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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민경의 지구촌의이웃들

지켜드리지 못한 어머니의 尊嚴死(존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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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생전에 "인공호흡기 같은 거 달지 마라" 하시며 구차스럽게 연명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시곤 했다. 하지만 막상 그 상황이 되니 자식 된 도리로 어머니의 뜻을 따를 수 없었다. 결국 어머니는 인공호흡기를 달고 28일간 고생하시다 얼마 전 돌아가셨다.
 
작고하기 전, 어머니는 요양원에서 식사하시다가 음식이 기도를 막아 4분여 동안 숨이 멈췄다. 인공심폐소생 조치로 겨우 소생하셨지만 무의식 상태에서 병원 응급실로 옮겨졌다. 의사가 "인공호흡기를 달까요?"라고 물었을 때 어느 자식인들 거부할 수 있었을까? 장례를 치르고 뒤돌아보니, 요양원은 성의를 다해 심장을 소생시켰다. 고마울 따름이다. 아쉬움이 있다면 '인공호흡기를 일단 부착하면 법적으로 뗄수 없다'는 사실을 의사도 말해주지 않고 우리도 몰랐다는 것이다.
 
입에 여러 종류의 생명유지 기구를 꽂고 의식 없이 숨을 헐떡거리는 어머니의 모습을 안타깝게 바라보면서 그런 사실을 알았으니 이런 불효도 없었다. 응급실에 막 당도한 아들에게 "인공호흡기를 부착하시겠습니까?"하는 의사 말에 아들이 "네" 하는 것은 당연했다. "아니요"라고 했다면 아들은 평생 다른 형제들로부터 비난을 받았을 것이다. 그 다급한 순간에 자식들은 경황과 경험이 없었다. 연명 닷새 후, 병원 측이 더 이상 중환자실에 계실 수 없다고 통보했다. 소생 가능성이 없는 데다 밀려드는 중환자들 때문이었다.

어머니는 생명유지 장치를 부착한 채 요양병원으로 옮겨졌다. 돌아가시는 날까지 근 한 달간 매일 두 번씩 요양병원을 방문해서 어머니의 안쓰러운 모습을 무기력하게 지켜봐야 했다. 그동안 옆 침대 노인 몇 분이 돌아가셨다. 어머니는 한 달가량 입에 인공호흡기를 단 채 계속 기구로 가래를 빼냈다. 어머니는 의식이 없어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고 하지만 의식 있는 우리의 가슴은 미어졌다. 돌아가시기 며칠 전에는 의사가 "입으로 호흡기구를 달면 감염 위험이 많아 더 힘들어진다"며 "목에 구멍을 뚫어 관을 넣자"고 했다.
 
자식들은 그동안 깨달은 바가 있어 "또 다른 고통을 줄 뿐"이라며 반대했다. 11월 20일, 어머니는 운명하셨다. 입에 부착했던 기구들을 빼고 일그러진 흉한 입을 가제로 덮었다. 자식들의 무지로 마지막 순간까지 고생을 시켜 드린 것이 죄스러워 어머니의 주검 위에 엎드려 울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노인이 인공호흡기를 달고 목숨을 이어가고 있다.
 
기계에 의존해서 90세 노인의 생명을 연장하는 것이 과연 잘하는 일인지 나 자신에게묻고 또 물었다. 어머니께 고통을 안겨주고서야 비로소 깨달았다. 노인들이 존엄성 있는 죽음을 맞을 수 있도록 나이와 상황에 맞게 법과 제도를 고쳐야 한다는 것을. <출처:조선일보>
 
[2015123일 제60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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