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rrent Date: 2024년 04월 29일

오민경의 지구촌의이웃들

유튜브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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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전 한 번도 그런 남자는 없었다. 아니 여자도 없었다. 돋보기를 썼다 벗었다 책 읽기가 만만치 않는 내게 책 읽어주는 남자가 생겼다. 그것도 영화 ‘미션’의 신부, 또 ‘로리타‘의 제레미 아이언스라니, 나는 나의 비밀스런 방에서 내사랑 유튜브를 켜고 책을 듣는다.
 
지난 달, 어찌어찌 하다가 유튜브의 오디오북을 알아내고는아, 얼마나 오디오북이 사랑스럽던지 세르반테스의 동키호테를 이틀에 걸쳐 다 들었다. 아직 유튜브에는 한국어 오디오북이 귀하다. 플라톤아카데미에서 주관하는 고전강의 또, EBS 방송에서 들려주는 부산스러운 책읽기 독려용 정도를 찾아냈다.
 
물론 책방에는 ebook과 더불어 오디오북이 좀 있다. 그러나 내방에서 무료로 한국말로 읽어주는 오디오북을 찾아내기란 쉽지 않다. 반면 유튜브에는 영어로 된 오디오북이 넘쳐난다. 4시간짜리 6시간짜리 10시간짜리 20시간짜리 등 안방 도서관이다. 호머, 마르코폴로, 단테, 월든, 니체, 성경, 종교, 역사, 심리, 문학, 추리소설, 철학,어린이, 베스트셀러 등 가히 도서관이다. 게시자들이 voice of books, Greatest Audio books, mystic video books 인걸 보면 개인이 올린 것은 아닌듯하다.
 
자기가 쓴 책을 몇 시간이나 읽어주는 유명인도 있다. 이걸 한국어로 읽어 준다면 더할 나위 없겠는데. 왜 유튜브에는 한국어로 읽어주는 오디오북이 귀할까? 한국인들이 바빠서 책을 가까이 할 수 없어 그럴까?
 
수요가 있든 없든 도서관이 있듯 오디오북도 함께 가야한다고 생각한다. 논술이나 시험을 위한 요약본 말고 완본, 발췌본을 강의 사이사이 넣어주는 그런 것 말고. 책 그대로 며칠이라도 진득하게 읽어주는 그런 것이 필요하다. 느리면서도 조용한 분위기가 우리 사회에 필요하다고 본다. ‘월든’을 지난날 못 읽었다면 시간 많은 그러나 눈이 시원찮은 이제 귀로 들을 수 있다면 더없이 좋을 것이다.
 
20시간 넘게 읽어줘야 하는긴 책을 저쪽 사람들은 왜 유튜브에 공짜로 올려놓을까? 아마도 지식이 일반대중에게 보편적으로 확산되게 하려는 의도일 것이다. 인류 모두를 업그레이드 시키려는 의지가 보인다. 그래서 세계 유명 강의도 공짜로 공개하지 않는가. 나는 지식공유개념이 있는 이 시대의 젊은이에게 감탄하고 있다. 우리 끼리를 넘어 전 세계 사람들, 늙은이, 젊은이 장애인 모두에게 기회를 주려는 마음을 사랑한다.
 
이 기회를 잡으려면 영어가 꼭 가능해야 만은 아닐 것이다. 우리말로 부지런히 녹음하여 유튜브 도서관을 만들면 된다. ‘파울로 코엘료’의 4시간짜리 오디오북 ‘연금술사’로 돌아가서 자분자분 이어지는 제레미 아이언스의 목소리에 홀려 듣다보면 나는 허겁지겁 그 내용을 따라잡지 못한다. 이때 친절한 아래 자막이 눈에 들어온다.
 
시각장애인에 대한 배려와 나 같은 늙은 사람을 위한 자막 배려에 나는 좋은 세상에 살고 있다는 걸 느낀다. 그래도 한국말로 읽어 준다면 더 좋겠다. 자막을 보며 듣느라 눈이 쉬 피로해지기 때문이다. 플라톤 아카데미가 시도하는 강의나 소설가 김영하의 소설읽기 북캐스트 같은 것도 훌륭하지만 그냥 책을 있는 그대로 한국말로 읽어주는 오디오북이 필요하다. 시간 많은 노인들을 위해 시각장애인을 위해 오디오북이 필요하다. 그게 돈이 많이 드는 사업이라면 유명배우나 성우가 아니더라도 자원봉사자를 모집하면 될 것이다.
 
목소리 좋은 착한 남자 또는 착한 여자가 없으라는 법 없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책이 선진국에서는 이미 일반화 돼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제레미 아이언스 같은 남자가 돈벌이 목적으로만 책을 읽어줄 리가 없다. 파울로 코엘료의 작품을 낭낭하게 누군가 읽어준다고 상상해보라. 당신은 서점에 가지 않고도 주문을 하지 않고도 다운을 받지 않아도 시력이 안 좋다고 핑계를 대지 않고도 고요한 당신의 유튜브 도서관에서 비밀스레 작품과 접할 수 있다는 걸, 남은 인생이 풍요롭다는 걸 느낄 것이다.
 
[2015325일 제6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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