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도 쉽게 변경… 유연한 대처능력 그러나 구실·변명 여지도
‘사띠’ 결혼 지참금 불만에 종종 아내 살해 …‘부엌살인’ 지금도
‘사띠’ 결혼 지참금 불만에 종종 아내 살해 …‘부엌살인’ 지금도
어제의 약속은 내일 변할 수도 있다
인도는 한마디로 다양한 사회라고 표현된다. 종교, 인종, 언어 등이 각각 다른 사람들이 사회를 구성하여 다양한 이해관계로
얽혀 공존하고 있다.
또한 카스트라고 하는 신분제도로 인해 계층간의 이해가 상충되기도 한다. 따라서 오늘은 이해관계가 합치되었다가도 내일은 상충되는 상황이 수시로 발생한다.
단일민족 단일문화 속에서 자라온 우리가 우리기준으로 인도사회를 대하다가는 인도인에 대하여 실망과 배신감을 느끼기 쉽다.
그러나 인도인 입장에서 이를 이해해 보면 그들 나름대로의 사회를 유지해나가는 처세술이라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오늘 샤르마와 라주가 ○○이라는 문제에 대하여 이해가 일치하여 합의를 하였다고 하자. 그러나 다음 날 검토해보니 많은 문제점이 나타나 이를 파기하고자 하는 경우 파기하려는 측에서 충분한 사유를 들어 논리를 전개하면 상대방이 쉽게 받아들인다.
너무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히고설킨 인도에서는 계층, 종교, 인종간의 이해관계가 시시각각으로 변화된 상황에서 고집하는것이 오히려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판단되면 오늘의 상황에 맞게 약속변경을 쉽게 합의한다.
이처럼 상황변화에 순응해 나가려는 생활 태도가 인도사회를 안정적으로 유지 시켜온 주요한 요소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러한 태도가 일상생활에서 아주 사소한 분야까지도 자신이 지키지 못한 약속에 대해서 변명과 구실을 붙여 자기합리화에 급급한 생활 태도를 만들어 온 부정적인 면도 있다.
인도인은 기업의 최고결정자부터 최하의 바닥청소부까지 자기가 한 행위에 대하여 설혹 잘못된점이 발견된다 하더라도 잘못을 인정하지않는다. 그들은 자기 힘으로는 어찌해 볼수 없는 상황 때문에 일이 잘못되었다고 온갖 사유를 들어 설명한다. 오히려 이를 이해하지 않는 우리 측이 이상하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흑백 논리에 젖은 우리가 보기에는 모든것을 상황 변화에 돌리는 인도인의 태도는 이해하기 힘들다. 그러나 상황 변화를 받아들여야 하는 중요한 때에는 인도인의 유연한 대처자세도 배울 필요는 있는 있지 않을까.
사띠와 다우리 그리고 부엌 살인
지금은 거의 없어졌다고 하지만 아직도 인도에는 ‘사띠(sati)’라는 관습이 남아 있다. ‘사띠’는 남편이 죽어 화장을 할 때 살아있는 아내를 함께 불에 태워 죽이는 것이다.
이제는 사라진 과거의 악습이지만 96년11월 인도 일간지 힌두의 사설을 보면 “…남편 사망 후 부인이 재산을 가지고 다시 친정으로 돌아가는 경우 가족 공동체내의 재산이 외부로 유출되므로 이를 방지하기위하여 부인을 불에 태워 죽인다는 것은 문명사회에 있을 수 없는 행위…”라고 사띠제도를 개탄하는 내용을 싣고 있다.
이 사설을 읽은 후 남편이 부인에게 상속하지 않으면 재산유출 염려도 없고 산사람을 불에 태워 죽을 필요도 없지 않을까 하는 단순한 생각에서 상류층의 인도친구 마헤시에게 신문 사설내용에 대해 물어보았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사띠’는 과거 인도 중서부 라자스탄 일대에서 많이 행해졌다고 한다. 이유는 힌두가 무슬림에게 밀려나면서 남편이 사망하게 되면 부인네들이 욕을 당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라고 한다.
신라의 백제 공격 시 황산벌 싸움에 나가기 전 계백장군의 행동이 떠올랐다. 사설에 대해서는 다우리 때문에 극소수의 부유층에서 있었을 수도 있다고 한다.
인도여인이 시집을 갈 때는 다우리 라고하는 지참금을 가지고 가야 한다. 이 지참금은 여자가 속한 카스트의 수준, 재산정도에 따라 다르기는 하나 딸을 한번 시집보내면 가산이 기울기도 한다.
상층민의 다우리는 여자가 시집가서도 자기명의로 보유하는 부동산등 거액이 될 수도 있다. 이러한경우 남편이 죽은 후 부인이 자기 명의의 재산을 가지고 친정으로 돌아가는 것을 막기위하여 사띠를 악용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마헤시의 설명이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주변의 부유층비용에만 몇 억 정도는 쉽게 사용하는 현실을 볼 때 다우리 금액이 사띠를 유발할 만큼 상당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띠, 다우리와 관련하여 ‘부엌살인’이라는 것이 있다. 요즘에도 인도 일간신문에는 부인이 부엌에서 실수로 불에 타 죽었다는 기사가 심심찮게 나온다. 소위 ‘KitchenFire Death'로 통하는데 실수치고는 너무 자주 뉴스를 보게 되어 부엌에서 어떤 주방기구를 사용하기에 부인들이 불에 타서 죽는지 알아보았더니 대답은 참 무서운 내용이었다.
여자가 시집올 때 다우리를 얼마 가져오겠다고 약속한 후 이를 지키지 못할 때 또는 남편이 다우리를 목적으로 두 번째 결혼을 하려고 할 때 흔한 방법의 하나가 부인이 부엌에서 실수로 불에 타서 죽었다고 하는 것이다.
부엌살인은 인도인들 사이에는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하며 그런 기사를 보면 대부분의 인도인은 다우리 등 여자의 재산과 얽힌 것으로 간주한다. 인도 친구들과 이야기해보니 부인이 사망해서 두 세 번 결혼한 남자는 마을에서는 요주의 인물이 된다고한다. 부엌살인은 대개 빈곤 계층에서 발생한다.
요즘도 많은 평범한 대졸 직장 여성들 중에서 다우리를 마련하지 못해 시집을 못 가는 젊은 여자들이 많다.지난 1999년 11월 15일 힌두라는 남인도 최대일간지는 얼마 전 일어난 사띠에 대해서 여성인권단체들이 경찰의 철저한 조사를 요구하는 항의 내용을 싣고 있었다. 마치 죽은 망령들이 살아난 듯. <계속>
[2010년 4월1일 제6호 10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