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rrent Date: 2024년 11월 21일

이운용의 내일은 인도다

생활은 안전하고 여행은 위험해?

▷기획특집-내일은 인도다
  
‘견물생심’ 여행자는 귀중품 · 현금소지 노출 삼가야
불편한 교통, 더위·불결한 위생 도닦는 자세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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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도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인도를 찾는 한국인 여행객이 증가하고 있다.특히 비용을 절감하려는 젊은 층의 배낭 여행객이 많이 늘어나면서 사고도 많이 난다고 한다. 인도 생활은 안전하다고 하는데 여행은 왜 위험할까?

인도에서 일상생활은 우리나라보다 안전하다고 볼 수도 있다. 주재원들이 생활하면서 인도를 경험하고 여행을 다니는 경우에는 별로 위험하지 않다. 그러나 인도를 잘 모르는 여행객들 특히 배낭여행을 하는사람들은 여행 내내 위험이 항상 뒤를 따라다닌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그런데 위험하다는 것이 유럽의 로마, 파리처럼 사람을 치고 가방이나 소지품을 날치기한다는 식의 위험이 아니다. 인도 사람들은 어찌 보면 착하고 순박하고 친절해서 그런 위험은없다.
 
인도에 주재하는 한국인들은 인도생활이 별로 불안하다고 느끼지 않는다. 오히려 주위의 다른 인도인보다 물질적으로 풍요하여 생활을 즐긴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고 하여 생활을 편안하다는 것은 아니다.

사람이 죽어나가는 살인적인 더위, 밤낮없이 공격하는 모기, 쫓아도 달아나지 않는 파리, 보기에도 불결한 위생, 거리의 먼지,소음, 짜증나는 교통질서, 입에 맞지 않는음식 등 인도에서의 생활은 도를 닦는 자세의 무한한 인내심이 없이는 사실 견디기 힘들다.
 
 6개월, 1년 살다 보면 적응해 나가면서 생활의 즐거움을 억지로(?) 찾아가는 것이 주재원들의 생활이기에 함부로 인도생활이 편안하다고 말했다가는 주재원들의 분노를 살 것이다.
 
인도생활이 편안하다는 것이 아니고 안전하다는 것이다. 오히려 미국, 유럽보다안전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데 생활하는 주재원은 안전한데 여행객들에게는 인도는 절대로 안전하지 못하다. 우선 여행객은 누가 보아도 현지에 사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은 구별할 수 있다.
 
더구나 인도인처럼 영리한 사람들은 여행객인지 아닌지 귀신처럼 안다. 인도 여행이 왜 위험한지 여행객들이 당한 몇 가지 사고사례를 살펴보자. 한국 남자 대학생 하나가 기차로 여행 중 옆 자리의 승객이 건네준 음료수를 마시고 정신을 잃은 상태에서 가지고 있는 여권, 돈 등 소지품을 모두 잃어버렸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깨어나서도 정신이 혼미한 환각 상태가 지속되어 인도 정부의 중요한 건물 담을 넘어 들어가 체포된 거이다. 이 학생은 조사과정에서 맞기도 하였으며 구치소에 수감되었는데 인도정부에서 주인도 한국대사관에 연락을 취해주어서 약 3주만에 석방되었다.

이렇게 연락이 빨리되어 나오면 다행이나 인도에서는 이러한 연락이 한없이 지연될 수 도 있다. 또한 약을 탈 때 사람을 죽이려는 의도는 없이 단지 소지품과 돈을 가져가려는 것이지만 얼마만큼 약을 타는 것이 적정량인지 타는 사람도 모른다. 위의 대학생처럼 깨어난 후에도 환각상태가 며칠 동안 지속되는 경우도 있으며 심지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하나는 우리나라 신문에도 크게 보도된 예로서 행정고시 합격자가 인도 여행 중 사망한 사건이다. 신문기사를 보면 정부의 노무관리분야에서 근무할 계획이어서 인도의 하층 노동자들이 생활을 몸소 체험해 보겠다는 숭고한 직업의식을 가졌다고 한다.
 
그 분은 인도 여행을 떠나기 전 J라는 인도생활 경험자를 만나 조언도 많이 들었다고한다. 실제로 여행 중 인도 하층민과 많이어울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하층민들은 매우 순진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런 순진한 사람들이 주변상황에 따라서 범행을 쉽게 저지른다는 것이다. 물론 범행을 저지르는 사람은 그들의 1%도 안될 것이다. 행정고시를 한 분이 같이 어울린 인도하층민이 처음부터 나쁜 마음을 가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인도 사람을 믿고 무방비 상태로 잠을 잔다거나 인적 없는 한적한 곳에서 같이 밤을 보내게 되었다면 마음이 달라졌을 수도 있다.
 
왜 마음이 달라질까? 문제는 돈이다. 인도 하층민의 삶은 글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비참하다. 실업자가 대부분이며 하루 1루피(25원)으로 연명하는 사람들도 부지기수다. 그런데 외국인 여행자는 아무리 없어도 주머니에 일, 이백달러는 가지고 있다.
 
일, 이백달러는 5천내지 만 루피인데, 이 돈은 하루 1루피로 연명하는 사람에게는 생각도 못할 거금이다. 그런데 여행객이 자기와 함께 밥도 먹고 잠도 자면서 어느 순간 허점을 보이면 그돈이 생각나는 것은 사람이면, 특히 가진것도 없는 인도 하층민에게는 너무 당연한것이 아닐까? 아마 우리나라 사람이라 하여도 검은 마음이 생기는 것은 같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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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점은 여행객이 가진 몇 백달러가 한국인에게는 큰 돈이 아니기 때문에 범죄에까지 이르는 확률이 적은 것이고 인도 하층민에게는 너무 큰돈이기 때문에 같은 상황에서 범죄의 유혹을 더 느낄 것이다. 인도 하층민들은 참으로 착하다. 같이 이야기를 나누어 보면 정말 순진하고 악의는 거의없다.
 
그리고 무엇이든 우리를 도와주려고한다. 실제로는 별로 도움도 안 되지만 말이다. 그러나 우리가 스스로 주의하지 않으면 이런 순진한 사람들이 손쉽게 범죄인이될 수밖에 없는 것이 인도의 현실이다.
 
또 한번은 젊은 두 남녀가 모든 소지품을 잃어버리고 필자를 찾아왔다. 북인도에서남쪽 끝까지 기차여행을 하면서 인도인 교수라는 사람과 같이 타고 오다가 그 사람이준 음료수를 먹고 둘 다 정신을 잃고 모든것을 털린 것이다. 이들은 기차 여행 중 남이 주는 것은 먹지 말라는 것을 잘 알고 있어서 처음에는 매우 주의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사흘정도 같이 여행하면서 친해지고 교수라는 명함도 있고 또 그 사람이 여행중 조심 할 것을 여러 가지 가르쳐주기 까
지 하여 나중에는 방심하고 음료수를 받아먹은 것이다.
 
이들이 무역관을 찾아왔을 때는 한마디로 거지꼴이었다. 인도인 신문기자가 이들의 사정을 듣고 무역관까지 안내해 준 것이다. 이 신문기자처럼 보통 인도인들은 자기시간을 써서라도 남을 도우려는 친절한 사람들이다. 찾아온 시간이 퇴근 무렵이어서서울로 연락을 해주고 비행기표, 여행경비송금 받는 것 등등 일을 두시간 정도 처리하고 나서 어디서 잠을 잘 것이냐고 물으니 기차역에 가면 리타이어 룸이 있는데 그 곳에 가서 쉬겠다고 나갔다.
 
이들을 보낸 후 5분쯤 후 집에 가려다 생각하니 돈 한 푼 없는 사람들이 식사도 못할 것이란 생각이 들어 저녁이나 대접하려고 뛰어 내려가 찾아보았으나 이미 찾을 수없었다. 그래서 다시 사무실로 오는데 오토릭셔(노란색의 삼륜차) 운전사 라주가 다가오더니 키 큰 남자하고 키 작은 여자 한국인을 찾느냐고 묻는다.
 
무역관 건물 주변에는 항상 오토릭셔가 십 여대 대기하고 있다. 내가 어디로 갔느냐고 물으니까 라주는 자기를 따라오라고 하였다. 횡단보도를 건너고 좌측으로 가서 골목으로 들어가
100m 쯤 가서 우측 골목으로 꺾어지고 계속 간다. 그래서 내가 “야! 이제 그만 가자”하고 돌아서려고 하니까 라주는 손가락으로 멀리 가리키며 “저기서 왼쪽으로 가서어떻고…”하면서 설명을 한다.
 
더 이상 따라가지 않고 돌아오면서 왜 릭셔 운전사가 골목골목 뒤를 따라갔을까 하는 의혹이 생겨서 “왜 따라갔니” 하고 물었더니 씩 웃고 만다. 꼭 그랬을 리는 없지만 만의 하나 찬스가 있었다면… 사실 오토릭셔 운전사가 왜 따라갔는지는 물어볼 필요도 없다.
 
뭄바이를 거쳐 첸나이에 오신 출장자의 일화를 하나 소개한다. 그분은 뭄바이에서 시간이 남아서 호텔 옆에 대기하던 택시를 타고 시내를 구경 다녔다. 택시 운전사는 마린 드라이브, 나리만 포인트 등 번화가를 한 시간 정도 안내하더니 묻더란다.
 
“인도 여자 생각 있냐?” “뭄바이에도 그런 곳이 있냐?”고 되물으니 “구자라트 여자가 최고”라며 엄지를 치켜들더란다. 인도는 어떤지 한번 구경이나해 보자는 생각에 안내하라고 하였더니 자기를 어느 허술한 레스토랑에 내려놓고 기다리게 한 후 체격이 건장한 여자를 데려왔는데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단다.
 
그래서 호텔로 돌아오려고 함께 택시를 탔는데 운전사는 인도여자와 함께 호텔은 들어갈 수
없으니 자기가 안내하는 곳으로 가야 한다며 알지도 못하는 이상한 길로 마구 달리더란다. 순간 당황했지만 그분은 기지를 발휘하여 호텔에 지갑을 두고 와서 돈이 없다고하니 그때서야 운전사가 택시를 빌린 비용 500루피인가를 꺼내 주고는 큰소리로 욕하는 택시운전사를 돌아보지도 않고 인파속으로 달아났다고 한다.
 
이처럼 인도 여행객은 항상 어느 누군가의 표적이 되고 있다. 여행객의 99%는 무사히 여행을 마치고 귀국하여 자신이 위험한 상황에 여러 번 처했었다는 사실조차 모르지만…
 
그러면 여행이 위험에서 피할 방법은 없을까? 인도인들은 기본적으로 착하고 좋은사람이다. 따라서 스스로 위험한 상황에 빠지지 않도록 사전에 노력하면 대부분의 위험은 피할 수 있다. 특히 나에게는 지금 ‘현금’이 없다는 인식을 줄 필요가 있다.
 
인도 여행 중 밤늦게 오토릭셔를 타지 말고 늦은 시간에 인적 없는 곳을 가지 말고가능하면 붐비는 버스는 타지 말고 여행 중 남이 주는 음료를 먹지 말고 젊은 남자들은 허름한 사창가를 혼자가지 말고 혹 위험한상황이 발생할지도 모를 장소에 가게 되면 ‘돈을 호텔에 두고 와서 지금은 현금이없는데’ 하고 상대한테 미리 연막을 치는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이러한 기본적인 것만 잘 지키면 인도 여행 중 사고는 방지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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