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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민경의 지구촌의이웃들

자본주의 공산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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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라지만 아직 몸도 마음도 추운 나날이다. 내 마음이 추운 것은 내 평생 통일된 한국을 맞이하지 못하고 아직도 남북이 밀고 당기는 소모전이 계속되기 때문이다.
 
다음 세대들에게 무어라 말할 것인가. 면목이 없다. 우리는 왜 독일처럼 널 푼수 있게 허허 악수하고 등 다독거리며 통일을 못하는가? 왜 부부가 형제가 부자가 부녀가 60여년을 헤어져 왕래는커녕 전화나 서신교환조차 불가한가? 흐르는 시간이 해결해 주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것인가? 답답하다.
 
우리 민족은 지독한 민족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이 땅에서 공산주의는 유래 없이 소유권 불인정의 공산주의가 되고, 자본주의는 유래 없이 소유권 지상주의가 되는걸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북한에 들어온 공산주의를 보자. 페레스트로이카 이후 공산주의가 대세에서 물러난 지 어언 20년. 이 시대에 아직도 어처구니없는 북한 인권을 보면 얼마나 지독한 공산주의인지 알 수 있다. 한편, 자본주의가 남한에 오면 공익보다 극도로 사유재산제도가 보장되는 유래 없는 자본주의가 된다.
 
내가 살아보았던 나라들에서는 거의가 세입자 우선 부동산 정책을 쓰고 있음을 알 수있다. 한 번 세 들면 입주자를 주인이 쫓아낼 수 없어 애초에 계약한 월세금액과 큰 차이가 없는 집세로 10년 20년 그대로 사는걸 보았다.
 
2년마다 옮겨 다녀야하는 우리나라의 세입자들에게 집주인은 ‘갑’이다. 내 재산 내가 마음대로 하는 것이 절대 당연한 듯한 오로지 ‘갑’위주의 시장경제인 듯하다. 그에 비해 유럽에서는 전세라는 제도는 없고 모두가 다 월세인데 집세는 국가가 정하는 일정 범위내에서만 올릴 수 있다. 물론 함부로 내쫓을 수도 없지만 막무가내로 버티는 경우도 없다. 덜 가진 자들은 집 문제로 우리나라의 ‘을’처럼 고통을 받지는 않아 보인다.
 
우리나라에서는 왜 전세라는 세계에서 유래 없는 제도가 판을 치고 있고 사글세 즉, 월세를 사는 사람들은 못 사는 사람들로 여겨져 있을까? 아마 재미있는 연구과제가 되지않을까 싶다.
 
우리나라의 사유재산제도에서 내 땅은 절대적으로 내 권한이 미치는 신성한 구역으로서 어느 누구도 간섭할 수 없는 대상이 되어있는 데 비해, 서구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내땅이라도 어느 정도는 공적재산의 뜻이 내포되어 있어 그 만큼 제한을 받고 있다. 내 땅에있는 나무를 베는 것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것과 같이 사회적 미와 질서를 위해 사유재산이라도 어느 정도는 제한을 받고 전체를 위해 양보를 해야 한다는 걸 보고 그 사회의 성숙함을 느꼈다.
 
얼마 전 송파구 세모녀 자살사건은 많은걸 생각하게 한다. 세입자권리를 찾아주고 안정된 주거문제를 위해 우리나라 현재의 자본주의에다 서구식 사회주의를 접목하면 어떨까? 그래서 없는 자들에게 주거문제를 안정되게 해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주거문제가 안정이 되었던들 세모녀가 무참히 죽음을 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주거문제는 먹는 문제 다음으로 인간에게 있어 매우 중요한 기본 사안이기 때문이다.우리 식의 시장자본주의도 수정을 해야 할때가 아닐까 싶다. 공산주의가 그렇듯이 자본주의도 더 이상 이상적인 체제가 아닐 뿐 아니라 오히려 빈부격차의 심화나 자원의 고갈로 인한 환경 악화 같은 치명적 결함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2014년 3월 21일 제50호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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