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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민경의 지구촌의이웃들

쌀람 알라이쿰(Salaam alaik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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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laam alaikum! (당신에게 평화를!) 여름이면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머나먼 길을 날아와 스위스에 사는 손자와 지냅니다.
 
바쁘고 무더운 한국을 잠시 접고 이곳에서 손자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것은 즐거운 일입니다.
 
어제는 손자에게 '평화' 라는 단어를 가르쳤습니다. 뜬금없이 7살 먹은 아이에게 ‘평화’라는 단어를 가르치다니 ‘어머니, 대한민국’등 가르칠 글자가 그토록 많거늘.한국서 지낼 때는 평화라는 말 자체를 떠올릴 일이 없었습니다.
 
분주하고 뉴스가 많은 곳이어서 그럴 여유가 없었을 겁니다. 손자에게 한글을 가르치다가 문득 내다본 풍경에서 갑자기 평화라는 단어가 떠올랐습니다. 이런 감정은 오랜만입니다. 눈을 아무대나 두어도 초록색이 착 깔린 풍경은 예술이라할만치 지루하지 않습니다. 고요한 호수에 높은 산들이 드리워져있고 백조와 오리들이 유유히 노니는 풍경에서 많지 않은 사람이 그 속에서 귀하게 보일 때 고요한 그림 속에 인간이 함께할 때 갑자기 ‘아, 이런 것이 평화구나‘ 했던 것입니다.
 
남한보다 더 작은 스위스에는 외국인이 많습니다. 이번 월드컵 출전 스위스 선수들 중 2명만 스위스인이고 나머지는 귀화인 또는 이민2세라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골을 혼자서 3개나 넣은 샤키리도 동구 출신이라고 합니다. 돈 많은 관광객들도 많고 일하러 온 외국인들도 있습니다.
 
물론 저처럼 손자를 보러 휴가차 온 사람들도 있겠지요. 호숫가에서 만난 역시 손자를 보러 온 레바논 여인에게 아랍어 한 마디를 가르쳐 달라하니 ‘쌀람 알라이쿰’ ‘당신에게 평화’를 하는 겁니다, 이렇게 좋은 문장이 있었습니다. 인사말이 詩같이 느껴졌습니다. 한국식 인사를 묻길래 ‘진지 잡수셨습니까‘를 가르쳐 주었습니다. 우리에겐 한 끼 밥 먹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고 중동사람들에겐 전쟁이 끊이지 않아 그런지 평화라는 인사가 중요했던 것 같습니다.
 
두 사람은 이야기를 이어 갔습니다. 무엇이 스위스를 우리 두 외국여인이 감탄하게끔이리도 평화스럽게 만들었을까. 아랍여인은 잘 이루어지는 직접 민주주의에 이유를 댔습니다. 시골 작은 동네 동회 같은 곳 현관문에 투표함이 늘 붙어 있습니다. 투표내용과 투표지가 우편으로 옵니다. 투표는 보통 일요일에 합니다. 주말에 투표를 할 정도로 다부진사람들임을 알 수 있습니다. 뭐가 중요한지 알고 한 치의 어수룩한 양보도 없습니다. 편리한 지름길인 다리를 놓자는 의견이 투표결과 놓지말자라는 의견에 항복했습니다.
 
웬만한 건 주민들의 의견을 물어 찬반을 가리고 인정하고 따르는 듯 보입니다. 투표가 이루어지는 이곳 마을 동회라는 곳도 매일 열지 않고 어느 날 반나절만 엽니다. 스위스인들은 평화유지에 경제적 준비가되어 있는 것 같다고 내가 말했습니다. 생활화 되어있는 직접민주주의에다가 자동차 생산같은 굴뚝산업이 거의 없고 경쟁력있는 특수군수 산업이 있는 듯합니다. 'Swiss made'라는 국가상표가 당당합니다.
 
제네바 자동차박람회, 바젤미술시장이 매년 열리고 각국의 경제평가를 하는 IMD 국제기구회의, 다보스회의 등으로 이래저래 서비스산업 관광산업으로 부유한 실속 있는 국민인 듯합니다. 여기에는 지난 세계대전 때 중립국으로서 벌어들인 돈으로 인프라가 산속 구석구석 잘깔려있는 것도 한 몫을 하는 듯합니다. 아마도 유태인들이 스위스에 맡겼던 자산도 상당하지 않을까요. 지금도 스위스은행은 이자도 없는데 검은돈들을 맡기지 않습니까. 특화된 돈벌이로 든든한 평화를 이루고 있는 듯합니다. 물론 버는 돈의 40% 정도는 세금으로 내고 있습니다.
 
또 하나, 누구에게 물을 필요 없이 알아서 착착 여행을 하게끔 시스템이 되어있다는 겁니다. 웬만한 사람들은 3가지 언어를 알아 시스템을 읽을 줄 알고 조용히 따르는 데 익숙합니다. 도무지 시끄럽지가 않습니다. 사람끼리 부대끼고 밀고 당기고라는 게 없으니 한국서 온 나는 이상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가끔은 밀고 당기고 바삐 왔다갔다하는 한국 풍경이 그립습니다. 너무 조용한 이웃은 심심하거든요. 쌀람 알레이 쿰!
 
[2014 7 25일 제54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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