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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민경의 지구촌의이웃들

뉴욕의 일본

 
뉴욕 소호거리에 있는 ‘우래옥’이 문을 닫게 되었다는 사연을 접했다. 한국음식의 세계화에 애를 많이 쓴 식당으로 알고 있었는데 소호 거리를 지나던 오월 어느 날이다.
 
이달 어느 날을 마지막으로 문을 닫게 되었다는 사연을 문 앞에 써 놓은걸 보았다. 간판이 슬프게 다가오다니. 남의 땅에서 ‘이거다’ 하는 한국식당 경영하기가 얼마나 힘든 일인지 연민이 앞섰다.
 
이곳에서 일본식당은 흔하며 잘 되는 듯하다. 길가다 배고프면 샌드위치 대신 ‘스시’를 수퍼마켓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일본식당엘 서너 번 갔었는데 일본인이 아닌 한국인이나 중국인 등 외국인들이 운영하는걸 보고 의아했다.
 
식당과 자동차뿐 아니라 일본 디자인이 인기가 좋으며 이곳 사람들이 일본 문화를 흠모하는걸 알 수 있다. 영어로 쓰여진 ‘망가’(일본 만화)가 뉴욕 미드 맨하탄 공공 도서관에 있는걸 보았다.
 
일본 디자인 집 ‘무지’에 가 보았는데 손님이 많았다. 무지에 가까운 자연주의적인 색채의 학용품과 생활용품옷 등이 꽤 인기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일본 디자인은 인정받고 있다. 브루클린 식물원에서도 일본을 피할수 없었다. 나무이름들에서도 그랬고 ‘본자이’실에서도 또 기념품 파는 곳에서도 그랬다.
 
일본이 깊숙이 미국 문화속에 녹아 있는 듯하다. 그들의 조용하지만 치밀한 문화침투작전을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Miso’ ‘Sushi’ ‘Tempura’ ‘Sashimi' 등 일본식당들 메뉴에 쓰여진 단어들은 일본말을 그대로 영어로 쓰고 어느 일본식당에 가도 통일감 있게 정리되어있음을 알 수 있다.
 
언어정책내지 디자인 마인드가 치밀함을 알 수 있다. 외국인은 미소, 기모노 등 일본단어를 그대로 착용하는 셈이다. 만두를 예를 들면 일본식당에서는 ‘Gyoja’ 한국식당에서는 'Mandoo' 보다는 ‘Korean Dumpling'이라고 풀어 쓴다.
 
케냐 어느 깊은 리조트 작은 롯지에 여러나라 책들을 모아놓고 투숙객들을 심심하지 않게 하는데 일본책이 빠지지않은 걸 보았다. 이건 어느 일본인 여행객이 기증을 했다고 본다.
 
또, 911 기념관에도 일본인들이 접은 수천마리의 종이학이 보인다. 별로 돈 안드는 일인데 결과는 다르다. NYPL뉴욕공공도서관 100년 기념전시에도 가장 오래된 일본이야기책과 식물도감이 전시되고 있었다.
 
어떤 경로로 이런 희귀품이 NYPL에 들어갔는지는 모르겠으나 아무튼 많은 사람들이 일본 문화를 접하게 하는데 성공한 셈이다. 세세한곳에 신경 쓰는 작전이 놀라울 뿐이다. 또 있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에서 본 충격적인 ‘알렉산더 매퀸’ 패션전시에서 나는 또 일본을 보았다.
 
세계적인 영국인 디자이너 알렉산더 매퀸의 디자인에 일본이 있었다니. 그 천재도 일본을 비켜갈 수 없었나보다. 알렉산더 매퀸이 디자인한 비요크의 CD 표지에도 일본이 있다. 한 때 유럽에 유행했던 일본그림을 고흐도 그려냈었다. 일본 자동차 뿐 아니다.
 
 
[2011년 9월 16일 23호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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