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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민경의 지구촌의이웃들

시공을 초월한 예술, 예술인

 
 
뉴욕뉴욕 2
이 글은 보스턴 가드너, 런던의 월레스 컬렉션과 함께 세계 3대 사설 미술관 중 하나인 뉴욕 ‘후릭 컬렉션’(The Frick Collection) 방문기다. 1900년대에 성공한 미국의 철강 기업가 후릭이 수집한 작품들을 자신의 집이었던 미술관에서 보여주고 있다.
 
이번 일요일에는 음악회도 겸한다 해서 전철을 탔다. 녹음 짙은 맨해튼 미술관 거리는 미국의 역사와 전통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역사가 짧은 나라라 해도 개인이 역사가 긴 나라들의 미술품을 사 모아 자신은 물론 여러 사람이 즐기게 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이는 꼭 미국인만을 위한다고는 볼 수 없다. 나를 위시하여 세계 여러 곳에서 많은 이들이 보러오지 않는가.

뭘 수집하는 취미가 없는 나는 한 개인의 수집품들에 호기심이 갔다. 일요일 오후, 많지도 않은 행인들 사이로 메디슨가와 5번가를 걸었다. 쾌적한 거리 저쪽 어느 얌전한 저택 앞에 사람들이 서있다.
 
우아한 거리에서는 번지수를 보고 찾아가지 큰 간판 글씨 보고 찾아가지는 않는다. 작은 정원을 지나 중앙홀로 들어서니 집안에 기품이 흐른다. 홀은 마치 알함브라 궁전 정원에 빛이 투과되는 오벌형 천장을 달아놓은 것 같다.
 
마음먹고 지은 당대의 (부)富와 건축기술을 아낌없이 보여준다. 장식품들과 조각상을 지나 이어지는 램브란트 고흐 반다이크 벨라스케즈 터너 베르메르 벨리니 드가 등 내놓아라하는 유럽 미술 수집이 감탄을 자아낸다. 베르메르의 ‘웃는 처녀와 사관’ 작품 앞에 서니 미야무라 일본대사가 떠오른다.
 
그의 취미는 전 세계에 소장되어있는 36개정도의 베르메르 작품을 전부 감상하는 것이라며 지금까지 어디어디에서 몇 개를 봤다고 늘어놓았었다. 사실 당시 나는 렘브란트는 알지만 베르메르는 잘 몰랐었다.
 
이후 나도 모르게 베르메르를 유심히 보게 되었고 ‘진주 귀고리 소녀’를 ‘베르메르블루’를 좋아하게 되었다. 그도 분명 내가 지금 감상하고 있는 ‘웃는 처녀와 사관’을 감상 했을 것이라 생각하며 은연중에 그의 취미를 따라가는 나를 보았다.
 
소장이야 못할망정 보는 거야 마음만 먹으면 어렵지는 않을것 같다. 취미 치고는 여유와 센스를 갖춘 취미 아닌가. 암스테르담 국립박물관에서 베르메르를 빠뜨리지 않은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런저런 생각에 그림감상은 재미를 더 해 가는데 5시 콘서트 시작 시간 때문에 자리를 음악홀로 옮겼다. 자그마한 실내에 노인 청중이 절반 이상, 아마도 평균나이가 70세는 됨직하다. 희끗희끗하고 구부정한 노인들이 혼자서 저녁바람을 쐬러 나오는 장소가 미술관이라니.
 
도시 한복판에 있어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 그런 노인들이 혼자 나다니는 게 하나도 이상하지 않은 분위기에 매료되었다. 독일서 온 중후한 남자 바이올리니스트가 바흐의 샤콘느를 연주했다.
 
한 부자 개인의 소장품들이 결국 인류공동의 재산처럼 모든 이에게 보여지고 잘 보존 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미국 땅을 밟아보지도 않은 영국의 재산가 스미소니언이 기증한 거대한 유산으로 미국인들은 스미소니언 박물관을 세웠다한다.
 
포루투갈의 굴벤키안 미술관 역시 포루투갈인이 아닌 외국인 아르메니아인 굴벤키안의 기증으로 만들어졌다. www.frick.org 에 들어가니 미술관에는 전시 이외에도 도서관도 있고 미술품컬렉션이라는 학문도 연구되고 있다. 고맙게도 미술관을 통한 전 인류교육에 인터넷이 한 몫 하고 있음도 놀랍다.
www.frick.org 에 들어가니 미술관에는 전시 이외에도 도서관도 있고 미술품컬렉션이라는 학문도 연구되고 있다. 고맙게도 미술관을 통한 전 인류교육에 인터넷이 한 몫 하고 있음도 놀랍다.
 
[2011년 7월 15일 21호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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