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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민경의 지구촌의이웃들

아줌마가 본 서구식 자본주의

 
 
 덴마크 사람들이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사람들 중의 하나라고 한다.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토크쇼, 오프라 윈프리 쇼에서 본 바에 의하면 덴마크에서는 대학교육까지 무료이며 대학에서는 오히려 학생에게 400-500달러를 주기 때문이다.

 또, 실직이 되면 재취업 할 때까지 월급의 90%를 실직수당으로 받는다. 의료비도 무상이다. 물론 이 돈은 국민 세금으로 충당한다. 그러나 덴마크 국민들은 월급의 70%를 세금으로 내야한다. 한 달 500만원 소득이면 내놓아야하는 세금이 350만원이고 손에 들어오는 돈은 150만원인 셈이다.

 이는 우리나라에선 이해하기 힘든 사회주의적 자본주의로 북유럽, 스위스 등에서 시행하고 있는 정책이다. 이러니 서구에서는 많이 벌면 많이 내놓아야 하므로 너무 열심히 벌 필요가 없을 듯도 하다. 이러한 정책의 결과 덴마크 국민들은 우리보다는 스트레스가 덜 할것 같다. 남과 비교하고 경쟁하는 마음도 우리보다는 훨씬 덜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겐 학교, 직업, 집 마련 등으로 스트레스가 많은 게 사실이다.

 돈 있는 사람의 돈으로 없는 이들에게 의료혜택을 나누어 주자는 서구식 자본주의를 오바마 대통령도 미국식 자본주의에 접목하기에 이르렀다. 지켜볼 일이다. 그런 나라에서 사람들은 어떻게 생활을 할까? 덴마크에서는 보통 오후 4시 반에서 5시 사이에 퇴근해서 집에 온다. 그들은 가족과 함께 지내는 시간을 가장 중요시한다고 한다.
 
 반면 우리들은 사람들과의 관계유지에 우선적으로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서구에서는 비즈니스 점심은 있지만 ‘가족과 함께 저녁’은 성역이 되어가고 있다. 출장 간 한국 비즈니스맨이 상대국 남자를 저녁식사에 초대하면 달가워하지 않는다. 오프라 인터뷰에 응한 한 덴마크 여성은 종교 활동을 안 한다고 한다. 대신 사람을 믿는다며 웃었다. 그래도 그들은 행복해 보였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보장되는 사회에서 교회가 필요할까만, 뭔가 부족하고 성취목적이 뚜렷할 때 사람들은 종교를 찾는 모양이다. 스위스의 한적한 농가마다 마을 교회와 시계가 있는데 일요일을 주일이라 하며 교회에 가는 모습은 거의 볼 수 없었다. 내가 보았던 사회주의식 자본주의 국가들의 또 다른 특징은 세입자에게 안정감이 있다는 것이다.
 
 집주인이 세입자를 내쫒지 못하고 월세도 몇 십 년 전 월세와 별 차이가 없다. 2년마다 세든 사람들이 불안해하는 우리나라와는 대조적이다. 우리나라처럼 사유재산을 절대적으로 보장받는 나라도 드물 것이다. 세계 자본주의 본고장 어디에서도 사유재산이 우리나라처럼 보장받지 못한다. 우리나라는 너무 융통성 없이 자본주의 원리를 고수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원리주의는 융통성 없는 사회체제하에서 곳곳에 존재하나 보다. 자본주의가 완벽하지 못한 이상 결함은 고쳐야 마땅하다. 그 자본주의의 가장 큰 결함은 소유권 문제에 있을 것이다.

 토지 공개념 도입 논란에서 보듯이 소유권 제도를 고치기엔 역부족인 것 같다. 기득세력층이 좀처럼 아량을 베풀지 않기 때문이다. 유럽, 특히 스위스에서는 공공재의 중요성을 국민들이 인식하고 있다. 스위스에서는 내 정원에 있는 나무도 함부로 벨 수가 없다. 내 집이라도 외형을 내 맘대로 변경할 수가 없다. 내 집 안도 50년이 넘으면 그 구조를 맘대로 변경할 수가 없다.

 모두 엄격하게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 모두가 내 것이지만 남들이 보는 만큼 공공재의 성격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공공재산의 중요성은 사유재산의 중요성 못지 않다.
 내 집 이상으로 깨끗이 유지되는 거리나 공원이나 마을회관을 보면 알 수 있다. 인적 드문 시골 마을일지라도 청결한 쓰레기 하치장은 놀라기에 충분하다. 자기 집의 지붕 색깔 하나도 동네 전체의 분위기와 잘 어울려야한다.

 인적이 드문 산길에 구리로 정교하게 꾸며 놓은 도랑의 뚜껑은 우리에게 한 참 동안 생각할 거리를 준다. 소프트 웨어에서도 마찬가지여서 사람의 외형적인 태도에도 신경을 쓰는듯하다. 꼭 명품을 입지 않더라도 깨끗한 차림새는 우리를 기분 좋게 한다. 자동차 정비공장의 일하는 사람도 마치 의사처럼 하얀 까운을 입고 있다. 다리를 쩍 벌리거나 아무렇게나 앉으면 실례라고 생각한다.

 내 맘대로 큰소리 지르고 내 맘대로 통곡을 하지 않는다. 울음을 삼키며 의연한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한다. 일이 터지면 조용히 해서 해결하는 방향에 무게를 준다. 호떡집에 불난 듯 우왕좌왕이란 금물이다. 누구 말마따나 다부진 사람들이다. 제네바라는 도시가 40년 전 사진이나 지금 사진이나 비
슷한걸 보면 우리 서울의 변화무쌍함과 대조적이다. 그들도 세상의 변화에 대해 매우 민감하지만 겉으로 표시를 하지 않는다. 조용히 차분하게 변화에 대처한다. 아마 안정적 변화가 그들의 모토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우리는 점잖음보다는 다이나믹한 열정이 부각된다.

 옛날 선비정신은 그렇지 않았다던데 우리도 모르는 사이 변한 것일까. 붐타운의 소음, 과잉경쟁으로 어지러운 시각, 얼렁뚱땅 복개한 하천의 썩은 냄새, 화가 난 무뚝뚝한 표정들이 표정만 바꾼다고 바꿔질까?

[2010년 4월 30일 7호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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