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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민경의 지구촌의이웃들

이모티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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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히 밀리는 人波에 몸을 맡겼던 저녁 교대역이었다. 평온했다. 바글거리는 땅 속에서 평안함을 느끼다니 의외였다. 여느 날처럼 사람들 많다고, 왜 이리 한 도시에 몰려 사느냐고, 전국에 흩어져 살아야 한다는 둥, 오늘 저녁 나는 밀치고 지나가는 예의 없는 행인들에 대해 불평하지 않았다.
 
약속 시간 한 시간 전이니까 나는 유순하게 내 몸을 파도에 싣기로 했다. 차곡차곡 에스컬레이터에 올라탔는데 ‘엄마 사랑해요’ 라는 아가씨 목소리. 스마트폰을 귀에 바짝 대고 엄마에게 건네는 사랑스러운 딸의 목소리에 나는 뒤돌아보지 않은 채 그 목소리를 훔쳤다.
 
아름다운 젊은 아가씨를 상상하는 즐거움을 누리기로 했다. 아, 나는 내 어머니 생전에 내 뒤에 서있는 아가씨처럼 ‘엄마, 사랑해요’ 라고 한 일이 있었던가? 없었다. 목소리 말고 글로도 써 본 일이 없다. ‘고맙습니다’가 고작이었다. 마음은 안 그런데 쑥스러워서 표현을 못해본 듯하다. 이제 돌아가셨으니 영원히 그 기회는 없다.
 
SNS 시대에 나 같은 사람도 사랑한다는 말을 건네는 방법이 생겼다. 말로 표현 못하는 말을 말없이 손끝으로 문자를 찍는다. ‘사랑해요’. 힘든 이 말을 내가 그동안 사용하지 못했던 이 말을, 내 뒤에 바짝서서 전화에 표현하는 젊은 아가씨처럼 살아있을 현재에 사랑을 전할 줄 아는 현명한 젊은이처럼 손끝으로라도 살아있을 때 사랑을 표현할수 있게 되었다. 아니 더 쉬운 하트 모양 이모티콘이 그 자릴 대신하기도 한다. 애교 있으면서도 간단하면서도 사랑스러운 하트모양 이모티콘. 그래도 아직 내 남편에게는 그 하트 이모티콘을 찍지 못한다.
 
이 시대에 SNS는 위대하다. 사람들은 머뭇거릴 틈 없이 아침저녁으로 사랑을 표현한다. 내 어머니는 스마트폰을 누리지 못하고 돌아가셨다. 스마트폰이 있는 나는 내 아이들에게 문자로 사랑을 표현한다. 아예 내 사인을 하트모양으로 정해 버렸다. 이모티콘 하트로 지구 저쪽이쪽 실시간으로 사랑을 주고받는다.
 
어머니 가신지 어언 한 달 카톡이 이번 어머니 장례에 많은 공헌을 하였다. 지구 저쪽과 실시간으로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얼마나 능률적이었는지 모른다. 공항 도착 후 무슨 버스를 타고 장례식장으로 오며 옷은 어떻게 빌려 입으며 떠날 때도 감사의 인사도 위로도 카톡이 비서 노릇을 했다.
 
여러분 사랑해요, 카톡 사랑해요, 이모티콘 사랑해요.
 
[20141226일 제5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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