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rrent Date: 2024년 04월 29일

오민경의 지구촌의이웃들

선 물

 
 
오민경.jpg

 
화상전화통화라는 게 있는 이 시대는 경이롭다.
 
한국의 할머니가 지구 저편의 손자로부터 전화를 받을 때 더 그렇다. 화면에서는 초등학교 1학년생인 손자가 묵은해를 넘기는 할머니에게 詩를 읊고 있다. 물론 학교에서 배운 시다.
 
         
         
 
 
 
 
              trois microbes
 
trois microbes sur mon lit,
   se consultent bien assis
  l'un s'appelle scarlatin
il parle d'une voix fine
l'autre s'appelle rougeole
et elle prend souvent la parole
et le troisieme oreillons
ressemble un champignon
ils discutent pour savoir
lequel dormira ce soir
dans mon beau lit blanc.
Mais fuyons tant qu'il est temps!
ces trois microbes ma foi
dormiront trs bien sans moi.
 

스마트폰 화상통화로 그것도 프랑스어로 아이가 읊어주는 시를 한국의 할머니가 알아들을 리 없다. 할머니가 더욱 귀를 쫑긋하게 세워 봐도 내용을 알 수 없다. 그래도 우물우물 시를 읊는 모양은 이 세상 최고의 선물이다.
 
‘시를 읊어주는 손자’ 선물을 연말에 받았다는 사실에 할머니는 행복하다. 애미에게 부탁하니 전자메일로 시를 번역해 보내왔다.
 
내 침대에 세균
 
셋이 앉아 의논하고 있네
그중 하나 이름은 성홍열
그는 작은 목소리로 얘기하죠.
다른 하나는 홍역이라하고
그는 수다스러워요.
세번째 놈은 이하선염이라 하는데
버섯처럼 생겼다.
그들은 누가 하얗고 좋은 내 침대 위에서
오늘밤 잘건 지 의논중이다.
하지만 아직 시간이 있을 때 도망가자
이 세균 셋은 나 없이도 잘 수 있을 테니
 
 
시 제목에 또 한 번 어리둥절해진 할머니. 세균 세 개라니...꽃이나 나무나 하늘이 아니고 성홍렬, 홍역, 이하선염을 아이에게 이해시키는 기발한 학습방법이 아닌가.
 
아이는 세균에 대해 친숙해지고 나아가 예방에 대해서도 생각하게된다. 지루하지 않게 재미있게 가르치려는 학습방법이 놀랍다. 내가 이런 교육을 못 받아서 그런지 더욱 그렇게 느껴진다. 우리 때는 ‘어머니 어머니 우리 어머니’를 일학년 첫 시간에 배웠다. 저쪽에서는 공동생활에서 우선적으로 필요한 위생이나 교통질서를 중시하는 듯하다.
 
시를 통해 재미있는 놀이처럼 가르치는 교육방법은 많은 연구와 투자의 결과일 것이다. 시낭독 방법은 스마트폰으로 지구 저편 할머니에게까지 학습되는지 詩를 그새 할머니가 다 외워버렸다.
 
[2014년 1월 22일 제48호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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