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rrent Date: 2024년 04월 30일

오민경의 지구촌의이웃들

그날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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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일본인 친구로부터 세월호 참사 위로편지를 받았다. 짙은 검은색 활자체의 정중한 哀悼 이메일편지를 읽어 내려갔다. 가슴이 아프며 함께 슬픔을 나눈다는 내용이었다. 한일관계가 경직이 되었다 해도 인류애라는 것은 이런 것을 말할 것이다.
 
나의 오월은 예전의 그것과는 다르다. 그날 이후, 나는 클래식 FM을 듣지 않는다. 나의 부엌에 작은 친구 붙박이 라디오는 그날 이후 뉴스 시사 방송 채널로 고정되어버렸다. 시시각각 줄어드는 실종자 숫자에 내 귀는 쫑긋해진다. 언제 나는 음악을 다시들을 수 있을 것인가. 내 생애 최악의 역사적인 이 경험은 나와 국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그날 이후, 아침 신문을 샅샅이 들여다보게 되었고, 어른으로써 창피해 하며 뭔가 다잡아야겠다는 생각,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 즉, 철이 들게 되었는데 그것은 많은 젊은 아이들 희생 위에서 이 나라의 60대가 조금이나마 철이 들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부끄럽다.
 
그날 이후, 민주국가의 정의를 떠올려보게 되었다. 국민이 주인인 민주주의 국가에서국민 삶의 질과 국민 행복 추구가 국가의 과제임을 알게 되었고, 그러자면 ㄱㄴㄷ 기본을 지키는 우직함이 필수라는 걸 알게 되었다. 바보스러워 보이지만 룰을 지켜야한다는것. 나를 포함한 우리 전체 국민 행복을 위해서. 다 같이 행복하자면 하나도 둘도 셋도 룰을 지켜야한다는 걸 배웠다.
인맥 찾아 부탁하는 오래된 습관을 없애야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습관을 바꾸기가 쉽지 않지만 60대가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이 사라진 젊은 영혼들에게 참회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국민이 주인인 민주국가에서, 국민이 뽑은 대표들이 모인 곳인 국회에서, 부패방지법통과를 지연시켜 이 꼴이 되었다는 걸 알게되었다. 퇴직공직자의 청탁, 알선, 금품수수를 방지하자는 김영란법이 진작 통과 되었더라면 관료마피아는 발을 붙이기가 어려웠을거다.
 
내 밥그릇 챙기기에 바쁜 우리들의 대표 국회의원들에게 큰 책임을 물어야지, 왜 대통령에게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가. 비겁한 정치인들!
 
그날 이후, 나의 중요한 임무는 국민들의 대표를 잘 뽑아야하고 나부터 기본 룰을 지키는 일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늦었지만 같은 잘못을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하나 둘 셋점검하고 우직하게 지키는 것이 우리에게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된 오월이다.
 
그날 이후, 젊은이들이 어른보다 더 낫고 남을 사랑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우리에게 치안과 안보라는 과제는 운명적인 것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2014 수치스런 오월에
 
[2014년 5월27일 제52호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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