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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민경의 지구촌의이웃들

알랙산더 맥퀸

 
알렉산더 맥퀸을 만난 것은 지난 여름 미국 체류 중의 소득이라고 할 수 있다. 생전처음 복식전시회라는 데에 가서 독보적이고 창조적인 그의 작품들을 대하자 가슴이 뛰었다.
 
뉴욕을 떠나기 전날 아침 일찍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엘 갔다. 평일인데도 문 열기 전인데도 이미 장사진이다. 지난 일요일에 누가 2시간이나 기다리다가 알렉산더 매퀸 전시를 못보고 책만 사갖고 나왔다는 소릴 들었다.
 
넘치는 관람객으로 전시기간을 연장한다하고 박물관 쉬는 날인 월요일엔 특별히 $50에 ‘알렉산더 매퀸’을 보여준다는 아이디어까지 등장했을 정도다. 한 나라의 역사의 길이와 소장 보물의숫자와는 비례하지 않는 모양이다.
 
박물관이란 참 좋은 곳이며 메트 박물관은 기특하게도 누구나 쉽게 갈 수 있게시내 한복판 전철 앞에 있다. 메트엔 그리스 돌기둥서부터 현대그림까지 보물들을 많이도 갖다 놓았다.
 
다 보려면 적어도 1주일 계획을 잡아야할 듯하다. 한국 리움미술관의 특별전 ‘분청사기전’도 생략하고 ‘알렉산더 매퀸’의 ’새비지비유티‘를 보러 2층으로 올라갔다. 밀리는 인파에 꼬리를 달고 컴컴한 전시장에 들어섰다.
 
나는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하다. 이 시대에 지구상에 이런 사람도 있었구나. 알렉산더 맥퀸의 디자인은 내가 지금까지 알고 있던 패션, 즉 샤넬이나 앙드레김과는 차원이 다른 예술이다.
 
그들이 옷의 기능성을 중시했다면 맥퀸은 옷을 통해 자신을 표현했다. 그는 그런 복식 예술을 100여점이 넘는 작품으로 표현한다. 전시 제목은 'Savage Beauty' 홍합껍찔이나 조개껍찔로 된 옷, 딱딱한 가죽의 갑옷, 깃털로 된 옷, 원시와 모던의 조화, 내셔널리즘과 모던, 일본식 오비, 오리가미와 중국 황후의 왕관 응용 등 컴컴한 어둠 속에 작품들이 살아있는 듯 각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낭만적이면서도 원시적이면서도 우주적인 표현들을 세련되게 담아낸다. 마치 화가는 화폭에 작가는 글에다 혼을 쏟듯맥퀸은 패션에 자신의 영혼을 담아냈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고 했던가.
 
그의 세인트 마틴스 대학원 졸업 작품서부터 죽기 직전까지의 작품이 살아서 세상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우리의 천재작가 이상이나 베토벤 부류일 듯하다. 그러고보니 그 사람들 모두 요절했다.

나처럼 충격을 받은 어떤 남자의 표현‘외계인 맥퀸’이 합당한 듯하다. 외계인이 지구여행을 마치고 사라졌다. 짧은 지구 체류기간에 흔적을 남겼다. 전시 방법도 뛰어나다.
 
캄캄한 마지막 방 상자 속 작은 화면에서는 후릴로 덥힌흰 드레스의 모델이 슬픈 음악에 맞춰 끝없이 춤을 춘다. 드레스는 작아지다가 작아지다가 어둠속으로 드디어 사라진다. 가슴이 내려앉는다.
 
천재가 자살했다는 사실이 이 전시회를 더욱 안타깝게 만든다. 그가 런던 세인트 마틴스 졸업 때 그의 졸업 작품을 몽땅 사 준 여자가 있었다. 그 여자가 이 남자의 천재성을 알아보았고 그 여자는 암에 걸리자 자살했다 한다.
 
알렉산더의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알렉산더는 자살했다한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을 세운 이래 수많은 관람객이 다녀갔는데 알렉산더맥퀸 전시회가 그 중 몇 위를 차지했다는 뉴스를 보았다.
 
그와 같은 시대에 살았던 유대감이 아니더라도 여성의 차림에 깊은 애정을 가졌던 한 젊은 영국 남자에 깊은 애도를 표하고 싶다.
 
[2011년 11월 18일 25호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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