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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민경의 지구촌의이웃들

낮은 곳에서 헌신했던 참 성직자

 
아름다운 사람 이태석 신부
 
 이태석 신부님이 선종하셨다. 며칠 전 이태석 신부사이트에 들려 신부님의 퀭한 사진을 보고 경악을 하고 말았는데 결국 떠나셨다. 그런 분을 왜 그리 빨리 데려가는지 하늘이 시샘을 했을까. 내가 케냐에서 그분을 만나게 된 것은 행운이다. 그분은 신부였고,,의사였으며, 교육자였다. 피아노를 쳤고, 피리를 불었고, 기타를 쳤었다.

 전쟁 중인 수단 남부 톤즈에서 목회활동을 하시며 진료소를 세우고 수단 아이들을 가르쳤다. 병원을 세웠으나 얼마동안은 한국서 올 의사가 없어 고생을 하셨지만 그래도 나이로 비에 물품수송차 오시면 늘 웃는 얼굴이셨다.
 
 그가 수단 톤즈에서 인공위성 인터넷으로 내게 보낸 비싼 편지 중 하나는 다음과 같다.
 
‘안녕하십니까? 지난 주에 메시지를 보냈는데 받지 않으신 것 같아 다시 보냅니다. 컴퓨터에 이상이 있어 메시지가 잘 가고 있는지 의문입니다. 혹시 받으시면 '받았다'는 메시지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대사님을 비롯해 사모님의 가족들을 위해 기도중에 자주 기억하고 있습니다. 피터 신부 편에 보내주신 것들 감사히 잘 받았습니다. 폐를 끼친 것 같아 죄송하기도 합니다. 지난 주 비디오 시간에 한국의 비디오와 내셔날 지오그라픽을 이곳 아이들에게 보여주었습니다. 저희나라를 쉽고 재미있게 소개 하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진작 소식을 띄웠어야 하는데, 이곳 이메일 시스템에 이상이 있어서 3주간 메일을 사용할 수가 없었습니다. 지금 여긴 이삼일에 한 번씩 비가 내리는 우기입니다. 그래서 그렇게 많이 덥지는 않습니다. 지금 병원 건물은 2미터높이 까지 진행되었습니다. 8개의 방에 간단한 건물이지만 이 곳에선 이전에 전혀 보지 못한 최신식 건물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구경 차 공사장으로 찾아옵니다. 한 두달 후면 완성될 것 같습니다.
 
 완공식때 대사님과 사모님을 초대하고 싶지만 워낙 오지라서 마음으로 초대할 뿐입니다. 항상 친누님처럼 친 형처럼 염려해주시고 걱정해주시는 사모님과 대사님, 저에겐 큰 힘이 됩니다. 나이로비에 가게되면 연락드리겠습니다. 추운날씨 건강 조심하십시요.
 
 수단에서 이태석 신부 올림’  -2003. 3. 9-

 추운날씨라 함은 수단 톤즈가 매우 더운 곳이며, 나이로비는 가디건을 입을 정도의 살랑한 날씨이기 때문이다. 나이로비의 동부 스코수도원에서 차를 대접받은 일이 있다. 정갈한 느낌의 수도원2층 넓은 홀에서였다.
 
 수단 톤즈의 아이들 중에 ‘바보야’ 라는 이름의 아이가 실은 천재라는 신부님 이야기가 잊혀 지지 않는다. 후에 ‘한민족리포트‘ 비디오를 보고 드디어 나는 '바보야' 가 악기를 연주하는 걸 볼 수 있었다.

 벽돌을 일일이 만들어 병원을 지어 개원식을 할 때 그때 못간 것이 못내 가슴 아프다. 너무 죄송하다. 영화 미션 주제가가 흐르면 그분의 피리 부는 모습이 겹쳐진다. 아름다운 사람이란 이분을 두고 하는 말일 듯. 지구는 또 하나의 아름다운 분을 잃었다.
 
 별이 되어 톤즈를 내려다보실 것만 같은 그 분이 그립다.

[2010년 3월 10일 5호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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