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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민경의 지구촌의이웃들

월드컵과 삶의 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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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리스트 10, 세상에서 가장 가볼만한 나라 리스트 10,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도시 리스트 10, 세상에서 가장 생활비가 적게 드는 도시 리스트, 죽기전에 꼭 해봐야할 일 리스트. 또 세상에서 가장 공기가 나쁜 도시 목록, 멕시코가 다른 나라 보다 나은 점 10가지.
 
위의 간단명료한 인터넷판 CNN 리스트들을 보면 사람들이 이제는 높은 삶의 질을 생각한다는 걸 알 수 있다. 이번 월드컵 개최국인 브라질에서 反월드컵 시위가 계속되어 놀랐다. 축구 강국에 잘놀 줄 알고 즐겁게만 보이던 브라질인들이 反월드컵 시위라니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수 없다.
 
40년 전 브라질을 떠나오기 전 마침 알젠틴 월드컵 경기가 있었다. 그것도 그날은 옆집 앙숙 알젠틴과 브라질의 경기였는데 텅 비어버린 도시가 매우 의아했었던 기억이 있다. 그 후 2002년 한국 월드컵에서 그와 똑같은 현상을 경험했다. 강남은 텅 비고 사람들은 붉은 티셔츠를 입고 모여서 나라 전체가 대~한~민~국을 외치면서 응원을 했다. 이때만큼은 온 나라가 한 마음이 되어 있었다. 그 후 40년, 브라질 월드컵 준비가 위태위태해 보였다.
 
경기장과 도로를 건설하는 노동자들이 이제 그들 자신의 삶의 질을 생각하게 된 것이다. 지난 40년 동안 브라질의 빈부격차는 개선되지 않은 채 SNS 시대가 도래했고 노동자들도 삶의 질을 비교하게 됐다. 상대적으로 빈곤한 낮은 삶의 질에 회의가 들게 되었으리라.
생각 있는 사람들의 비판이 따랐다. 과연못사는 사람들에게 월드컵이 그리도 중요한 사건일까? 희망을 주고 용기를 넣어주는 게 다 일까? 노동자들의 값싼 노동력으로 만들어진 경기장에서의 국제적 시합이라는 행사가 그들 노동자들의 삶의 질을 높여줄 수 있을까?
 
한일 월드컵이 개최되던 해 유월 일본에 갔을 때 월드컵열기를 우리처럼 찾아볼 수없어 의아했던 일이 있다. 당시 미국에도 들렸었는데 그쪽 신문에서 월드컵이 개최되는 때인데도 월드컵 이야기가 내 맘처럼 요란하지 않아 이상스레 생각한 적이 있다. 오히려 월드컵이 아닌 미국 내 스포츠뉴스가 신문을 장식했다. 좀 산다는 나라들은 별로 온 몸을 월드컵에 던지지 않는 듯해 보인다.
 
대신 개인의 삶의 질을 생각한다. 인간이 인간답게 삶의 질을 생각하는 시대가 도래 했다. 그렇담 삶의 질이란 무엇일까? 남과 끊임없이 비교해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도 되는 삶? 오늘날 SNS가 발달하여 실시간으로 서로를 비교할 수 있는 상황에서 월드컵은 옛날같지 않다는 느낌이 온다. 적어도 더 이상 국가 간 스포츠 경기가 빈곤한 자들의 불만을덮어 버리지는 못하는 시대가 온 것이 아닐까? 이런 상황에서 곳곳의 국가 간 대립을 생각해 보면 국가지상주의와 개인지상주의 간 혼돈의 시대가 온 것이 아닐까?
 
[2014년 6월 20일 제53호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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