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변하자면 박근혜 정권이 최순실과 세월호 때 잘 못했다는 게 요지이다. 그들은 음모자들이 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한 각본이라는 자각이 없다. 탄핵이 뭘 의미하는지도 잘 모른다. 대통령에게 탄핵을 할 만한 죄가 있는지의 여부는 생각도 안해본 듯하다. 무자비한 언론에 의한 양떼몰이의 결과다.
오늘 아침 인터넷에 펩시콜라 사장 인드라 누이의 기사가 떴다. 인상적인 내용은 그녀가 어릴 때 있었던 밥상머리 토론이다. 무학인 그녀의 어머니는 밥상머리에서 딸들에게 스피치 훈련을 시켰다. ‘너희가 대통령이 되었다 생각하고 연설문을 작성하고 스피치를 해 봐’ ‘너희가 장관이 되었다 생각하고 연설문을 작성하고 스피치를 해 봐’ 다 끝나면 투표로 누가 더 뛰어난 토론을 잘 했는지 결정하는 게임이었다.
인드라의 자매는 이를 위해 신문과 책을 많이 읽었을 것이다. 이 밥상머리 게임이 오늘날 인드라의 성공을 가져왔음이 틀림없다. 보수적인 인도의 여자들이 우리와 많이 다르다는걸 알게 되었다. 나는 인디라의 어머니처럼 딸에게 밥상머리 스피치훈련은 언감생심이었다.
나이든 한국 여자인 나는 유교문화의 영향으로 대중 앞은 물론이고 어른 앞에서 내 의견을 조리답게 표현할 줄을 몰랐다. 대학교육을 받았어도 그 문제는 쉽게 풀리지 않았다. 나의 경상도 남편과 그 친구들은 ‘가만히 있으면 본전이라도 하지’하는 우스개말을 부인들에게 함부로 썼고 부인들은 분개는커녕 당연히 받아들였다.
여자는 조용히 있는 것이 미덕이라는 걸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그게 오늘날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어떤 의미가 될까., 누구나 유튜브에서 자신을 대중에게 표현하고 말하고 하는 시대가 올 줄 누가 알았겠는가.
스피치 기술은 글을 쓰는 것과는 또 다르다. 글은 나 혼자 앉아서 자유롭게 넉넉하게 표현할 수 있는 반면 다른 사람 앞에서 내 생각을 조리답게 표현하는 말과는 다르다. 말하는 훈련이 이 나이의 나에게도 필요함을 새삼 느끼고 있다.
학술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문장 이해력이 선진국 국민에 비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이 말은 사안에 대해 깊게 생각하질 못하고 눈앞에 나타나는 것만 직선적으로 보고 판단한다는 것이다.
아마도 오늘날 우리나라가 IT강국이라는 별칭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많이 읽는 습관과 자기 생각을 정리하는 능력, 남 앞에서 조리답게 생각을 표현하는 훈련이 민주주의에 걸맞는 사람을 키우는 것이 아닐까 싶다. 민주주의 되기의 첫걸음이 아닐까.
[2017년 1월 20일 제84호 1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