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rrent Date: 2024년 04월 29일

오민경의 지구촌의이웃들

비밀의 백만장자

 
오민경.jpg
 
‘비밀의 백만장자‘ 라는 BBC 프로그램이 있다. 시대의 요청에 돋보이는 기부 다큐다. 일반적인 기부방법 말고 기부자가 실제로 수혜할 곳을 찾아다니며 직접 기부한다. 영국방송이지만 무대는 영국, 미국, 아일랜드, 호주 등 세계적이다. 유튜브에서 ‘Secret millionaire’를 치면 많은 에피소드를 볼 수 있다.
 
성공한 돈 많은 사람이 한 명 등장해 위장을 하고 빈민가에 들어가 빈민들과 똑같이 하루 7000원 정도의 최저 생계비로일주일을 살아간다. 기부자로 나선 주인공은 여자, 남자, 부부, 부녀, 젊은이,노인 등 다양하다.
 
낯선 거리를 걸으며 외지인에게 적대적인 노숙자나 부랑아 미혼모들과도 이야기를 나눈다. 수소문해서 마을의 자선단체들을 찾아가 자원봉사를 하며 실태를 파악하고 도울 수 있는 상대를 직접 고른다. 상대는 단체가 될 수도 있고 개인이 될 수도 있다. 일주일 후 떠나면서 기부자는 위장사실을 고백하고 단체가 지속가능할 수 있도록 기부하는 것으로 프로그램은 끝난다. 감격의 포옹과 눈물이 따른다.
 
우리와 다른 것은 이미 영국, 미국, 호주 사회에는 가난한 지역에 웬만하면 한두 명의 지역 봉사자들이 이끄는 단체(클럽)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불만 많은 청소년들을 위한 권투클럽, 음식 나누는 클럽, 이민자 모임, 노인 클럽, 장애인 체육 클럽, 감옥에 갇힌 부모를 가진 아이들 클럽, 소방관 클럽, 노숙자 돕는 단체 등. 보통 개인이 사비를 들여 만드는 이런 단체들은 지원이 미약해서 지속가능하지 않다. 매일 저녁 프라임타임에 방영되는 이 프로그램의 스토리텔링은 놀라움 자체다. 하루치 방영분만 글로 옮겨도 싫증이 나지 않을듯하다.
 
아일랜드 외딴 섬마을에 들어가 시골 청소년들에게 비행기와 요트를 태워주며 더 큰 세상을 향한 안목을 키워주는데 일조를 하는 체코계 사업가 이야기, 일끝내고 갈 곳 없는 동네 아이들을 모아 오케스트라를 이끄는 버스운전수 이야기, 완전 시각 장애인 CEO이며 당당하고 아름다운 여성 기부자 이야기, 편견 없는 사회에서 정상인과 똑같이 사업에 성공을 한 여성이다. 그런 장애극복여성이 다른 장애인에게 기회를 준다는 것은 보다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전과 때문에 직업을 가질 수 없어 깡패가 된 청년을 어떻게 도울까 고심하던 인도계 영국인 사업가 이야기, 그는 마을에 있는 유일한 사업가를 설득해 청년을 고용하게 하고 1년간 월급을 대주기로 한다.

 
1.jpg
 
 
1년 후 잘되면 정식고용을 하기로 세 남자는 타협을 한다. 멋지지않은가. 백만장자들은 좋지 않은 환경에서 자랐으나 노력해 성공한 예가 많고 부모와의 갈등, 아픔, 마약 등의 경험도 있어 그런지 청소년들에게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거리를 배회하는 아이들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걸어주는 젊은 남자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함께 걸어주려는 생각이 나다니 우리라면 어른끼리 모여 걷는 게 다가 아닌가. 거리의 아이들이 망설이면서 하나 둘 모여들어 그 청년과 함께 걷는 장면은 ‘피리부는 소년’ 을 연상 시킨다. 갈데없는 아이들은 이남자를 따르고 비밀의 백만장자는 그 남자를 돕는다. 이쯤 되면 기부의 예술이다. 노숙인들에게 글을 쓰게 하고 홀로 집에서 잡지를 발간해 파는 남자가 있다.
 
스산한 모습의 노숙인들이 연필을 쥐고 또박또박 글을 쓰는 장면이 압권이다. 위장한 백만장자는 거리에서 그 잡지를 팔아본다. 일주일 후 그 도시를 떠나면서 만 파운드짜리 수표 선물을 받은 나 홀로 잡지 발행인은 울음을 터뜨린다. 나의 놀라움은 계속 된다. 어제 프로그램에서는 젊은 컴퓨터 포커 도박사가 등장했다. 20대 청년인 그는 도박에서 백만장자가 된 젊은이다. 도박으로 백만장자가 됨을 인정해주는 영국사회도 놀랍다. 포커카드를 무덤에 함께 가져갈 거라는 이 젊은이는 도박중독에 빠져있고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고 있다.
 
이 기부 프로그램을 통해 도박사 젊은이는 외로운 자원봉사자들과 불우한 사람들 속에 들어가 그들을 돕는 것도 돕는 것이지만 본인 스스로의 치유에도 도움을 받는다. 일거양득, 이 프로그램은 시청자로 하여금 생각하게 만든다. 기부자도 수혜자도 시청자도 스토리텔링을 제작하는 방송도 행복해지는 좋은 프로그램이다.
 
 
[2015227일 제6113]

추천0 비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