비는 풍습이 있어서 여물을 사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남편보다 먼저 저 세상에 가는 것을 덕으로 여기는 하류층 인도여성은 지금은 법적으로 금지 되었지만 남편이 죽으면 남편시신을 화장하는 불길속에 몸을 던지는 ‘사띠’라는 악습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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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여성은 카스트제도의 4계급 가운데 ‘수드라’라는 최하층 계급과 동일시 된다.그러나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물론 상위계급의 여성의 경우다. 의사, 언론인, 교수, 회계사등 전문직에 여성진출이 늘어나고, 버스의 왼쪽좌석은 모두 여성들의 전용좌석이다. 은행의 공과금 납부도 여성을 위한 칸이 따로 있다.
 
긴 대열로 차례를 기다리던 남자들이 짧은 줄의 여성들에게 부탁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이들과 헤어져야 할 시간이다. 휴대한 가방을 열어보니 줄것이라곤 등산용 스카프 한 장뿐이다. 20루피3장을 함께 주었다. 딸이 웃으면서 받는다. 이어 손을 한번 흔들어 주고는 다시 잔디밭으로 일하러 갔다.

인도에서는 ‘타부절’이라는 풍습이 있다. 일년에 한번, 순종하고 매맞는 인도여성이 남편을 두들겨 패는 날이다. 남편이 없으면 이웃집 남편을 집단으로 몽둥이로 패는 날이다. 이날 남편들은 몸에 붕대를 감고 매맞을준비를 하는데 이런 풍습도 사라지고 있다.
 
‘타부절’에도 몽둥이 한번 들어보지 못했다는 이 여인의 애잔한 눈빛은 ‘샤 자한’의눈물이 노을처럼 타고 있는 ‘야무나’강처럼 오래 기억될 것이다.이날 밤 ‘아그라’기차역에서 작은 시골마을 ‘오르차’로 향했다. 기차 차창에 ‘타지 마할’에서 만났던 사리입은 여인과 소녀와 내게 행복의 의미를 가르쳐준 콧수염의 릭샤꾼 얼굴이 보인다. ‘나마스테~’. <끝>

 
글.사진 김성대(여행칼럼리스트)
[2011년 1월 17일 제15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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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여행의 정수인, 북인도의 델리,아그라, 쟈이푸로는 일주일이면 바라나시, 카주라호를 포함하면 10일만에다녀올 수 있다. 건기시작인 10월말~2월까지가 여행의 최적기다.
 
■ 부산에는 북인도까지 ‘타이항공’을 이용하면 여유있다. 월,목,금 주 3회 부산-방콕, 방콕에서 델리를 포함한 8개도시와 연결된다.

■ 인도의 불교 성지순례와 북인도 골든트라이앵글 여행은 명문여행사(051)852-1231를 이용하면 다양한 안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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