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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민경의 지구촌의이웃들

匠人우대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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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제도를 눈여겨볼 때가 된듯하다. 여름마다 스위스 사회를 보고 절실하게 느낀바가 있다. 어떻게 작은 나라 스위스인들이 영리하게 나라를 끌고 가는가가 나의 지속적인 관심사였다.
 
전통한국사회가 농공상(農工商)을 업신여기고 관료가 되는 것을 집안의 명예로 여기었기에 한국의 신분제도는 오늘날까지 극심한 경쟁사회를 낳았다고 생각한다.
 
기술이 생명인 요즈음 늦게나마 정신을 차리고 있음은 고무(鼓舞)적이다. 스위스의 교육제도에는 장인제도란 것이 있다. 스위스에서는 좀 이른 감이 있지만 학생들의 진로를 중학교를 졸업하기 전에 결정해야 된다. 따라서 스위스 학부형들이나 교사들은 자녀들이 어릴 때부터 ‘무엇에 취미가 있나’, ‘특기가 무엇이냐’ ‘무엇을 하고 싶어 하냐’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예의 주시한 후, 자녀들이 중학교에 들어가면 자녀들의 자유의사에 따라 진로를 결정해 준다.
 
공부를 잘 해서 인문분야에 흥미가 있는 학생들은 일반 고등학교(Gymnasium)를 선택할 수도 있겠지만, 많은 경우 직업학교를 선택하는 이유는 학생 개개인의 개인적 특성이나 성향을 고려하는 점 이외에도, 대학교를 나온다고 해서 상위 신분이 형성되지 않는다는 점, 또 직업학교를 와서도 봉급이나 승진 등에 있어서 실질적인 차별대우를 받지 않는다는 점, 직업학교를 나올 경우 학비가 면제된다는 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가 아닐까 싶다.
 
스위스의 일반대학 진학률은 제네바 칸톤 같은 도시를 끼고 있는 칸돈이 좀 높고, 옵발덴 칸톤처럼 큰 도시가 없는 칸톤 같은 경우에는 좀 낮지만, 평균 25퍼센트 전후가 되는 반면, 장인제도 즉, 직업훈련 과정을 밟는 젊은이들은 꾸준히 50퍼센트를 상회하고 있다. 무엇보다 스위스 학제가 우리의 경우와 다른 점은 스위스 학제는 학생들이 기능인으로서 사회에 기여하는 실용적으로 운용되는 반면, 우리의 학제는 그의도가 어떻든 현실적으로 볼 때 명분적이고 신분적인 방향으로 운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주민자치가 강한 스위스에서 교육에 있어서도 지방자치단체의 권한이 막강하지만, 9년 의무교육이라든지, 장인제도 같은 교육의 골간은 원칙적 문제로서 스위스헌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헌법적 규정의 범위 내에서 구체적인 교육지침은 각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에 따라 정해질 수 있다.
 
장인제도는 국가적 관심사로서 스위스의 기업가들은 관심을 가지고 지원해 주고 있기 때문에, 장인 수업을 받는 학생들에겐 수업료가 일체 면제된다. 스위스의 장인제도는 스위스 산업발전에 지대한 역할을 해 왔다. 물론 학교제도와 상호 보완적 관계를 유지하면서 장인제도도 변해 온 것이다. 결과적으로 스위스의 장인제도는 스위스를 기술 강국으로 만들어 스위스를 부강하게 만든 기반이 되고 있다고 볼 수가 있다.
 
제네바 어느 번듯한 길가에 자리한 유서 깊은 식당에 들어갔다 주황색 노동복 차림의 거친 손을 가진 노동자 몇이서 한 테이블을 차지하고 있고 그 옆에는 학자풍의 사람들이 식사를 나누고 있었다. 노동자들도 학도 의사도 이런 식당에서 같은 점심값을 지불할 수 있을 정도로 그들의 봉급이 비슷하다는 걸 느끼고 놀란 일이 있다. 젊고 아름다운 소년 소녀들이 농부집에 1년씩 와서 머무르며 농부 일을 배우고 있는 걸보고도 놀랐었다.
 
농부도 장인으로 취급되는 모양이다. 한창 놀 나이에 거름을 만들어 뿌리고 트랙터로 밭을 갈고 씨를 뿌리고 거두고 하는 일을 배우는 것이다. 모두가 일류대학 나와 일류 기업에 취직하는 것이 지상목표가 되는 한국의 현실이 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젊은이들의 일자리에 지대한 관심이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계급적 신분사회에서 탈피하여 장인우대사회가 돼야 할 것 같다. 기업들도 장인교육에 더욱 힘써야 할 것이다. 창조경제의 밑바탕은 무료장인교육 일반화와 차별 없는 사회의안목에 있지 않을까.
 
[2014 8 22일 제55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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