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난민을 떠올리게 하는 Refuge 라는 단어를 스위스 숲속에서 보았을 때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알고 보니 난민을 뜻하는 단어는 Refugee로 e가 하나 더 붙고 Refuge 는 어떤 보호되는 장소를 뜻한다고 한다.
스위스에서 아름다운 숲속에 있는 입양을 기다리는 동물들의 보호소는 내 손자가 자주 가고 싶어하는 장소다. 마을마다 있는 또 다른 레휴지는 주민이 빌려 파티를 하는 숲속의 장소를 뜻하는데 지난 주 어느 레휴지에서 생일파티가 있어 다녀왔다.
훌륭한 부엌이 달린 아늑한 숲속의 파티장이라 해야할듯하다.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레휴지는 스위스의 한 동물보호소 이야기이다. 한 눈에 봐도 위생적이고 잘 운영되며 마리 당 넓은 공간을 차지하는 동물 보호소에서 동물들은 사랑과 대접을 듬뿍 받고 있는 듯 보인다. 이 레휴지의 운영은 기부에 의해 이루어진다하며 내 딸도 년간 50프랑을 기부하고 있다.
딸이 10여 년 전에 고양이를 이곳에서 입양을 해 지금도 한 식구인양 잘 지내고 있다. 손자를 데리고 이곳에 오는 이유는 개를 산책시켜주기 위해서다. 관리인은 우리 손자에게 어울릴만한 개를데려온다. 딸의 신분증을 맡기고 손자는 개를 산책시킨다.
럭키라는 누런개는 이미 이런 산책에 익숙해 보인다. 똥을 담을 비닐이 비치되어있는 개똥전용 쓰레기통이 보인다. 이 작은 개전용 쓰레기통은 스위스 어딜 가도 쉽게 만날 수 있다. 9살짜리 손자에게 개 산책 의무를 주고 개똥처리방법을 알려 주었다. 어른은 뒤따라간다.
반려견문화가 발달한 이 나라에서는 의아한 일이 많다. 개를 데리고 공공장소 웬만한 곳을 가도 된다. 버스표를 사서 버스도 태우고 식당에도 데려간다. 식당에서 산더미만한 라브라도 리트리버가 식탁아래 얌전히 누워있는 모습은 신기한 일이 아니다.
이리 되기까지 사회적인 노력들이 많았음을 알 수 있다. 스위스에서 반려견을 키우자면 개주인과 개가 일정 시간 돈내고 의무 교육을 받아야한다. 그래 그런지 이곳서는 개도 사람도 조용하다. 스위스 칸톤에 따라 다르지만 개 키우는 사람은 개 크기에 따라 세금을 내야하고 개
가 죽거나 이사를 가면 보고해야한다.
가 죽거나 이사를 가면 보고해야한다.
그러자니 개등록을 해야한다. 그러나 시각장애인 안내견들은 세금을 안 낸다고 한다. 사람과 반려동물이 함께 살아가는 도시는 당연 아름답고 조용해야하고 의무가 따르는 모양이다. 동물보호소에 온 사람들은 개를 산책시키며 입양을 할지 안할지 고민도 해보고 내 손자처럼 그냥 개 산책 시켜주는 봉사를 즐기기도 한다.
어린아이를 데리고 온 가족들이 있는가하면 신혼부부처럼 보이는 젊은 커플 또 나이 드신 꼿꼿한 할머니도 보인다. 숲속 산책길에 커다란 약수물통이 있어 그곳에서 개들은 목을 축이고 어떤 커다란 셰퍼드는 아예 물통 속에 들어앉아 더위를 식힌다. 개산책봉사가 아이와 동물과의 관계를 돈독하게 해주고 개를 기르는데 대한 사람의 의무를 가르치고 나아가 함께 사는 바람직한 세상에 대한 개념을 일찍부터 가르치고 있다.
2016. 8 스위스
[2016년 8월 26일 제79호 1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