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rrent Date: 2024년 04월 29일

오민경의 지구촌의이웃들

멋진세상!

 
오민경.jpg
 
What a wonderful world~~’ 루이 암스트롱의 이 멋진 노래엔 오늘이라는 새로운 일상의 밝은 모습이 그려진다. 해는 밝게 비추고 꽃들이 있고 사람들은 인사를 나누며 웃으며 지나는 보통의 행인이 그려진다.
 
오늘 아침 나도 세상이 멋지다고 잠깐 느꼈었는데 이야길 하자면 다음과 같다.
 
어제 밤 갑자기 내 사랑스런 노트북의 자판이 안눌러진다. 컴퓨터가 고장 난 것이다. 이를 어쩌나 한국 들어가려면 일주일이나 기다려야하는데 들어가서도 며칠이나 있어야 서비스센터에 갈 수 있을 텐데 이리저리 고쳐보려고 애썼지만 여전히 눌러지지가 않는다. 답답하지만 기다려야지.
 
잠이 들지 않아 이 생각 저 생각하다가 옳치, 밑져야 본전으로 삼성전자 애프터서비스에 전화를 해보자, 그런데 자판이 안 눌러지니 전화번호도 알아낼 도리가 없다. 114에 문의해도 될듯하지만, 가만, 혹시 노트북 뒷면에 전화번호가 있을지 몰라 돋보기로 깨알같은 글자들을 살피는데 신통하게도 있었다.
 
해서 시간차를 계산하여 다음날 아침 일어나자마자 국제전화를 했다. 유럽에서 서울에 전화하는 것도 인터넷 070번호니 국가번호니 001이니 붙일 필요가 없다. 옆집에 거는 듯하다‘고객님, 음성으로 고장난 물건을 말씀해주세요’ 기계음성이다. 나도 따라서 기계인양 ‘컴.퓨.터’ 하니 얼마 안 있어 반가운 사람 목소리가 나온다.
 
자판이 안 눌러진다 하니 원격조정 번호를 알려준다. ‘아니, 여긴 유럽인데 한국서 여기 내 컴퓨터를 들여다보며 고친다니요?’ ‘인터넷으로 하니 해 봅시다’ 이리하여 이리저리 커서가 도깨비처럼 혼자 움직이더니 금방 해결해주는 것이었다. 속전속결-이것이 바로 대한민국 스타일인 것이다.‘ 가끔 이럴 때가 있어요. 이럴 때 필요한 로고를 시작화면에 올려놓았으니 다음에 또 이러면 로고를 누르고 묶인 걸 풀어주세요’ 한다. ‘어머, 진짜 도깨비 방망이네요, 이런 세상에 살고 있다니요, 고맙습니다’ ‘좋은 하루 되십시오’ 음성도 젊고 착하고 똑똑하기까지 한 대한민국 남자의 목소리가 아닌가.
 
나는 이런 세상에 살고 있다는 것에 기분이 좋아졌다. 삼성전자가 세계적 일류라고도 생각되었다. 딸에게 자랑삼아 이야기하니 자기네 애플 컴퓨터는 몇 년간 고장난일이 없어 수리해본 일이 없어 원격조정을 안 해 보았단다. 이어 우린 삼성 스마트폰에 삼성 노트북, 냉장고, TV, 극장, 식당, 슈퍼마켓, 두부 ...눈만 뜨면 삼성이라는 이야길 나누었다.
 
그리고 한숨이 이어졌다. 매일 거대한 재벌에 휘둘리며 사는 것이 과연 멋진 세상일까? 속도경쟁으로 앞선 사회를 어느 정도 따라 붙었을지 모르지만 한국사회는 기쁨이 사라진 사회라고 한다. 루이 암스트롱의 노래처럼 머지않아 젊은이 늙은이 모두 햇볕아래 활짝 웃으며 걷는 날을 보고 싶다.
 
[2015924일 제6813]

추천0 비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