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rrent Date: 2024년 04월 26일

이운용의 내일은 인도다

IT산업과 식품은 여전히 국가 경쟁력

▷기획특집-내일은 인도다<6> 인도의 힘, 산업과 성장동력(下)
 
 
뛰어난 두뇌, 풍부한 노동자 활용 IT · 자동차산업 주력
전 세계 식품공장 유치… 기업투자 개발여지 아직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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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자동차 산업의 각축장

인도정부가 풍부한 지식 노동자를 활용한 IT, BT 산업을 외화획득의 첨병산업으로 내세우는 동시에 주목한 것은 전통산업의 전후방 연관 효과가 큰 자동차 산업 육성이었다.

자동차산업은 47년 독립이후 40여 년간 정부의 보호 하에 힌두스탄 모터와 프리미어 오토모빌 2개사가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고 있었으나 80년대 후반 일본 스즈끼와 인도 정부가 합작으로 생산한 마루티(800-1000cc)가 현대적 감각의 디자인과 뛰어난 스피드로 도시 중산층의 폭발적인 인기를 끌어 새로운 시장 지배자로 군림하고 있었다.

외환위기 이후 인도기업의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자동차 사업에 대한 외국인투자를 자유화하면서 94년 한국의 대우가 진출하는 등 여러 외국기업이 각축전을 벌였으나, 결국 대우 등 외국기업은 타깃시장의 구매력 부족, 유지비 등에 대하여 민감한 인도인들의 사고방식 때문에 시장에 뿌리를 내리지 못했다.

96년 말부터 외국자동차 회사가 재차인도진출을 추진하였다. 포드, GM, 피아트, 미쯔비시, 도요타, 혼다, BMW, 폭스바겐, 현대, 대우 등 외국기업과 스즈키-마루티, 타타 등 인도기업들의 대 각축전이벌어졌다.

이번의 선두주자는 현대자동차였다. 현대는 다른 외국업체보다 먼저 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타킷 시장은 마루티가 지배하고 있는 1000cc의 소형차로 정하고, 마루티와 차별화를 위하여 엔진 등의 품질 고급화를 지향하였다. 이에 자극 받은 인도 최대 재벌 TATA그룹이 현대의 상트로출시와 동시에 1400cc의 인디카를 소형차 가격에 출시하였고, 마루티는 가격을 20%나 인하하는 전략으로 맞섰다.

대우는 마티스를 완전분해(CKD)로 도입하여 조립 판매키로 하고 피아트는 현대보다 앞서서 97년에 우노(1000cc)를 출시하였다. 98년 말부터 마루티(800cc), 마루티 젠(1000cc), 현대 상트로(999cc), 피아트 우노(1000cc), 대우 마티스(800cc), 타타 인디카(1400cc)가 소형승용차 시장을 놓고 대접전을 벌였다.
여기서 현대의 상트로는 11%라는 놀라운 시장 점유율로 마루티의 15년 독점시장을 타파하였다.현대는 행운도 따랐다. 99년 4월 인도 대법원의 배기가스 기준결정이 명암을 가른것이다. 수도권에서는 환경오염을 방지하기 위하여 승용차 배기가스가 EURO1,EURO2 기준을 통과한 차량만을 판매 할수 있다고 결정하였기 때문.
 
마루티와 타타인디카, 피아트 우노는 배기가스 기준을 통과하지 못하였는데 반하여 현대 상트로와대우 마티스는 기준을 충족함으로써 소비자들 사이에 고급차라는 이미지가 부각되고 판매고가 급속히 신장되었다.

물론 현대자동차의 투자성공요인에는이러한 행운뿐만 아니라, 100%단독투자의장점, 당초 1500cc에서 1000cc로 타킷시장 방향을 선회하여 인도소비자의 구매력수준에 맞추고 마루티에 정면 도전한 점,주요 분야의 부품협력업체를 한국협력업체로 인도에 직접 진출한 것, 고급화를 통한 차별화 전략 등으로 소형차 시장의 강자로 자리 잡았다.

2000년 이후 중형차 시장을 놓고 제2회전을 벌이고 있으며, 2003년 현대의 인도승용차 시장 점유율은 20%에 달했다. 인도를 세계 식품공장으로91년 외환위기 이후 S/W산업 외에 인도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분야의 하나가 B/T기술을 기반으로 한 농산물 가공분야였다.
 
WTO의 쌀 등 농산물 교역 자유화 추진에 따라 인도정부는 인도를 세계의 식품공장으로 육성한다는 원대한 목표를 세웠다. 향후 10년 내에 곡물 생산량을 두 배로 증가시키며 유통망개선을 통하여 수확후의 불필요한 손실을 줄이고 농촌인구의 도시집중을 막기 위하여 식품가공 산업을 집중 육성하여 수출증대 및 신규고용을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당시 인도의 농업 총생산은 세계 제2위다. 우유와 차(tea) 생산은 세계최초이며 쌀, 설탕, 과일, 채소류 생산은 세계2위였다. 그러나 세계 식량수출입에서 인도가 차지하는 비중은 1%미만이며, 총생산의 경우 10%정도만이 가공 등을 통하여 부가가치가 생산된다.
 
인도의 곡물생산은 국제평균 수준보다20-40%정도 낮은 수준인데다 수확 후 판매까지 유통과정에서 25-30%정의 손실이 발생하는데 이는 식품가공 산업의 취약, 다단계의 유통구조, 냉동창고 등 식품저장 및 운반설비의 부족 등 때문이다.
 
따라서 인도정부가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분야는 식품가공 산업육성 및 유통망의 건설이었고, 복잡한 유통구조를 단순화하기 위하여 ‘농부에서 직접 소비자로’라는 슬로건 하에 가치부가센터(VAC)건설을 추진했다.
 
인도의 중산층인도는 구매능력을 갖춘 중산층의 규모가 통계만큼은 많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카스트라는 사회제도 하에서 모든 부를 거머쥐고 있는 상류층을 감안한다면 우리나라 국민소득 수준의 인도 중산층은 많이 보아주어야 2,500만 명 정도로 추정할 수 있다.
하지만 인도의 2,500만 명의 중산층은 이제 새로이 구매하려는 신규 수요계층이라는 점에서 매우 매력적이다. 더욱이 최근 정보통신산업을 경제성장의 주력엔진으로 장착한 인도의 장래는 매우 밝아서 중산층의 숫자는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새로이 떠오르는 IT산업분야의 고급 프로그래머들은 고액의 급여를 받으며 미,일, 유럽 등으로 취업을 나가고 있는 현실이다. 인도는 시장을 선점하는 자만이 새로이 창출되는 중산층의 폭발적 수요를 만끽할 수 있다.
 
신뢰하기 어려운 인도의 통계인도의 시장진출을 고려하는 외국기업이라면 당연히 각종 통계에 관심이 많다.하지만 인도에는 통계의 종류는 많으나 막상 필요한 통계는 구할 수 없다. 우선 통계의 발표시기가 너무 늦다. 정부가 발표하는 수출입통계는 1-2년 늦게 나오는 것이 다반사다. 또한 통계의 생명이라 할 총계를 구하기 어렵다. 많은 통계가 세부수치는 있으나 총계는 명기하지 않는다.

우리 사고로는 이해하기 힘들다.따라서 특정 항목이 전체에서 차지하는비중을 알기가 어렵다. 인도의 외국인 투자통계는 인가액을 기준으로 집계한다. 따라서 실제로 투자된 금액은 손쉽게 알아볼 수 없다. 상당수가 투자를 하지 않거나 규모를 축소하기 때문에 발표금액의 절반이상은 허수로 보아야 할 것이다.
 
기업퇴출 심사기관 BIFR 인도에는 97년 5월부터 업무를 시작한기업퇴출구조조정 심사기관(BIFR)이 있다. BIFR은 기업의 회생조치, 구조조정, 합병 또는 매각, 리스, 기업폐쇄 등 모든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고, 이를 지키지 않는 기업주에 대해서는 벌금은 물론 3년 간 구속도 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설립취지와는 다르게 동 기구의 결정이 몇 년씩 걸리는 등 너무 지연되어 기업들의 불만을 사고 있으며, 실제에 있어서도 BIFR에 보고되는 기업들은 회생하기어려운 상태에 이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BIFR이 결정하기 전에는 기업폐쇄도 곤란하며 각종 회생조치도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따라서 내용을 모르는 외부인에게는 부실기업이 문제없는 기업으로 오해되기도 한다.
 
인도는 실업률이 너무 높아서 정부의 최우선 정책이 고용확대다. 그러므로 BIFR은 가능하면 기업 폐쇄로 실업자가 발생하는 것 보다는 어떠한 수단을 동원해서라도희생조치를 취하려고 노력한다. 은행 등의 부채를 탕감해 주거나 뻔히 넘어갈 것을 알면서도 신규대출을 알선하기도 한다.
 
부도덕한 기업인들은 회사 자산을 개인자산으로 넘기는 기회로 악용할 뿐 아니라BIFR의 오랜 심사과정을 회사대표의 책임을 회피하는 기간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의 구조조정과정에서 많은 기업주들의 도덕적 해이를 생각해보면 인도의 BIFR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짐작된다.
-계속-
[2012년 2월 17일 제28호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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