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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민경의 지구촌의이웃들

지극한 사랑 …기적의 힘

 
 
 
‘Blood Bro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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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EBS 국제다큐영화제에서 본 다큐 ‘Blood Brother’는 내게 귀한 만남을 주었다.
 
아름다운 주인공 록키 청년에게서 도저히 눈을 뗄 수가 없었으며 내가 살고 있는 지금 이 세상에 이런 신선한 남자가 있다는 것, 그가 인도 첸나이에 살고 있다는 것은 커다란 위안이다.
 
사실 요즈음 티브이 시청은 내게 일종의 사치다. 남편과 시어머님이 티브이 앞에 오순도순 앉아 종편시사뉴스프로그램을 즐기시기 때문이다. 그것도 볼륨을 어마어마하게 크게 해서 말이다. 우당탕탕거리고 공격적으로 들리는 뉴스시사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는 보통 그 자리를 피한다.
 
그런데 어제 밤, 그 며느리가 TV 채널을 돌려버렸다. 며느리는 꼭 이작품을 봐야만했기 때문이다. 밀고 당기고 약간의 긴장감이 있었지만 며느리는 끝까지 밀고 나가 다 보고야 일어섰다.
 
인도에 배낭여행을 온 두 친구 록키 브랫트와 스티브 후버는 미국서온 백인 청년들이다. 배낭여행이란 특히 인도땅에서의 배낭여행이란 방황하는 젊은이들에게 어쩌면 인생에 대한 답을 줄 수도 있다는 기대가 있다.
 
이 다큐영화가 바로 배낭여행으로 탄생한 보석이라고 할 수 있다. Blood Brother는 올해 선댄스 영화제에서 상을 탔다. 나는 선댄스 채널을 좋아한다. 왕년의 영화배우 로버트 레드포드가 운영하는 영화 채널인데 돈 없는 젊은 감독과 인재들이 만든 걸작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선덴스 채널은 잘 늙은 로버트 레드포트같다.
 
인도 배낭여행을 하던 록키는 어찌어찌하여 에이즈에 걸려 버림받고 죽을 날만 기다리는 아이들을 수용한 시설에서 고아 아닌 고아들에게 자원봉사를 하게 된다. 사람들은 처음엔 오히려 그를 에이즈에 감염된 자로 의심하면서 멀리하고 이상하게 여긴다. 록키가 순수한 사랑으로 아이들을 간호하고 놀아주는 모습을 보면 나까지 영혼이 맑아지는 기분이다.
 
온 몸에 퍼진 발진으로 눈도 뜰 수 없게 된 아이에게 차가운 거즈로 눈을 식혀주어 가면서 눈을 떠 보라고 속삭이며 옆을 떠나지 않는다. 아이와 아이스크림도 나누어 먹고, 노래를 불러주고,쓰다듬고, 기타를 쳐주면서 이야기도 해주는 맑은 영혼이 관객에게 그대로전달된다. 마치 전염병이라도 옮은 듯순간 관객은 순수해진다.
 
비자문제로 3년 만에 미국에 돌아갔다가 아이들을 못 잊어 다시 인도에 돌아오는데 그를 반기는 아이들과의 포옹 장면은 압권이다. 다큐의 장점이란 연기가 필요 없는 실제 장면이기 때문에 매우 자연스럽고 흡인력이 강하여 감동이 크다는 것이다. 인도로 다시 돌아온 록키에게 인도라는 나라는 아이들과 피를 나누게 해 준 형제국이다. 미국의 이혼가정에서 자란 록키는 인도배낭여행에서 가족의 의미를 찾은 셈이다.
 
록키는 스스로 에이즈 검사를 받는다. 해맑은 인도 현지 여성과 결혼을 하기 위해서다. 검사결과가 양성으로나올 경우 물론 그는 결혼을 포기할것이라고 했다. 관객의 바램대로 결과는 음성으로 나온다. 신부의 웃는 얼굴은 그 어느 헐리우드 배우 못지않게 아름답다. 행복이 그대로 얼굴에 피어오르니 보는 이까지 행복해진다.
 
가난한 이웃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즐겁게 결혼식과 피로연을 준비하고 아이들도 초대한다.이 다큐는 록키와 절친한 친구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비디오작가인 스티브가 찍은 것이다.죽음과 무관심이 어둡게 드리운 병원에서 곧 죽을 것 같은 아이가 록키의 극진한 간호로 눈을 떠서 말하고 걷는 기적이 일어날 때 우리는 사랑의 힘을 본다. 버림받은 곳에 록키라는 별이 반짝이고 아이들은 그 빛을 따를 때 관객은 감동을 받고 자리에서 일어날 줄 모른다.
 
[2013년11월19일 제46호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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